청소년이 볼만한 영화들
겨울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재미있게 보면서 안목도 넓히고 생각도 키울 수 있는 세계 걸작 영화들. 영화는 안방에 앉아 바다 건너 세상을 구경할 수 있게 해주고, 또래 친구들이 나와 꼭 같은 고민을 하며 자란다는 사실을 귀띔해주며, 가끔은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한 사유의 길로 우리를 안내하지요. 마침 대학 입학 논술고사에 영화 관련 지문도 종종 출제된다니, 핑계 삼아 영화나 한 편 볼까요? 시간 없어 못 보고 몰라서 지나쳤던 영화들, 이번 방학에 꼭 봅시다.
복제와 인류미래 궁금? 공각기동대·블레이드 러너…
세계의 어제와 오늘? 모던 타임즈·내 친구의 집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험 가득 환경메세지 담아
주제별로 볼까? 감독별로 볼까?…겨울방학, 영화속으로
자신이 영화제 기획자라고 상상해 보세요. 어떤 영화들을 상영하면 즐거운 겨울방학이 될 수 있을까요?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게 마련이니, 가족이나 친구들과 상영 영화 목록을 만들고 함께 보면 더욱 좋을 거예요. 영화를 보고 드는 생각을 감상문으로 남겨도 좋겠고, 명장면 명대사를 꼽아보는 것도 재미지요. 영화 속 등장인물의 입장이 되어 친구들과 갑론을박하는 동안 논술 공부가 절로 됩니다.
#1. 경쟁부문 - 복제와 인류의 미래 경쟁부문 상영작은 최근 대학 입학 논술고사 출제 빈도가 높은 영화들을 골랐습니다. 동물·인간 복제를 소재로, 가까운 미래에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생명과학의 사회적·윤리적 문제와 닿아 있는 작품이에요. 동물 복제 분야의 고전은 <쥬라기 공원>(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꼽을 수 있어요. 호박 속에 박제된 모기의 피에서 공룡 유전자를 추출해 공룡공원을 만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공룡의 모습을 보여줘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카오스’ 논쟁도 인상적이지만, 인간의 감시망을 피해 종족 보존을 도모하는 공룡들의 ‘자유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사이보그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 )와 영화 <에이아이(A.I)>(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바이센테니얼 맨>(1999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등이 있습니다. 이 분야 고전이라 할 <블레이드 러너>(1982년, 리들리 스코트 감독)도 챙겨 볼만 합니다. 인간 복제 분야는 복제 인간의 고뇌를 화끈한 액션으로 승화시킨 <아일랜드>(2005년, 마이클 베이 감독)가 눈길을 끌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생산’하는 사회를 묘사한 <가타카>(1997년, 앤드류 니콜 감독)도 흥미진진합니다. #2. 청소년 영화 초청작-우리들은 자란다 잠시, 세계 곳곳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영국에 사는 인도계 소녀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는 이야기 <슈팅라이크 베컴>(2002년, 거린다 차다 감독)에는 실제로 (잠깐) 베컴이 나와요.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있다면 멋진 유럽 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수다가 일품인 <비포 선셋>(2004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꽃미남을 사이에 두고 ‘흔들린 우정’에 고민하는 <하나와 앨리스>(2004년, 이와이 슌지 감독)에 새삼 공감할 테죠. 행여 싸늘한 겨울 바람을 맞으며 ‘나는 타고난 재능이 하나도 없어’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천하장사 마돈나>(2006년, 이해준·이해영 감독)의 오동구와 친구가 되세요. 완벽한 씨름 선수로 태어났으나 여자가 되길 꿈꾸는 오동구는,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소년이랍니다. #3. 비경쟁부문 -세상을 보는 눈 앞서 공상과학영화가 선사하는 미래를 실컷 보았으니, 이제 세계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 볼 차례에요. 산업혁명 당시 서구 사회를 풍자한 코미디 <모던 타임즈>(1936년, 찰리 채플린 감독)를 보면서 배꼽을 잡았다면,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석유에게 자리를 내준 뒤 피폐해진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 류장하 감독)이나 <빌리 엘리어트>(1999년, 스티븐 달드리)의 뭉클한 감동도 느껴보세요. 그처럼 귀한 석유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은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 데이비드 린 감독)에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우리가 속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궁금하다면, 깜찍한 이란 소년이 등장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나 식민지 인도의 현실을 다룬 <인도로 가는 길>(1984년, 데이비드 린 감독), 대만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비정성시>(1989년, 허우 샤오시엔 감독), 중국 반환 직전 홍콩인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아비정전>(1990년, 왕자웨이 감독)이 있어요. 분단의 비극은 <태극기 휘날리며>(2003년, 강제규 감독)나 <웰컴투 동막골>(2005년, 박광현 감독)을 보면서, 또 그 비극이 꽃피운 유머의 한 자락은 <간 큰 가족>(2005년, 조명남 감독)에서 느껴볼 수 있지요. <간 큰 가족>은 한 가족이 아버지를 위해 마치 통일이 된 것처럼 연기를 한다는 내용인데, <굿바이 레닌>(2003년, 볼프강 베커 감독)은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독일이 통일되지 않은 것처럼 연기한다는 설정이어서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인권’을 주제로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화 감독 6명이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여섯개의 시선>(2003년, 박찬욱 감독 외)을 보면,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요. #4. 감독 특별전-미아자키 하야오 감독 인간과 지구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미아자키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온갖 탈 것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들의 유쾌한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담긴 생태,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에서 한 편만 골라보면, 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잠이 안 온다니까요.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세계의 어제와 오늘? 모던 타임즈·내 친구의 집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모험 가득 환경메세지 담아
#1. 경쟁부문 - 복제와 인류의 미래 경쟁부문 상영작은 최근 대학 입학 논술고사 출제 빈도가 높은 영화들을 골랐습니다. 동물·인간 복제를 소재로, 가까운 미래에 인류에게 닥칠 수 있는 생명과학의 사회적·윤리적 문제와 닿아 있는 작품이에요. 동물 복제 분야의 고전은 <쥬라기 공원>(1993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꼽을 수 있어요. 호박 속에 박제된 모기의 피에서 공룡 유전자를 추출해 공룡공원을 만들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실제로 살아있는 듯한 공룡의 모습을 보여줘 개봉 당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벌이는 ‘카오스’ 논쟁도 인상적이지만, 인간의 감시망을 피해 종족 보존을 도모하는 공룡들의 ‘자유의지’가 돋보이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습니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사이보그들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로는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년, 오시이 마모루 감독 )와 영화 <에이아이(A.I)>(2001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바이센테니얼 맨>(1999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 등이 있습니다. 이 분야 고전이라 할 <블레이드 러너>(1982년, 리들리 스코트 감독)도 챙겨 볼만 합니다. 인간 복제 분야는 복제 인간의 고뇌를 화끈한 액션으로 승화시킨 <아일랜드>(2005년, 마이클 베이 감독)가 눈길을 끌고, 우성 유전자를 가진 인간을 ‘생산’하는 사회를 묘사한 <가타카>(1997년, 앤드류 니콜 감독)도 흥미진진합니다. #2. 청소년 영화 초청작-우리들은 자란다 잠시, 세계 곳곳 또래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영국에 사는 인도계 소녀가 축구 선수의 꿈을 키우는 이야기 <슈팅라이크 베컴>(2002년, 거린다 차다 감독)에는 실제로 (잠깐) 베컴이 나와요. 좋아하는 이성 친구가 있다면 멋진 유럽 풍광을 배경으로 두 남녀의 수다가 일품인 <비포 선셋>(2004년,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 꽃미남을 사이에 두고 ‘흔들린 우정’에 고민하는 <하나와 앨리스>(2004년, 이와이 슌지 감독)에 새삼 공감할 테죠. 행여 싸늘한 겨울 바람을 맞으며 ‘나는 타고난 재능이 하나도 없어’하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면 <천하장사 마돈나>(2006년, 이해준·이해영 감독)의 오동구와 친구가 되세요. 완벽한 씨름 선수로 태어났으나 여자가 되길 꿈꾸는 오동구는, 누구보다 자신을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소년이랍니다. #3. 비경쟁부문 -세상을 보는 눈 앞서 공상과학영화가 선사하는 미래를 실컷 보았으니, 이제 세계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 볼 차례에요. 산업혁명 당시 서구 사회를 풍자한 코미디 <모던 타임즈>(1936년, 찰리 채플린 감독)를 보면서 배꼽을 잡았다면, 산업화의 원동력이었던 석탄이 석유에게 자리를 내준 뒤 피폐해진 탄광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꽃피는 봄이 오면>(2004년, 류장하 감독)이나 <빌리 엘리어트>(1999년, 스티븐 달드리)의 뭉클한 감동도 느껴보세요. 그처럼 귀한 석유를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은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년, 데이비드 린 감독)에 생생하게 담겨 있어요. 우리가 속한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궁금하다면, 깜찍한 이란 소년이 등장하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나 식민지 인도의 현실을 다룬 <인도로 가는 길>(1984년, 데이비드 린 감독), 대만의 근대사를 배경으로 한 <비정성시>(1989년, 허우 샤오시엔 감독), 중국 반환 직전 홍콩인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아비정전>(1990년, 왕자웨이 감독)이 있어요. 분단의 비극은 <태극기 휘날리며>(2003년, 강제규 감독)나 <웰컴투 동막골>(2005년, 박광현 감독)을 보면서, 또 그 비극이 꽃피운 유머의 한 자락은 <간 큰 가족>(2005년, 조명남 감독)에서 느껴볼 수 있지요. <간 큰 가족>은 한 가족이 아버지를 위해 마치 통일이 된 것처럼 연기를 한다는 내용인데, <굿바이 레닌>(2003년, 볼프강 베커 감독)은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 독일이 통일되지 않은 것처럼 연기한다는 설정이어서 비교해 보면 더 재미있어요. 마지막으로 ‘인권’을 주제로 한국의 내로라하는 영화 감독 6명이 각기 다른 개성을 살려 만든 옴니버스 영화 <여섯개의 시선>(2003년, 박찬욱 감독 외)을 보면, 지금 우리가 발딛고 사는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여요. #4. 감독 특별전-미아자키 하야오 감독 인간과 지구의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미아자키 할아버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온갖 탈 것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주인공들의 유쾌한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그 속에 자연스럽게 담긴 생태, 환경에 대한 메시지가 묵직한 여운을 남깁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모노노케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중에서 한 편만 골라보면, 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잠이 안 온다니까요.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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