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숲 이야기 /
나무만큼 변화무쌍한 것이 없습니다. 봄이면 화살촉처럼 맺혀 있던 겨울눈이 이내 벌어져 솜털이 보송한 연하디 연한 새순이 삐죽히 나옵니다. 어느 날 문득 바라보면 그 새순이 이내 펼쳐져 잎이 되고, 다시 꽃이 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열매들이 맺고 새들이 찾아오고, 그리고 다시 겨울이 다가오면 잎새들 떨구지요.
풀들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키 작은 민들레가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씨앗을 멀리 내어보내는지, 뿌리는 또 얼마나 깊이 내려보내는지. 한번 찾아든 곤충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하는지….
풀과 나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이 자연 속엔 꽃 한 송이에도, 나무 한 그루에도, 숲 속에도 각기 끝도 없이 펼쳐지는 굉장한 세상이 숨어 있습니다. 그 세상을 알아가는 행운은 오직 자연에 다가서는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멋진 일은 이렇게 대단한 존재인 자연 속의 나무와 풀들은 언제나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우리에게 무엇인가 건네줄 준비를 하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식물들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그들을 닮은 아름답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신해가고 있음을 느낄 거예요. 또 그런 멋진 존재의 친구가 되어 행복해진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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