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이 직업교육학교(DDA) 미용실습장에서 같은 반 친구의 머리를 손질하고 있다. 독일 학생들은 10살 때부터 진로를 고민하고 15∼16살까지 다양한 현장을 체험한 뒤 직업을 선택한다. 뉘른베르크/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이제는 평생직업시대 ② 초등교실서 시작하는 독일
초등 4년 마치면 직업-진학 나눠 선택
취업 잘되고 인식 좋아 70% 대학 안가
고교 졸업뒤 진로 고민 한국과 ‘딴판’ “영상으로 직접 보니, 훨씬 더 생생하네요.” 지난달 19일 방문한 독일 뉘른베르크 지역고용사무소 안에 있는 직업정보센터(BIZ). ‘하우프트슐레’(기술학교)에 다니는 제시카(13)는 가끔 센터를 방문해 병원과 관련한 영상물을 본다. 치과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싶다는 제시카는 “학교 실습 시간에 두 번 정도 직접 치과에 갔는데, 좋았다”고 했다. 그래도 “하필 치과냐”고 묻자, “유치원 등 다른 분야도 실습을 해봤지만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수줍게 웃는다. 겨우 13살인 제시카의 꿈은 이렇게 구체적이다. 독일 학생들은 기초학교(초등학교) 4년을 마치면 우리나라 실업계와 같은 5년제 하우프트슐레나 6년제 레알슐레 또는 인문계 학교인 9년제 김나지움(대입준비학교) 등에 진학한다. 하우푸트슐레, 레알슐레 학생들은 졸업한 뒤 ‘직업인 양성교육’을 받는다. 이 교육은 3년 동안 이뤄지는데 일주일에 1~2번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수업을 듣고, 나머지 3~4일은 직접 기업체에 출근해 임금을 받고 일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대개 80% 이상은 교육이 끝난 뒤 일하던 기업체에 취직한다. 독일 직업교육은 이렇게 학교와 직업을 바로 연결시키면서,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을 동시에 진행하는 독특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하인츠 슈미트 뉘른베르크 지역고용사무소장은 “독일 학생들은 만 10살 때부터 진로 고민을 시작하고 만 15~16살까지 다양한 현장을 체험한 뒤 직업을 실질적으로 선택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때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중·후반에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기 시작하는 한국과 다른 모습이다. 슈미트 소장은 “상담원들이 정기적으로 학교에 찾아가거나, 학부모 모임에서 직업·진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상담해준다”고 말했다. 또 학생들이 직접 센터에 찾아와 상담원과 만나거나 관련 자료를 보기도 한다. 직업정보센터에는 △800개 직업·학과 소개 △1000개 직종 정보 △직업훈련 정보자료 60만건 △직업관련 영상물 700여건 △유럽지역 직업정보 등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가 있다.
뉘른베르크 직업교육학교(DDA)의 건설 실습장에서 한 학생이 벽돌 쌓는 기술을 익히고 있다. 뉘른베르크/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직업교육학교’는 레알슐레 등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주 정부가 운영하는 학교다. 클라우디아 뮐리히 직업교육학교 교사는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직접 몸으로 경험해야 한다”며 “정규학교는 물론이고,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위한 직업학교에서도 실습은 가장 중요한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독일의 청소년 가운데 70%는 대학이 아닌 ‘직업인 양성교육’을 선택한다. 고등학생의 82%가 대학에 가는 우리와는 상반된 수치다. 울리히 발바이 직업연구소(IAB) 부소장은 “독일에서 직업인 양성교육을 받아 기술자가 되면, 사회적 인식도 좋고 취업이 잘 되며 임금도 높다”며 “굳이 대학에 갈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평생직업에 대한 설계가 교실에서 시작하는 덕일까? 독일의 청년 실업률은 8~9%대로 다른 유럽국가의 10~20%대보다 훨씬 낮다. 상당수 유럽국가에선 청년 실업률이 전체 실업률의 2배 이상을 기록하며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지만, 독일은 두 실업률이 비슷한 수준이다. 뉘른베르크(독일)/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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