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챙긴 교사 무더기 적발…업자 “20% 리베이트는 전국적 현상”
7차 교육과정 시행을 앞둔 2002년, 서울 관악구의 ㅇ고등학교 영어교사 8명은 한 도서총판업자로부터 “우리가 공급하는 교과서를 채택해주면 판매 금액의 20%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교사들은 투표 끝에 이 총판에서 공급하는 ㄱ사의 교과서를 선정했다. 교사들은 뒷돈 수십만원씩을 현금으로 받았다. 나중에 총판 쪽이 이 돈을 교사에 따라 40만~80만원씩 달리 지급한 사실이 밝혀졌다. 적게 받은 일부 교사가 강력하게 항의하자 뒷돈은 결국 80만원으로 통일됐다. 이렇게 뒷돈 챙기는 재미에 실랑이까지 벌였던 교사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20일 출판사 지역총판으로부터 교과서나 부교재를 채택하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ㅇ고교 교사 권아무개(47)씨 등 공·사립학교 교사 30명을 뇌물수수 또는 배임수재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가운데 서울 동작구 ㅅ여고 등 공립 고등학교 교사 12명은 ㅂ출판사의 영어 단어장을 부교재로 채택하는 대가로 26차례에 걸쳐 1630만원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고, 관악구 ㅅ고등학교 등 사립학교 교사 10명도 ㄱ출판사로부터 12차례에 걸쳐 564만원을 슬그머니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수사 결과 총판업체들은 자신들이 공급하는 책을 채택할 경우 해당 교사들에게 전체 판매액의 20%를 대가로 공공연히 건네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 황용수 팀장은 “함께 입건한 3명의 총판업자들이 ‘20% 리베이트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나만 걸려 억울하다’고 진술하고 있어. 다른 학교와 사설 학원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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