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 대학원의 입시요강이 학칙에 어긋났더라도 시험 뒤 입학전형 및 평가 방법을 바꿔 응시자한테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24일 아주대 대학원 의학과 응시생 전아무개씨 등 2명이 “시험을 치른 뒤 평가방법이 바뀌어 합격권에서 탈락했다”며 김덕중 전 총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고된 입시요강에서 정한 내용에 따른 공정한 사정절차를 거쳐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는 응시생들의 신뢰는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이라며 “학칙 위배를 구실 삼아 입학전형 방법을 변경하도록 요구하고 변경된 입학전형에 따른 사정결과를 승인해 정당한 사유 없이 공고된 입시요강에 따른 합격의 기회 또는 기대에 관한 응시생의 신뢰를 깨뜨린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아주대 대학원 의학과위원회는 박사과정 신입생을 모집한 1999학년도 입시에서 서류·면접만 보도록 하는 대학원 학칙과 달리 영어 필기시험을 입시요강에 추가해, 그 결과도 합격자 선정을 위한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전 총장은 학칙 위배를 구실로 대학원 의학과위원회를 재소집해 영어 시험성적은 평가 점수에 반영하지 말도록 요구했다. 김 전 총장은 시험을 치른 딸이 애초 전형방법으로는 불합격될 처지에 놓이자 딸을 합격시키기 위해 이런 요구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아주대 의대 교수 3명이 “김 전 총장이 입시에 개입해 평가권을 박탈당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김 전 총장이 대학원 의학과위원회 소집을 지시해 학칙에 위배되는 입학전형 방법의 정정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며 위원 전원이 찬성해 새로운 결정을 채택한 이상 위원들의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강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