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리포트
전남에 있는 해남고가 생활 기록부에 독서 활동 결과를 기록하는 ‘독서 교육 정책 연구학교’중 한 곳으로 지정되면서 학교 내에 활발한 독서 활동이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7교시 독서 시간에는 담당 독서 선생님과 함께 읽은 분반별 권장 도서에 대해 토론을 하거나 책 내용의 어려운 부분에 대해 선생님께서 설명을 해주시는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학생들은 각자 학교에서 나누어준 독서 기록장을 갖고 있다. ‘내 허전한 옆구리의 주인은 책!, 나의 불면증 치료약, 돌아와 책순이~’ 등 표지 마다 개성 넘치는 독특한 제목들이 눈에 띈다. 자신만의 좌우명이나 좋아하는 명언들로 독서 기록장에 제목을 붙이면 독서 기록장이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애착이 생겨 더욱 독서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는 것이 독서 선생님의 설명이다.
독서 기록장의 내부는 줄이 가득한 다른 공책들과는 다르게 위에 서너 줄을 빼고는 텅 비어있다. 학생들이 ‘줄’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좀 더 자신의 생각을 막힘 없이 개방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라는 뜻에서 디자인 된 것이다. 학생들은 기존 원고지나 줄 공책에 책을 읽은 동기, 줄거리 순으로 써나가던 독후감 형식에서 벗어나 가상인터뷰, 만화, 마인드 맵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
<7막 7장>이라는 책을 읽었다는 한 학생은 자신이 직접 독서 기록장 한 면에 광수 생각 캐릭터가 등장하는 네 컷 만화를 그려 넣었다. 그림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만화로 표현한다는 것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진다. 지난 1학기 내내 조정래의 <아리랑>이라는 장편소설을 읽었다는 한 학생은 독서 기록장에 십여쪽이나 되는 긴 독후감을 썼는데, 아직도 쓸 것이 남아 계속 쓰고 있단다.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가 광복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게 됐고, 느낀점도 너무 많아서 독후감이 길어지게 되었다”고 했다.
독서 담당선생님이신 해남고등학교 고춘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독후감을 쓰는 것이 “대상에 대한 정확한 논점 파악과 사회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자기 생각을 가질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다”고 강조하셨다. 지난 1학기에 독서 활동 우수자 상을 받은 2학년 맹영림 학생은 “처음에는 고등학생이라 다른 학생들이 입시 공부를 할 때 책을 읽고 독후감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책을 읽고 나서 바로 독후감을 쓰면 책의 내용이 머리 속에 오래 남을 뿐만 아니라, 자기만의 비판의식을 갖추게 되는 등 좋은 점이 많은 것 같다.” 고 말했다.
윤수인/해남고 2학년, 청소년문화콘텐츠 기자단
윤수인/해남고 2학년, 청소년문화콘텐츠 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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