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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강릉대 전자과 2년연속 두자릿수 학생 ‘미 명문 대학원’ 합격

등록 2006-08-23 09:45수정 2006-08-23 13:51

강릉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이 학과에서 진행하는 '2006 여름방학 영어 및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4)
강릉대 전자공학과 학생들이 학과에서 진행하는 '2006 여름방학 영어 및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해 토플 수업을 듣고 있다. 윤종규 인턴기자(중앙대 사진4)
‘간판’ 설움 털고 국내외 굴지 기업 취업
‘학벌 굴레’ 뒤집은 실력…강릉대 전자과 일냈다
학생들을 미국의 명문 대학원에 보내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비웃었다. ‘삼류대’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나 보란 듯이 ‘뒤집기 한판승’을 일궈냈다. 최근 2년 연속 두자릿수의 학생을 미국 유수의 대학원에 합격시켰다.

변방의 이름 없는 국립대, 강릉대 전자공학과 얘기다. 강릉대 전자공학과는 올해 졸업생 70명 가운데 14명이 퍼듀대·뉴욕주립대 등 미국 명문대 석·박사 과정 입학 허가를 받아냈다. 지난해에도 10명이 합격했다.

이런 열매 뒤에는 교수와 학생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숨어 있다. 전자공학과는 학사관리가 깐깐하기로 소문이 났다. 휴강을 하게 되면 반드시 다음날 밤에 보충을 한다. 수업 결손을 막느라고 시험도 저녁 7시부터 치른다. 성적도 엄격하게 매긴다. 전공과정 첫 학기인 2학년 1학기 때는 절반 가까운 학생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다.

학생들이 24시간 공부할 수 있도록 학과 독서실도 마련했다. 독서실은 자정이 넘도록 공부하는 학생들로 붐빈다. 방학 중에는 학과 차원에서 토플반을 두어 하루에 세 시간씩 수업을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독서실에서 공부해야 한다. 4학년 최선욱(26)씨는 “학생들이 대부분 고3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공부한다”며 “명문대생들과 경쟁하려면 더 많이 노력하는 길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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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학과가 국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90년에 첫 신입생을 뽑은 뒤, 어느 학교 못지 않게 열심히 가르쳐 학생들을 사회에 내보냈지만 취업의 벽은 높기만 했다. 실력보다 ‘간판’을 중시하는 학벌사회에서 지방대의 설움을 곱씹어야 했다. 학생들은 “어차피 취업도 안 되는데 공부는 해서 뭐하느냐”며 패배의식에 젖어들었다.

교수들은 학생들의 교육에 인생을 걸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 조명석 교수는 “이제부터라도 열심히 노력해 실력을 쌓으면 당당하게 세상과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벌의 굴레를 벗어날 해법으로 유학을 생각해냈다. 전공과 어학 실력만 갖춘다면 미국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고, 학위를 받으면 국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열패감을 씻어내는 일이 시급했다. 교수들은 학생을 한 사람씩 불러 한두 시간씩 면담을 했다. 수업시간에도 틈만 나면 “대학 입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갖는 것”이라고 학생들을 다독였다. 97년에 첫 열매가 열렸다. 교수들의 권유로 처음으로 미국 대학원 문을 두드린 학생이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석사 과정에 입학했다. 이어 2000년과 2002년에 한 명씩,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두 명이 유학길에 올랐다. ‘남의 일’로만 여겼던 외국 명문대 유학이 주변에서 현실로 나타나자, 학생들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눈에 띄게 자신감이 생겼고, 유학과 상관 없이 전공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학생들이 늘었다.

미국에서 석사 또는 박사 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모두 미국 인텔연구소·삼성전자·엘지전자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에 취업했다. 미국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지난해 10월부터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있는 임구봉(27)씨는 “우리 학과 교수님들은 학생 하나 하나가 자기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조언해주고 동기를 부여해주는 진정한 멘토”고 말했다.


전자공학과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왕보현 교수는 “유학을 가든 가지 않든, 모든 학생들이 유학이 가능한 영어 실력과 대기업이 인정하는 전공 실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며 “우리도 이제 대학 입시 한 번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열린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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