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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유와 창조, 학교에서?

등록 2006-06-04 17:34수정 2006-06-05 17:20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학교를 비롯한 근대 사회의 모든 제도가 사실은 개인을 통제하는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근대 권력은 물리적으로 개인을 통제하지 않고, 규율과 훈련을 통해 질서에 적응하는 ‘착한 몸’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학교를 비롯한 근대 사회의 모든 제도가 사실은 개인을 통제하는 감옥이라고 주장했다. 근대 권력은 물리적으로 개인을 통제하지 않고, 규율과 훈련을 통해 질서에 적응하는 ‘착한 몸’을 만든다는 것이다. <한겨레> 자료사진

학교에서 논술끝내기/ 삶, 사유, 논술

“매일 아침 일곱 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리 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막힌 꽉 막힌 사방이 막힌 널 그리고 우릴 덥썩 모두를 먹어 삼킨 이 시꺼먼 교실에서만 내 젊음을 보내기는 너무 아까워”(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중에서, 1994년)

슬프게도 학교는 종종 ‘감옥’에 비유된다. 입시와 연관될 때는 ‘지옥’과 짝이 되기도 한다. 물론 학교는 배움의 기쁨을 얻고 우정과 존경을 다지며 건전한 사회인을 양성하는 울타리이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감옥의 이미지와 연관되는 일도 매우 잦다. 90년대 초반, 학교 교육을 비판하는 서태지의 ‘교실 이데아’가 나왔을 때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환호했다. ‘10대 대통령’으로 등극한 서태지는 성스러운 학교를 누구나 씹는 껌으로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의 마음속 불만이 대중가요에 업혀 양지에서 상품으로 대량 유통되었다.

혹자는 학교를 공간의 3중 감옥이라 말한다. 교문에서 차단하고, 건물에서 차단하고, 마지막으로 교실에서 차단한다는 뜻이다. 차단한다는 것은 공간의 이동을 제한하는 규율과 맞물려 있다. 학교는 교실을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어디를 가든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아무 때나 벗어나도 되는 곳이 아니다. 교실에서는 교사가, 교문에서는 수위 아저씨가 관리한다. 학교는 학생이 언제 어느 위치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한다. 학교건축은 ‘갇힌다’는 느낌의 첫 번째 형식적 조건이다.

공간의 제한은 시간의 관리를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우리의 활동은 ‘시간표’가 정해 준다. 학생은 정해진 시간까지 등교해야 하고 개인의 학습 진행 수준과 상관없이 짜여진 시간표대로 공부한다. 배가 고파도 참아야 하고 고프지 않아도 시간에 따라 밥을 먹어야 한다. 년월별로 짜여진 교과과정은 시간표의 확장된 형태이다. 학교 행정은 바로 ‘갑갑함’의 두 번째 형식적 조건이다.

그런데 이 쯤 되면 ‘감옥 같은’ 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곧’ 감옥인 셈이다. 너무 삐딱하게 느껴지는가? 삐딱함의 대가이자 프랑스의 대표 철학자인 미셸 푸코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정도도 약과다. 그 유명한<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학교 뿐 아니라 근대 사회의 모든 제도가 사실은 개인을 통제하는 감옥이라고 주장하였다. 근대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합리성의 기반위에 성립된 것 같지만, 사실은 무수한 미시 권력 안에 우리들 개개인을 가두고 있다는 것이다.

군주가 다스리던 시절에는 가혹한 고문과 공개처형을 통해 범죄자를 다스렸고 사람들은 이것을 보며 권력의 파워를 학습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는 규율과 훈련을 통해 질서에 적응하는 ‘착한 몸’을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권력은 과거처럼 물리적으로 개인을 통제하지 않고 ‘순종하는 신체’로 길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우리들은 가정, 학교, 교회(성당 또는 절), 군대, 공장(또는 회사), 병원 등 여러 제도 속에서 생활한다. 그 안에서 매순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 “웃어른께 공손해라”,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도둑질 하지 마라”, “거짓말 하지 마라” 등의 규율을 만난다. 군대에서는 걷는 법, 말하는 법, 무기를 정돈하는 법 등을 꽉 짜여진 스케쥴에 따라 배운다. 이윤 극대화를 원하는 작업장에서도 성실함과 시간 준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가 몸에 무리가 오면 병원에 간다. 병원에서도 역시 환자로서 지켜야 할 규율들에 몸을 맞춘다. 이 모든 시스템은 연속되어 있고 훈련된 규율 덕에 사회는 안정된다.

이 과정에서 푸코가 가장 주목했던 통제 장치는 바로 ‘시선’과 ‘기록’이다. 교탁 위에서 교사의 시선이 학생들을 향할 때, 간호사의 시선이 아픈 환자를 돌볼 때, 간수의 시선이 죄수를 훑을 때 각자는 규율에 맞는 행동을 갖춘다. 그리고 개개인은 평가에 따라 특별히 처리되고 기록된 자료가 우리를 증언한다. 학생들은 생활기록부에, 환자들은 진단기록에, 소비자들은 고객 카드에, 직장인들은 인사기록 카드에 축적된다. 기록된 권력 앞에서 우리는 쉽게 ‘보여지고 알 수 있는’ 대상이 된다. 그래서 푸코는 근대 권력을 ‘일망 감시 장치’, 즉 ‘파놉티콘’이라 명명했다. 바로 중앙의 높은 탑에서 모든 죄수들을 한 눈에 감시할 수 있는 원형 감옥 시스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사는 근대 사회는 한낱 포로수용소인가? 학교는 교사가 지키는 감옥이고, 직장은 상사가 지키는 감옥일 뿐인가? 그렇지는 않다. 중앙의 높은 탑에는 누구나 들어갈 수 있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의식이 죄수들의 행동을 지배한다. 그래서 죄수들 스스로가 감시 권력을 작동시킬 따름이다. 누가 권력을 가졌는가 하는 문제 보다, 권력이 이런 식의 관계망 속에서 작동되는 그 자체가 비극적인 일이다. 결국, 자유를 억압하는 주범은 학교만이 아니다. 학교가 가장 욕을 먹는 까닭은 인생에서 가장 생기발랄하고 질풍노도를 겪는 시기에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우울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에게 과연 ‘자유’는 가능한 걸까. 푸코는 말년에 <자기의 테크놀로지>에서 ‘자신을 생산하는 주체들’을 대안으로 강조하였다. ‘자신의 욕망에 대한 노예 상태를 벗어나’고 ‘자신을 고안하고 창조하고 만들’자는 말이다. 우리 학생들이 ‘자신을 생산하는 주체’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이것을 행하게 된다면 자신의 인생 뿐 아니라 문명의 감옥과도 맞서는 위대한 일이 될 것이다.

하루 하나씩 친구와 나누는 20분간의 대화

1. 학생들은 강제적으로 실시하는 야간 자율학습에는 저항하지만, 막상 지도교사의 감독이 없는 야간 자율학습은 싫어한다. 그 까닭은 무엇인지 이야기 해 보자.

2. 선생님이 나를 유심히 쳐다봐 주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타인의 시선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과 느낌을 분류해 보자.

3. 다른 사람에게 내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기게스의 반지’를 수중에 넣었다고 하자. 자신은 보여지지 않으면서 무엇이든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무엇을 가장 하고 싶은 지 이야기해 보자.

4. 골목길의 감시 카메라(CCTV) 설치와 전자 교통카드 도입은 시행 초기에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기기들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5. 누리꾼들은 인터넷 댓글이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선택적으로 숨기거나 드러낸다. 이 사람들이 ‘자신을 생산하는 주체’로서 ‘파놉티콘’의 바깥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자.

6. 2002년, 응원을 마친 후 자기 쓰레기를 스스로 치웠던 붉은 악마들의 모습은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이 행위는 내재화된 훈련의 결과일까, 시선의 영향일까, 주체적 행위일까? 입장과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자.

관계를 체계적으로 파악하려면?

‘A와 B는 어떻게 다른가’와 ‘A와 B는 어떻게 같은가’를 사용해 보세요. 전자는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후자는 보편성을 드러냅니다.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권희정/상명대부속여고 철학·논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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