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천하의 중심 고구려/주몽/고구려를 세운주몽
중국은 2004년 4월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역사를 지웠다. 그에 맞춰 중국 신문과 방송에서도 일제히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부’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동북공정’(동북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대한 일련의 연구 과정)을 통해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독차지하려는 정치적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고구려사는 더 이상 기성세대나 정부, 학계 차원만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자칫하면 우리 역사의 뿌리가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고구려사를 가르치는 의미는 각별하다. 때마침 <고구려>(언어세상) <천하의 중심 고구려>(웅진씽크빅) <주몽>(황금나침반) <고구려를 세운 주몽>(마야) 등 고구려 관련 책들이 잇따라 선보여 관심을 끈다.
중국의 가당찮은 역사왜곡 맞서… ‘우리 것’ 지키는 속시원한 역사탐험
나이따라 골라보는 ‘눈높이 고구려’
평생 재야에서 한국사를 연구해온 역사학자 이이화씨가 청소년용으로 쓴 <고구려>는 고구려 역사에 대한 당찬 역사가 담겨 있다. 중국과 대등하게 맞서는 한편 북방 민족을 통합해 대제국을 건설했던 고구려의 정치와 역사, 문화를 깊이있게 다룬다. 즉, 국가 태동기의 주변 상황과 건국에 얽힌 주몽 설화가 갖는 역사적 의미에 대해 광개토대왕비문과 삼국사기의 시각 차이를 짚어내고, 광개토대왕비문에 실린 역사적 사실들과 배경에 숨겨진 뜻, 그에 얽힌 신라와 백제·왜의 관계를 속시원하게 풀어낸다. 또 동아시아의 대제국으로 군림하기까지 줄곧 이어지는 숨가뿐 정복 전쟁과 영토 확장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고 있으며, 후연·수·당 등 700년 동안 이어지는 중국과의 관계도 명확하게 짚어낸다.
<천하의 중심 고구려> 역시 아이들의 수준에 맞춰 자랑스러운 고구려 역사를 생생하게 재현한다. 고구려가 관료제를 확립하고 율령을 반포하고 불교를 수용하며 강력한 체제를 구축한 뒤, 광개토대왕, 장수왕대를 거치며 동북아시아의 지배자로 우뚝서는 과정을 실감나게 설명하고 있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작가진과 소설가 홍석주씨가 같이 쓴 <주몽>은 고대사 분야 여러 전문가의 고증작업을 바탕으로 버려져 있던 고구려사를 되살린 작품이다. 우리 민족의 활동 영역을 한반도 안으로 국한시켰던 단군-기자-마한-신라 중심의 고대사 인식 체계를 버리고, 단군-부여-고구려 중심의 한국사 체계를 제시함으로써 우리 민족의 활동의 장을 드넓은 북방으로까지 확대한다. 고구려의 시조 주몽을 중심으로 한 영웅들의 통쾌한 무용담과 지극한 애민정신, 해모수를 비롯한 고조선 유민들이 목숨을 초개같이 여기며 지켜내는 신념과 우정 등도 충실하게 복원했다.
올초 10권짜리 <우리나라 삼국지>를 펴내 청소년들에게 한반도 중심의 역사관을 강조했던 임동주씨가 낸 <고구려를 세운 주몽>은 역사적 긍지와 자부심을 뿌리에 갈고 신화속 인물에 머물렀던 ‘주몽’을 자랑스러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부활시키고 있다. 아울러 해모수, 유화, 소서노, 금와 등 우리 선조들이 놀라운 기개와 탁월한 예지를 바탕으로 난관을 극복하며 거대한 역사를 창조해가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나이따라 골라보는 ‘눈높이 고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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