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인에게 듣는 나의 전공
맞춤 가구 제작자 정철태씨
벌써 7년 전 일이다. 대학 영문학과에 다니던 정철태(33) 씨는 나무 먼지 폴폴 날리는 한 가구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곳에서 풍기는 땀 냄새, 페인트 냄새에 이끌렸던 것도 같다. 문을 열고 들어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2년 동안 일하면서 가구 만드는 법을 배웠고, 평생 직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맞춤 가구 전문 업체 ‘마이 퍼니처’를 직접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당시엔 맞춤 가구라는 게 생소했어요. 지금은 전국적으로 수많은 맞춤 가구점이 생겼고, 의자 하나도 재질과 제작 방법에 따라 5만원짜리, 50만원짜리, 5백만원 짜리를 만드는 곳도 있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만의 가구’를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경쟁 업체가 많아졌는데도 수입은 별 지장 없어요.”
정씨가 만드는 가구는 책 꽂이용 작은 나무 상자부터 거실 한쪽 벽을 채우는 붙박이장까지, 크기와 모양·용도·색깔이 제각각이다. ‘전자레인지를 수납할 수 있는 식탁’이라든지 ‘아이 옷장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장난감 정리함’ 같은, 보통 가구들의 모양새나 쓰임새와는 조금 다른 가구들도 종종 만든다.
그의 매장(혹은 작업장)은 중세 도제 수공업을 연상시킨다. 우선 온라인 주문이 거의 없다. 고객들은 매장을 직접 찾아와 필요한 가구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그와 직원들은 설명을 토대로 도면을 그린다. 도면에 맞춰 나무를 자르고, 깎고, 이어 붙인 뒤 천연 페인트를 칠하고 말린다. 하루에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가구는 6단 서랍장 한 개 정도. 덩치 큰 가구는 하루에 못 끝내니 다음날 출근해 다시 자르고 깎고 이어 붙인다. 요즘은 가구 박람회 등 그가 만든 가구를 선보일 기회가 많아서, 새로운 콘셉트의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제작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
그러나 마이 퍼니처 직원 중에는 디자인 관련 전공자(산업디자인학과)가 단 한 명 뿐이다. 전기공학, 경찰행정 전공자도 있다. 정 씨는 “디자인 전공자들은 스케치를 잘 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이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능력”이라고 잘라 말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막연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사소통을 잘 해서 고객이 ‘마음 속으로 진짜’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어야 해요. ” 또 한 가지, 맞춤 가구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야무진 꿈은 버려야 한다. 이 일이 하루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량이 정해져 있는 ‘수공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라. 마이 퍼니처는 업계에서 꽤 ‘잘 나가는’ 축에 들지만, 숙련된 직원의 연봉은 3천만원선, 사장인 그의 수입도 일 년에 6천 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무의 속 만큼 사람 속을 잘 알고, 큰 돈 욕심 없이 정직하게 나무를 깎는 이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꼭 필요한 가구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뿌듯함이죠. 고객이 내가 만든 가구가 맘에 든다고 할 때, 조마조마하던 느낌이 싹 사라지면서 주위에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아요.”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그러나 마이 퍼니처 직원 중에는 디자인 관련 전공자(산업디자인학과)가 단 한 명 뿐이다. 전기공학, 경찰행정 전공자도 있다. 정 씨는 “디자인 전공자들은 스케치를 잘 하고 창의적인 디자인을 할 수 있는 강점이 있지만, 이 일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능력”이라고 잘라 말한다. “고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막연한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고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사소통을 잘 해서 고객이 ‘마음 속으로 진짜’ 원하는 가구를 만들 수 있어야 해요. ” 또 한 가지, 맞춤 가구를 만들어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야무진 꿈은 버려야 한다. 이 일이 하루에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작업량이 정해져 있는 ‘수공업’이라는 점을 기억하시라. 마이 퍼니처는 업계에서 꽤 ‘잘 나가는’ 축에 들지만, 숙련된 직원의 연봉은 3천만원선, 사장인 그의 수입도 일 년에 6천 만원을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무의 속 만큼 사람 속을 잘 알고, 큰 돈 욕심 없이 정직하게 나무를 깎는 이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꼭 필요한 가구를 내 손으로 만든다는 뿌듯함이죠. 고객이 내가 만든 가구가 맘에 든다고 할 때, 조마조마하던 느낌이 싹 사라지면서 주위에 햇살이 비치는 것 같아요.” 글·사진 이미경 기자 friend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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