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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에 자주 오는 5학년 한수 별명은 호기심 박이다. 요즘 호기심 박의 머릿속에는 온통 환경문제뿐이다. 사회시간에 환경보존과 개발에 대해 배우는데, 그 두 가지를 공존시킬 방법이 도대체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에는 도시와 촌락에 대해 배우면서, “시골을 살기 좋게 만든다고 도시처럼 개발하면 큰일이겠죠? 그렇다고 그냥 불편하게 살라고 하면 다 도시로 가버릴 텐데,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해요?” “저기, 파란색 라벨 붙은 500번대 기술과학 코너 있지? 거기 세 번째 줄이 환경 책들 모아놓은 곳이야. 거기 가면 혹시 네가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실이 제일 한가한 수요일 오후에 현수와 함께 펼쳐든 책은 <숨 쉬는 도시 꾸리찌바>였다. 환경문제를 다루었다고 하면 일단 답답해지고 한숨부터 나지만, 꾸리찌바 도시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띄워지고 희망이 보인다. 그림도 밝은 원색이라 사람을 참 기분 좋게 해준다.
현수는 책 속의 주인공 환이와 함께 신나게 꾸리찌바를 여행하고 있었다. “와! 선생님, 여기는 걸어다니는 사람이 먼저래요. 차가 다니지 못하는 곳도 있대요.” “와! 여기는요, 나무도 다 등록되어 있대요. 그래서 함부로 못 벤대요. 헉, 그럼 꽃을 꺾으면 잡혀갈까요? 나는 가끔 꺾을 때도 있는데.” “이것 좀 보세요. 3층짜리 도서관을 초등학교랑 연결해 두었대요. 끝내준다. 학교가 정말 신나겠어요. 그렇죠? 점심 먹고 구름다리 같은 걸 건너서 도서관으로 가는 건가요?”
아이의 호들갑에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엄마가 공원에 가거나 장을 보러 갈 때 이용할 수 있는 폐전차 놀이방, 재활용 쓰레기를 가지고 가서 생활필수품이나 꽃이랑 바꾸어오는 녹색 교환의 날, 정말 이 도시 사람들은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요, 선생님, 이거 다 그냥 지어낸 이야기죠? 이런 데가 어디 있어요?” “아니야, 정말 있대. 선생님도 가보지 않았지만, 브라질에 진짜 있는 도시야. 원래는 가난한 보통 도시였는데, 35년 전에 한 사람이 시장님이 되면서 이렇게 멋진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단다. 지금도 별로 부자 도시는 아닌데, 그래도 주민들은 이곳을 떠나기 싫어한대. 우리 지도에서 찾아볼래? 여기 있잖아. 꾸리찌바시는 브라질 남부 빠라나주의 주도로 인구 230만명이고….” “와, 여기 가보려면 돈이 얼마나 들어요? 저 여기 가볼래요. 돈 많이 벌어서 엄마랑 꼭 가볼래요.”
현수 덕분에 나는 내내 꿈의 도시와, 그 속에서 행복해할 현수와 그 엄마를 떠올리며 덩달아 행복해졌다. 이 맛에 나는 사서교사를 한다. 안순혜 글, 박혜선 그림. 파란자전거/7800원.
범경화/대전 복수초등학교 사서교사 bkh09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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