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갈현초등학교 5학년9반 학생들이 지난 15일 학급 문집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열린 종업식에서 담임인 박영일 교사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서울 갈현초등학교 5학년9반 학생들이 지난 15일 학급 문집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열린 종업식에서 담임인 박영일 교사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http://img.hani.co.kr/section-kisa/2005/02/20/005006001120050220R02229083_0.jpg)
서울 갈현초등학교 5학년9반 학생들이 지난 15일 학급 문집 출판기념회를 겸해서 열린 종업식에서 담임인 박영일 교사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그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지난 15일 밤 서울 갈현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이색적인 종업식이 열렸다. 이 학교 5학년 9반 아이들과 담임인 박영일(34) 교사가 교실 안팎에서 1년 동안 울고 웃으며 함께한 삶의 기록을 담은 책의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린 깜짝 파티였다. 이날 행사에는 학부모 50여명과 정년퇴직을 앞둔 이문일 교장을 비롯한 동료 교사들도 참석해 박 교사와 아이들이 1년 동안 남긴 삶의 흔적을 엿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박 교사는 “1년 동안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학부모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조촐한 종업식 겸 출판기념회를 마련했다”며 “아이들에게도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두루누리 2004 감동이 있는 교실〉(백의출판사)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나온 이 책의 부제는 ‘박샘과 46명 아이들의 러브스토리’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교사와 아이들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가 오롯이 담긴 학급 문집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요즘 흔치 않은 사제지간의 정과 사랑이 새록새록 묻어난다. 이 책은 아이들의 일기와 박 교사의 짤막한 답글, 사진작가이기도 한 박 교사가 찍은 아이들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표정이 살아 있는 사진이 정겹게 느껴진다. 아버지 축구대회, 숲 체험, 나눔교육, 떡볶이 파티, 나머지 공부, 나눔의 집 방문 등 박 교사와 아이들의 1년 동안의 일상들이 글과 사진으로 펼쳐진다. 그 일상들에는 ‘더불어’(공동체성), ‘두루’(다양성), ‘누리’(자기주도성)라는 박 교사의 교육철학이 곳곳에 배어 있다. 박 교사가 학부모에게 보낸 꼼꼼한 가정통신문을 훔쳐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들의 노래와 리코더 연주로 시작한 이날 행사는 이 책의 엮은이인 박 교사의 책 증정으로 끝을 맺었다.
박 교사는 책에 일일이 서명을 하고 ‘두루누리’라는 도장을 찍은 뒤, 미리 준비한 단풍잎 하나씩을 꽂아 학부모들에게 한 권씩 나눠 줬다. “1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라는 인사말도 오갔다. 아이들에게도 5권씩을 나눠 줬다. 아이들도 공동 저자인 만큼 각자 자기가 주고 싶은 사람에게 나눠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손정연(13)양은 “우리 글과 사진이 실린 책을 보니 내가 태어난 것처럼 기쁘다”며 “평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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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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