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학년도 대학입시부터 내신이 대폭 강화되는 가운데 고3들은 수능뿐만 아니라 내신 점수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광주의 한 여고의 중간고사 풍경
1318리포트
서울 ㅅ고 3학년 강아무개(18)군은 중간고사가 3주도 넘게 남았지만 내신 대비에 분주하다. 영어가 일주일에 9시간이나 되어 시험 범위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학년때 영어는 4단위에 불과했다. 게다가 학교에서 교과서 외에 추가적으로 보충교재나 문제집을 가르치기 때문에 예전처럼 ‘교과서 본문을 외우고 시험을 보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듣기시험 또한 빠지지 않아서 영어시험은 3주 전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무척이나 빠듯하다. 그렇다고 고3이 수능 공부를 제쳐두고 내신 대비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강 군은 이래저래 고민이 많다.
그나마 이렇게 정해진 시간표 안에서 진도를 나가는 것은 비교적 양호하다. 서울은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경기도로 시선을 돌리면 상당수의 학교가 보충수업 시간에 교과 진도를 나가 시험에 반영하고 있다. 경기도의 ㅇ고등학교는 수학이 일주일에 7시간이지만(자연계 기준) 보충수업을 포함할 경우 15시간이다. 때문에 학생들은 시험을 따로 준비하기는커녕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도 바쁘다. 이 학교 3학년 오아무개(18)양은 “이렇게 많이 진도를 나가면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지쳐서 수업의 효율성이 크게 떨진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대부분의 고3 수업은 수능을 대비해서 교과서와 문제집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편성된 시간표를 봐도 대다수가 영어, 국어, 수학, 탐구(사회, 과학) 등의 과목이고 그 외의 과목들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더욱이 토요휴무제가 월 2회로 확대되면서 대다수 학교가 수업 시수를 채우기 위해 재량시간을 없애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에 국영수의편중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1, 2학년 때에는 2주 전부터 학교 시험을 준비해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지만 3학년 때는 수업의 양이나 내용으로 봤을 때 그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물론 국영수 위주, 문제집 풀이 수업방식에 대해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의 학생들이 “1학년 때처럼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을 하면 수능은 언제 준비하느냐”는 생각으로 위와 같은 수업 방식에 동의한다. ‘단순암기식’이 아닌 ‘수능형’으로 출제되는 학교 시험이 비록 어렵고 공부할 게 많을 지라도 결국은 수능 공부한다 생각하고 그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문제는 교사들이 ‘빨리 교과서를 끝내고 문제집 풀이를 시작해야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교과서의 진도를 지나치게 빨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수능 대비에 하루하루가 아쉬운 고3 학생들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차라리 문제집으로만 수업하자”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이다. 수험생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머리가 아픈 고3들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교과 운영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동수/1318리포터, 서울 상문고 3학년 nak-core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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