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중학 프리미엄’ 연말까지 무료 이용
강남인강, 1년 5만원에 무제한 이용 가능
부산교육청, 전국 최초 교육청 인강 개설
경기교육청 ‘하이러닝’, AI기반 맞춤 교육
“오는 3월 각각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세 살 터울 두 아이의 학원비가 이달부터 크게 올랐어요. 남들 다 다니는 학원을 보내지 않을 수 없고, 보내자니 비용 부담이 너무 크고. 요즘에는 인터넷 강의(인강) 사이트도 많이 생기는데, 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권진희(47)씨처럼 초·중고 자녀를 둔 부모에게 사교육비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41만원으로 초등학생 37만2천원, 중학생 43만8천원, 고등학생 46만원이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 기준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천원으로 초등학생 43만7천원, 중학생 57만5천원, 고등학생 69만7천원으로 나타나는 등 가계에 적잖은 부담을 주고 있다.
권씨의 바람처럼 ‘인강’으로 사교육비를 줄일 방안은 없을까? 지자체와 교육청 등이 운영하는 학습 플랫폼이나 인터넷 강의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무료로 이용이 가능할 뿐 아니라 설령 유료 서비스라고 해도 사교육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가성비가 뛰어난 공교육 인강으로는 유료 서비스인 초등온(on.ebs.co.kr), 중학 프리미엄(mid.ebs.co.kr)을 제외하고 EBS 교재와 연계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육 전문 공영방송 EBS가 대표적이다. 유아(www.ebs.co.kr/anikidsmain)와 초등(primary.ebs.co.kr) 콘텐츠, 특히 EBS 수능(ebsi.co.kr) 강의는 2004년부터 20년 동안 사교육비 경감에 이바지했다고 평가받는다. 현직 교사와 현직 유명 강사가 참여해 수준 높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며, 대학수학능력시험과 EBS 교재 및 강의와의 연계율이 최대 50%에 달해 대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무료로 이용했던 ‘EBS 중학 프리미엄’의 전 학년 전 강좌를 올해 연말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초·중·고생 모두 EBS 인강 무료 이용이 가능해진 셈이다. ‘인강’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만들고 심화학습을 하는 데 도움을 주며, 자신에게 맞는 강사의 교육을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무한 반복해서 들을 수 있는 등 여러 장점이 있다.
지자체 인강으로는 대표적으로 서울시 강남구청이 2004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강남구청 인터넷수능방송(강남인강, edu.ingang.go.kr)’을 꼽을 수 있다. 강남구는 물론 다른 지자체 초·중·고교생도 1년 5만원(강남구 거주자 50% 할인)으로 중등 및 고등 과정을 포함해 365일 2만여 개 강의를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내신·수능 강의가 단원별로 구성돼 있을 뿐 아니라 개념완성, 심화학습, 문제풀이 총 3단계로 이뤄져 있어 필요한 부분만 골라 듣는 것도 가능하다. 피디에프 파일 형태로 교재가 무료로 제공되지만 자이스토리, 일등급수학, 블랙라벨, 개념원리 등 시중 교재를 활용한 강의도 개설돼 있어 강의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부산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부산형 인터넷강의’(b-ingang.pen.go.kr)는 전국 최초로 공교육에서 인터넷 강의를 직접 제작한 사례다. 지난해 부산지역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국어, 수학, 영어, 전국연합학력평가 해설(국어·수학·영어 영역) 등의 강의를 개설했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부산지역 교사가 강사로 참여했으며, 교재를 무료로 배포한다. 문제풀이 기술 전수에 집중된 사교육 인터넷 강의와 달리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기본 개념원리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수강인원이 6천여 명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올해 중1 강의까지 확대할 예정으로 2025년 중1·2 및 고1, 2026년 중1·2·3 및 고1 과정을 개설할 방침이다.
최경미 부산시교육청 학력개발원 교육연구사는 “고등학교 1학년 1·2학기 과정, 총정리 과정은 현재 운영 중에 있고, 중1 과정 강의를 담당할 교사를 선발하고 있다”며 “5월부터 1학기 과정, 9월부터 2학기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의 ‘하이러닝’(hi.goe.go.kr)은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다른 인터넷 강의들과 구별된다. 학생의 학습 진단, 맞춤형 수업 설계, 교수학습을 지원한다. 교사가 학교 수업 시간에 활용하는 것과 별개로 학생들은 AI와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다. 본인에게 맞는 수업을 찾기 위해 맞춤형 추천 영상이나 AI 학습 진단을 이용할 수 있는데, 문제를 푼 결과에 따른 오답 여부 및 이유 같은 피드백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경기도 내 162개교에서 초 4학년, 중 1학년, 고 1학년 대상으로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5개 교과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올해 초4~5, 중1~2, 고1~2로 확대하고, 2025년 초4~6, 중1~3, 고1~2로 시범 운영을 확대한 뒤 전면 운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학교 밖 청소년 및 저소득층 학생을 대상으로 2021년부터 인터넷 강의 교육 지원 플랫폼 ‘서울런’(slearn.seoul.go.kr)을 운영 중이다.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중위소득 50%(법정 한부모 법정소득 60% 이하·청소년 한부모 가정 중위소득 72% 이하) 이하 차상위계층 가구의 6∼24살이다. 이들은 서울런을 통해 유명 사설 인터넷 강의는 물론 EBS 초등·중학, 고교 강의인 EBSi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유료 사이트인 EBS 초등 ON도 올해 상반기 중 서울런을 통해 서비스될 예정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