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의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에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에서 공교육 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문제가 출제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강민정·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수능 수학영역 46개 문항 가운데 6개 문항(13.04%)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공통과목 14·15·22번과 선택과목 중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28번, 기하 30번이다. 사걱세는 “22번 문항은 대학과정의 함수방정식에 준하는 함수 부등식을 해석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라며 “이는 명백히 대학과정의 선행학습을 한 학생에게 유리한 문항이다. 또 도함수를 활용해 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추측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지나치게 복잡해 교육과정을 벗어난다”고 짚었다.
나머지 5개 문항도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이나 평가 방법, 유의사항을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공통과목 14번은 함수의 극한에 관한 문제로, 사걱세는 “교육과정 성취기준에서 벗어났고 특정 사교육 교재를 푼 이들에게만 유리한 문항”이라고 했다. 공통 15번은 경우를 지나치게 복잡하게 나눠야 해서 경우의 수 단원의 교육과정 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확률과 통계 30번과 기하 30번은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고, 미적분 28번은 교육과정 교수·학습·평가 방법 및 유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걱세는 “사교육을 경감하고 개념 중심의 공교육이 힘을 얻으려면 철저히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 원리에 입각한 문항 출제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수능은 교육과정을 유일한 출제 기준으로 삼기보다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항, 과도한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 등 특정 유형 배제에만 천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수능 당일 교육방송 현장교사단은 “(수학 공통 22번 등이) 교육과정에 위배되는 킬러문항 수준의 문제는 아니”라며 “불필요한 개념으로 실수를 유발하거나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의 문항,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을 배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걱세 쪽은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공정수능 평가자문위원회와 출제점검위원회의 기능을 다시 확인하고 검토 단계를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수능에 공교육 과정을 벗어난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도록 수능을 선행교육규제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관련 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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