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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으로 들어온 인공지능(AI)이 학생들의 학습 격차를 줄이고 개별 맞춤형 교육을 지원할 수 있을까? 이제 막 발걸음을 뗀 상태라 성공 여부를 재단하긴 어렵지만 조금 더 세심한 고려를 통해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쌍둥이인 딸과 아들은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디벗’이라는 태블릿 스마트 기기를 받았다. 서울에 거주하는 모든 중학교 1학년생이 개인 태블릿 피시로 공부하는 세상에 진입했다니…. “역시 우리나라는 디지털 강국”이라며 환호했다.
그런데 ‘디벗’의 활용도가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한다는 걸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일단 비장애인 딸의 경우 ‘디벗’ 활용이 교과서의 디지털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 이미 책으로 있는 교과서가 태블릿 피시 안에도 있다는 것 말곤 어디에 또 사용해?”
“자료 찾는 거? 검색해.”
다른 장점은 없냐고 묻자 피피티(PPT) 제출이 쉬워졌다고 했다. 이전엔 피피티를 유에스비(USB)에 담아 제출했는데 이젠 ‘디벗’을 통해 곧바로 제출하면 되니 편하다고.
발달장애인 아들 경우엔 기대와 달리 ‘디벗’을 수업에 활용하긴커녕 교실에서 숨겨야 하는 상황이다. 한글도 모르는 녀석이 대체 검색은 어떻게 한 건지 수업 중 ‘디벗’을 받으면 그대로 유튜브로 직진해 애니메이션만 보고 있어서다.
‘디벗’의 활용도가 애초 기대했던 바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때 딸 학교에서 ‘디벗’을 활용한 AI 수학반이 운영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매쓰홀릭’이라는 앱을 통해 수학 공부를 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학생이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찾아 학생 수준에 맞게 단계별 학습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AI 선생님이 학생 맞춤별 학습을 실시하는 셈.
특수교육에도 인공지능 도입이 추진될 계획이다. ‘2022 교육과정개정안’에 따라 앞으로 국어 과목부터 AI를 통한 디지털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국어 시간에 누군가는 사물의 명칭과 개념을 익히고, 누군가는 한글을 배우고, 누군가는 6하원칙에 따른 글쓰기를 하는 등 개인별 맞춤 학습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 안으로 들어온 인공지능이 성공적으로 그 역할을 하기 위해선 말 그대로 ‘디벗’의 실제 활용도가 높아져야만 한다. 학원 숙제만으로도 벅차 ‘매쓰홀릭’은 들여다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을 ‘학원’에서 ‘디벗’으로 끌어올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이 마련돼야 하고, 아들처럼 태블릿 피시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장애 학생을 위한 대책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놓고 “공교육도 인공지능의 세계에 진입했다”며 자화자찬한다면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도 없다. 지금까진 큰 기대가 없었지만 AI 교육이라는 새로운 도전 앞에서 앞으로는 다를 수 있길 바라며, ‘디벗’의 활약에 기대를 한번 해본다.
류승연 |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