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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학은 결국 문해력…“필사를 권합니다”

등록 2023-08-28 15:57수정 2023-08-31 13:08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학공부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이 지난 16일 초등학생 가족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문해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이 지난 16일 초등학생 가족들을 대상으로 ‘수학과 문해력’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

“혹시 ‘가제(假題)’가 무슨 뜻인지 알아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이 물었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어려운데요”라고 답했다. 그 옆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은 “모르겠는데요”라고 답했다. 지난 16일 오전 서울시공익활동공간 삼각지에서 진행된 ‘최수일 박사님과 함께하는 초등수학 클리닉’ 강의는 이렇게 시작했다. 최수일 센터장은 서울대 수학교육과 박사 출신으로 ‘전국수학교사모임’을 만들고 여러 차례 수학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참여한 바 있다.

20여명의 초등학생과 부모들이 참석한 이날 강의에서 최수일 센터장은 “수학 문제는 모두 문해력”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휘를 알고 이해해야 국어 지문을 독해할 수 있듯이, 수학에서 ‘정의’를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는 아이들에게 ‘홀수’ ‘삼각형’ ‘평행사변형’ ‘사다리꼴’ 등의 정의가 무엇인지 물었다. 안타깝게도 정의를 정확히 말하는 아이들은 드물었다. ‘홀수’에 대해선 ‘1, 3, 5…’라고 답하거나 ‘삼각형’에 대해선 ‘세개의 각으로 이뤄진 도형’이라고 답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홀수’의 정의는 ‘둘씩 짝을 지을 수 없는 수’이고, ‘삼각형’의 정의는 ‘세변으로 둘러싸인 도형’이다.

수학의 모든 출발은 ‘정의’이고, 정의에서 도출된 것이 ‘성질’이고, 정의와 성질을 합해 ‘개념’이라고 부른다. 최수일 센터장은 “정의는 국어의 어휘처럼 외우거나 이해하고 이로부터 성질을 도출할 줄 알아야 하는데, 많은 학생들이 정의와 성질은 대충 읽고 넘어간 뒤 공식과 문제 유형만 외워서 푸는 게 수학 교육의 현실”이라며 “수학 공부의 핵심은 개념 연결이며 개념을 연결하면 문제가 저절로 풀리기 때문에 문제집을 많이 풀 필요도 없고, 지적인 희열과 내적인 동기까지 생겨난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부의 원리는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는 “수학을 문해력으로 접근하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수학 공부가 아니며, 입시생도 공식과 유형만 외워서 푸는 것은 좋은 점수를 받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서 “아무리 늦었더라도 정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베스트셀러 수학공부법 책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이렇게 합니다’(블루무스)를 펴낸 26년차 수학강사 류승재씨도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을 보면 문해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많고,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문해력이 떨어지는 걸 많이 보아왔다”며 “수학 자체도 언어이기 때문에 문해력이 좋으면 개념 이해력과 정보 저장력, 분석력, 인출력도 좋아서 수학을 잘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문해력이 좋으면 개념서를 읽으면서 혼자 독해가 되기 때문에 학교 수업 뒤 혼자서 복습이 되지만, 문해력이 좋지 않으면 혼자 복습이 어려워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같은 도움을 받아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기 쉽다”고 덧붙였다.

‘초등 수학 문해력이 답이다’(포레스트북스)를 펴낸 박재찬 초등학교 교사도 “실제로 초등학교 교실에서 보면, 계산이나 연산 실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주어진 문제가 무엇이고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를 이해하는 문해력이 없어서 수학 문제를 못 푸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심화 문제나 긴 문장제 문제는 독해력이 있는 아이들이 확실히 잘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학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선 뭘 하면 좋을까? 

최수일 센터장은 “수학 교과서에 나온 개념들을 써보고 그려보고 필사를 하고, 자기 말로 설명해보거나 정리하는 노트화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수학에서도 국어 실력과 독서 능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초등 시기에는 독서를 많이 하는 게 결국 수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류승재 강사도 “초등 시기라면 독서를 많이 하고 어려운 책까지 읽으면 더욱 좋고, 책을 읽은 뒤 독후감을 써보는 등 머릿속에 저장돼 있는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써보는 것이 수학적 사고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재찬 교사는 “노트를 보면 아이가 어느 정도 문해력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면서 “수업시간에 읽은 내용과 들은 내용을 내 것으로 곱씹어서 나만의 언어로 다시 꺼내놓는 게 제대로 된 노트 정리이며 이런 과정이 메타인지를 작동시킨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랜 기간 수학 개념과 언어와의 관계를 연구해온 최수일 센터장은 최근 전국수학교사모임의 문해력수학연구팀 교사들과 함께 문해력 향상에 기반한 초등학교 수학 교재를 출간했다. ‘박학다식 문해력 수학’(비아에듀)은 수학 개념을 이해하고 연결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키워서 사고력 문제와 문해력 문제까지 풀도록 돕는 교재다. 개념을 친구에게 설명하게 하고, 필사노트에 써보게 하는 게 포인트다. 학년별로 2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2∼4학년 교재가 우선적으로 출시됐다.

글·사진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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