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사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사거리 인근에서 열린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에 참석해 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교사가 위급 상황에서 수업 방해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이런 학생을 교실 밖으로 분리하거나 휴대폰과 같은 수업 방해 물품을 압수할 권한도 주어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을 발표했다. 이번 고시안은 초·중·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하며, 오는 18∼28일 행정예고를 거쳐 다음 달 공포·시행된다. 교육부는 2학기가 시작하는 다음 달 1일부터 고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된 뒤, 교육부는 교사의 학생생활지도권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한의 행사 범위와 방식을 구체화한 고시안을 이달 안에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고시안은 학교장이나 교사는 자신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수업 방해를 한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교사 자신이나 타인에 위해를 끼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긴급한 경우에 한해서다. 이런 물리적 제지가 이뤄지면 해당 교사는 이를 학교장에게 바로 보고해야 하고 학교장은 그 사실을 보호자에게 신속히 알려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체나 도구를 이용해 학생에게 고통을 가하는 체벌과는 다르다”며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까지 보장하기 위해 (예를 들면) 교사가 학생을 잡는 방식의 조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사는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할 경우 수업 방해 학생을 교실 안팎의 장소로 분리할 수 있다. △수업시간 중 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의 이동 △수업시간 중 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의 분리 △수업시간 중 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수업 이외의 시간에 특정 장소로의 분리 등의 방법이다. 구체적인 분리 장소와 시간, 학습지원 등은 학칙으로 정해야 한다. 수업 시간에 교사의 주의에도 휴대폰이나 부적절한 물품을 계속 사용할 경우 이를 학생으로부터 분리·보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또 학생이 자신이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물품을 소지하고 있다고 의심되면 소지품 검사도 할 수 있다.
고시안에 따르면 교사와 학부모의 상담은 사전 협의 뒤에 이뤄져야 한다. 학부모는 상담의 일시·방법 등에 대해 사전에 협의해야 하고, 교사는 근무시간·직무 범위 외의 상담을 거부할 수 있다. 상담 중 폭언·협박·폭행이 일어난다면 상담 중단도 가능하다. 또 교사는 학생의 건강한 성장·발달을 위해 전문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학부모에게 전문가에 의한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할 수 있다. 다만 교원의 생활지도에 학생이나 보호자가 동의하지 못할 경우 학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는 절차도 고시안에 함께 담겼다.
한편, 교육부는 ‘유치원 교원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따로 마련했다.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가 발생한 경우 유치원 규칙에 따라 해당 유아에 대한 출석정지, 퇴학, 보호자에 대한 부모 교육 수강과 상담 이수 조치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시도교육감은 보호자가 상담을 요청하더라도 상담이 제한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관할 유치원에 관한 규칙에 이런 내용을 포함하도록 해야 한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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