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로봇에 관한 안내문은 보충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상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사람 대신 로봇이 식당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것은 물론 요양원에서 노인들에게 게임과 일상 운동, 기본적인 대화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서 수상한 사람이나 몸이 아픈 사람 등을 발견하는 정찰 업무까지 맡고 있다. 이런 모습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갈수록 비대면 영역이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더 확산될 게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이 로봇을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로봇 관련 직업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지난 6월30일 일상생활에서 쉽게 로봇을 만나고 체험할 수 있는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로봇체험관’을 찾아 이용 설명문이나 안내문에 어렵고 낯선 표현이 있는지 살펴봤다. 10여 종의 다채로운 로봇을 볼 수 있는 로봇체험관은 예약 없이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20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공휴일은 휴무다.
로봇체험관이 자리한 로봇타워 1층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인공지능(AI) 기반 방역로봇이 기자를 맞았다. 방역로봇은 소독액을 분사하지 않고 침방울 등으로 바닥에 떨어진 바이러스를 99.9% 이상 살균한다. 체험관에 들어서니 어린이들이 신난 표정으로 곳곳에서 로봇을 체험하며 즐기고 있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로봇물고기’부터 ‘화가로봇’까지 다채롭게 펼쳐지는 로봇의 매력에 아이들은 행복한 모습이었다.
로봇암(Arm)이란 표현이 다소 낯선 만큼 ‘로봇팔’로 친근함을 더해볼 수도 있다.
로봇체험관에 가면 시민들은 필연적으로 전문용어를 마주하게 된다. “로봇암, 델타로봇, 휴머노이드 댄스, 웨어러블 로봇 같은 말은 좀 어려워요.” 여기 보이는 로봇 가운데 어려운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옆에 있던 한 초등학생이 대답했다.
일부 전문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충설명이 효과적일 수 있다. 이곳에서는 델타로봇에 관한 설명문이 눈길을 끌었다. ‘병렬로봇이라고도 하며 델타로봇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로봇팔의 한 종류로 3차원 공간에서 자유로운 동작을 할 수 있고 포장, 조립, 검사 공정에 널리 사용된다’고 보충설명이 자세히 적혀 있어 아이들의 이해를 도왔다.
‘로봇암’의 경우 ‘대표적인 산업용 서비스 로봇으로 넓은 반경에서 물건을 이동하거나 위험하고 미세한 작업을 할 때 큰 역할을 하는 로봇의 형태’라고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다. 다만 로봇암(Arm)이란 표현이 다소 낯선 만큼 ‘로봇팔’로 쓰는 건 어떨까?
안내문 ‘착용자의 상지 근력을 보조하여…'에서 상지근력은 ‘팔과 손 근육의 힘’으로 풀어쓸 수 있겠다.
‘웨어러블 로봇’에서 웨어러블은 ‘착용 가능한’을 뜻하는데, 2020년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외국어의 국민 이해도 조사’에서 국민의 평균 이해도는 34%지만 70살 이상 평균 이해도는 0%였다. 용어 자체의 어려움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진입장벽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체험관에선 웨어러블 로봇을 ‘옷과 같이 편안하고 쉽게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쉽게 소개했다. 다만 ‘착용자의 상지 근력을 보조하여 무거운 물건을 쉽고 간편하게 들 수 있습니다’라는 부분에서 한자의 뜻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상지 근력’이 무엇인지 뜻을 다시 찾아야 한다. ‘상지(上肢)’는 팔을 전문적으로 이르는 말로, 국립국어원에선 ‘팔과 손’으로 다듬을 것을 추천했다. 근력은 근육의 힘을 의미하므로 ‘팔과 손 근육의 힘’으로 풀어쓸 수 있겠다.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순화어를 널리 사용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음절 수가 길어져 간결하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므로 음절 수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웨어러블 로봇’은 ‘착용형 로봇’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착용형 기기’로 대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로봇의 발전 과정을 연표와 사진을 곁들여 쉽게 표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인간형 로봇’이란 쉬운 우리말로 바꿔 부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휴머노이드 댄스’의 뜻을 체험관에서는 ‘드론과 휴머노이드가 펼치는 공연 콘텐츠’라고 풀이하고 있지만 전문용어인 ‘드론’과 ‘휴머노이드’의 뜻을 모르는 이도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로봇체험관 관계자는 “원래 이곳에 전시된 제품의 이름이 ‘로보노바’였는데 용어가 낯설고 어려워 휴머노이드로 바꿨다”라며 “이는 ‘인간형 로봇’이란 쉬운 우리말로 바꿔 부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도 드론은 ‘무인기’로, 휴머노이드는 ‘인간형 로봇’으로 바꿔쓸 것을 권장하고 있다.
체험관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으로 ‘세계 로봇 역사’ 설명글을 접할 수 있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로봇의 발전 과정을 연표와 사진을 곁들여 쉽게 표현해둔 점이 좋았다. 시대별로 새롭게 개발된 로봇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해당 로봇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도 함께 실려 있어 관람객에게 대화거리도 던져주는 듯했다.
미래의 로봇은 아이들과 함께 즐기며 노래도 하고 노인이나 치매 환자의 말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로봇체험관은 이런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곳으로 아이들이 자주 찾는 만큼 더 많은 어린이가 로봇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나윤정 객원기자
감수: 김형주 상명대 국어문화원 교수
공동기획: 한겨레신문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