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학부모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교권 보호를 위한 여러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교사들의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며 이를 위한 구체적 대책 마련 필요성에 100% 동의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특수교육 대상자의 ‘특수한 교육’에 대한 고려는 별도로 논의해주길 부탁한다. 소통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특수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학부모 민원을 위한 소통창구를 일원화하는 방안이 현실성 있게 거론되고 있다. ‘딸의 엄마’로 대찬성이다. 솔직히 딸의 담임에겐 평생을 가도 따로 연락할 일이 없다. 대체 민원 넣을 일이 뭐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 딸 교육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교사의 몫이고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부모인 내 몫이라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교 보내고 나면 그걸로 끝. 그러면 얼마나 편할까.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아들은 학교와 가정이 협력해 어떤 교육적 목표와 행동적 발전을 함께 도모하지 않으면 나중에 이자가 잔뜩 붙은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발달장애’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학교와 가정이 한마음으로 협력하지 않는 상황에선 당사자가 퇴행하기도 하고 문제 행동이 극대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 전체의 학습권과 안전에 비상벨이 울리는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수교육 분야에선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이 디폴트(기본값)인 이유다.
그래서 부모의 학습적 의견 따윈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도 아닌 일반 교육과 달리 특수교육에선 ‘개별화회의’라는 형식을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에 대한 서로의 이해를 높이고 학습과 생활 목표를 함께 정하기 위해 ‘특수한 상담’을 하는 과정을 갖는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개별화회의 상담 후 개별 소통 여부는 온전히 교사 개인 재량이다 보니 편차가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편차를 줄이고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을까. 제도적으로 며칠에 한 번씩 소통하라고 정해놓으면 될까. 교사에게 업무폰을 제공해 전화 상담 시 녹음을 하고 알림장앱을 통해 소통하도록 유도하면 될까. 글쎄. 어림도 없을 듯하다.
특수교사가 학부모와의 소통에 사용할 시간과 에너지를 남길 수 있게 학교 수업과 행정 업무에서 교사를 지원할 보조 인력이 차고 넘칠 만큼 충원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학교 관리자와 교육부, 교육청은 이런 일을 해야 한다.
특수한 교육적 접근이 필요한 발달장애 학생이기에 특수교육을 받는다. 특수교육 영역에선 교사와 학부모의 협력이 너무나 중요한 요소다. 그 중요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여기저기서 장애 학생의 문제 행동이 도드라지고 교사는 지친다. 곳곳에서 녹음기도 등장하고 시시티브이(CCTV) 설치 요구도 끊이지 않는다. 그로 인해 모두가 힘들다.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교사와 학부모 간 소통 문제가 무대에 올랐다. 이왕 오른 무대, 제대로 된 결론 하나 들고 내려가길 기대해본다. 빈손으로 내려오는 건 사양한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