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앞에 추모화환들이 놓여 있다. 해당 학교에서 지난 18일 한 교사가 교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 이유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이라 알려졌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교육활동 침해 문제에 대한 교사들의 분노가 커지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이 일제히 ‘교권 보호법’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현장 교사와 전문가들은 학교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 상황을 교사 한명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학교와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주호 부총리는 20일 오후 전국시도교육감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국회에서도 선생님들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확고하게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 논의 중”이라며 “조속한 법안 통과를 위해 뜻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입장문을 내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교육부, 국회 교육위원회와 함께 법·제도적 정비를 위한 테이블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유 등 사건의 진상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숨진 교사가 학교폭력 사안 처리 과정에서 학부모 민원으로 고통받았다는 의혹이 일며 그동안 교육활동 침해로 쌓여온 피해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설움이 분출됐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에는 교권 보호를 위한 법안이 여럿 계류되어 있는데 주로 가해 학생 처벌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에 대한 조치 내용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교육부도 지난해 12월 교사의 교육활동을 중대하게 침해한 학생에 대한 징계 내용을 학생부에 기록하는 방안을 포함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을 확정했는데, 근거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시행할 수 있다. 이 밖에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와 관련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시책을 수립하라’는 내용을 담은 교원지위법 개정안(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한다’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태규 국민의힘 의원 대표발의) 등도 국회에 계류돼 있다.
현장 교사들은 학교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에서 학교와 교육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서울 동작고 학생부장을 맡고 있는 최민재 전국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날 <한겨레>에 “학교에서 사건이 터지면 내가 형사인지 교사인지 정체성 혼란이 올 정도”라며 “교실에 들어가도 (학폭) 사건에 대한 잔상이 맴돌아 교육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활동 침해는 교사의 권리뿐만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저해하고 공교육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학교 안팎에서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유·초·중·고 현직 교사들이 모인 좋은교사운동은 “교육당국은 현장의 어려움을 교사 개인의 책임으로만 맡겨둔 채,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등은 교사 혼자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학교 안에 공식 민원 창구를 만들고 객관적인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교사들이 학생을 통제하려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몰려) 소송을 당하는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아동학대 책임을 아예 면하도록 하는 정책보다는 큰 문제를 일으킨 학생을 지도할 전문가를 두고, 교사가 타이르다가 안 되면 이들이 지도하는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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