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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모두의 상담실] “마음건강 지키기, ‘셀프 관심’부터 시작해요”

등록 2023-06-16 11:02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지금 나의 마음은 건강할까? 놀랍게도 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만약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그것은 곧 정신건강의 문제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특히 청소년기의 우울증은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하는 원인이기에 더욱 문제가 크다.

올해 4월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들의 우울감경험률은 28.7%로 3년 전에 비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통계개발원이 발간한 ‘한국의 안전보고서 2022’를 살펴보면 최근 10대 청소년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청소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원인은 대체 무엇일까? 오동훈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를 만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함께 짚어봤다.

 

Profile

오동훈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

•연세온정신건강의학과의원 대표원장

•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임상연구조교수

•전 성폭력 피해아동을 위한 해바라기아동센터 진료의

•유튜브 채널 ‘뇌부자들’ 멤버

소아청소년정신과전문의로서 여러 청소년을 만나셨을 텐데요, 청소년들은 주로 어떤 마음의 질병을 가지고 정신과에 찾아오나요?

아무래도 ‘우울증’이 많아요. 보통 성인들은 ‘내가 너무 우울한 것 같다’라는 주관적인 감정으로 병원에 방문한다면, 청소년들은 같은 우울증이라도 다양한 증상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 없이 예민해지거나 짜증이 많아지고,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어지는 무기력을 느끼기도 하죠. 또, 머리가 어지럽고 배가 아프다거나 하는 신체적인 증상으로 발현되기도 해요. 정신의학적으로 설명하면 청소년기는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인지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완전하지 않고, 발달하는 과정에 있는 시기이거든요. 그래서 심리적인 문제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속에서 쌓이다가 직접적으로 몸에 나타나는 것이지요.

많은 청소년을 괴롭게 하는 마음의 병은 왜 생기는 걸까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위험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려주세요.

정신적으로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청소년들은 입시나 학업, 교우관계, 가족과의 갈등 같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지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은 아직 충분하지 않아요. 성인들은 ‘어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멀어지고 싶다’고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거리를 둘 수 있잖아요. 예를 들면 직장을 옮기거나 이사를 할 수도 있는데,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사대로 쉽게 환경을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자아정체성’에 대한 요인도 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자아정체성은 청소년 시기를 거쳐 형성됩니다. 그러다 보니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나 평가에 쉽게 영향을 받게 돼요. 그들이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는지,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좌우하기도 하죠.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고, 얼마든지 다른 사람과 어울리고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이 부족하다면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쉽지요.

 

정신과에서는 어떤 치료를 받게 되는지도 궁금해요. 선생님은 어떤 방법으로 내담자를 돕나요?

병원에 오는 내담자와는 먼저 초기 면담을 진행해요.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무엇이 힘들었는지,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듣습니다. 이후에는 심리 검사를 통해 내담자의 인지 기능과 정서적인 어려움을 분석하고,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진행할지 결정해요. 치료의 방법은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로 나뉩니다. 청소년의 경우는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하는 것을 추천하고 있어요. 보통 청소년과 부모님이 같이 병원에 방문하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따로 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청소년들은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만약 부모님의 양육 태도나 심리적인 상처, 정신질환 등으로 아이가 정신적인 문제를 안게 된 경우 함께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치료받는 기간은 생각보다 긴 편이에요. 초기에 발견된 우울증의 경우에도 9개월에서 1년 정도 약물을 복용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정신건강 문제는 단번에 호전되기 힘들고 재발할 위험도 커서 장기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에요. 치료를 받는 당사자와 그것을 지켜보는 가족도 인내심이 필요한 과정이죠.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겠네요. 그동안 상담을 진행하면서 잊지 못할 내담자와의 이야기도 많았을 것 같아요.

제가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정을 시작하고 나서 첫 번째로 만난 친구가 생각나요.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이는 배앓이가 너무 심해서 학교에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하루 종일 배가 아프니까 울기만 하고, 말수가 없는 아이라 저도 초반에 관계를 맺을 때 조금 애를 먹었죠. 매일 놀이치료실에서 같이 지내다 보니 문제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 있어 분리불안 증상이 있던 거예요. 나중에 경과가 좋아져서 퇴원했는데, 그 친구가 벌써 중학생이 되어서 가끔 제게 안부를 전하기도 해요. 건강하게 잘 자란 모습을 볼 때면 아주 뿌듯하죠. 하지만 몇 년간 치료를 이어나가도 호전이 없는 친구들도 보곤 해요. 청소년 때 저와 상담을 시작하고, 학교를 졸업한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치료를 받다가 결국엔 안타까운 선택을 한 친구도 있었어요. 그럴 때면 마음이 무척이나 무겁습니다.

 

최근 10대 학생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미디어에 보도된 자살을 모방한다는 의미의 ‘베르테르 효과’가 사회적으로 우려되기도 했죠.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 청소년에게서 옆에 있는 친구가 우울해할 때 자신도 함께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어요. 특히 요즘은 SNS를 통해서도 이러한 ‘감정의 전염’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청소년들이 ‘베르테르 효과’에 더욱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것이 결국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사실 정신과 진료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애물이 있잖아요. 이를테면, 정신과에 대한 막연한 편견이나 부모님의 반대, 그리고 아이 스스로 느끼는 망설임도 있을 것이고요. 이러한 문턱을 낮추기 위해 우리 사회에서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정신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조기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청소년들의 건강한 정서행동 발달을 위해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자기보고식 검사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어떤 아이들은 검사에 솔직하게 임하지 못하고, 문항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더라고요. 이런 아이들을 위해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정기적으로 정신건강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생겼으면 해요. 굳이 병원을 찾지 않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정신과를 친구 집에 들르듯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 또한 많은 사람이 정신과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에요.

 

청소년 중에는 아마 ‘내가 현재 우울증 단계에 있는지, 공황장애를 겪고 있는지’ 등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러한 문제들을 간단하게 직접 진단할 수 있는 방법도 있을까요?

‘나 지금 병원에 가야 하나?’라는 의문이 마음속에 떠오른다면 이미 치료가 필요한 단계일 가능성이 높아요.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태인 거죠. 그런데 그런 마음 상태를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울증을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마음의 감기 정도라면 우울증 초기에 해당해요. 대부분의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는 도저히 설명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상태에 이르게 되죠. 조기에 치료하면 감기 수준에서 끝낼 수 있지만, 만성이 되면 치료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예후도 좋지 않아요. 그러니 되도록 빨리 병원을 찾아주길 부탁드립니다.

 

청소년들의 마음건강을 튼튼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평소에 어떤 습관과 생각을 가지며 살아가는 게 좋을까요? 이 순간에도 마음의 병으로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힘이 되는 조언을 해주세요.

내 마음속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들여다보세요. 그래서 ‘감정 일기’ 써보기를 추천하는데요. 하루 동안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그 결과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되짚어보는 거예요. ‘그때 내가 무슨 기분이었지?’를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면 내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좀 더 쉽게 느껴질 거예요. 스스로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일순위라는 걸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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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정신건강, 이렇게 지켜보아요

중고딩이라면 누구나 FREE 위 클래스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친구 관계나 진로 등 다양한 고민을 상담 선생님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통 공간이다. 선생님들이 병원 진료를 의뢰하고, 학생들이 내원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기도 한다.

 

언제든지 OPEN 마인드카페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무료 심리검사와 비대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앱이다. 후기를 보며 나와 잘 맞는 전문 상담사를 선택해 상담을 진행하고, 익명 커뮤니티에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있다.

 

부담을 낮추고 싶다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전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혹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간편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전문가와의 1:1 상담을 통해 내가 겪는 어려움을 해결해보자.

 

누구의 고민도 모두 다 들어줄 개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박태양●그림 게티이미지뱅크

365일 24시간 열려 있는 청소년모바일상담센터 ‘다 들어줄 개’를 이용하면 앱, 문자는 물론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 채널에서 전문 상담사, 자원봉사 선생님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글 이은주 ●사진 박태양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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