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은 공연을 만드는 과정과 공연이 다루는 주제, 공연을 보는 관객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청소년의 생각과 감정을 녹인 연극이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청소년극을 기획하는 공연기획자에게 한 편의 공연이 막을 내리기까지, 그 과정을 지휘하는 방법과 청소년극의 가치를 물었다.
Profile
김미선
•국립극단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프로듀서
•<비행소년KW4839>, <죽고 싶지 않아>, <오렌지 북극곰> 등 청소년극 다수 기획•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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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의 전 과정을 추진하는 총괄자
Q,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청소년 관객층에 대해 연구하고 청소년극을 제작하는 곳이죠. 나라를 대표하는 극단에서 청소년극을 만드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듯해요.
A, TV 프로그램이나 영화 등 자주 접하는 콘텐츠에도 시청 대상이 나뉘어 있듯, 연극도 영유아부터노령기까지 전 세대를 위해 필요합니다. 특히 청소년기는 모든 감각이 확장되고 정체성이 만들어지는 폭풍과도 같은 시기예요. 이들의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그대로의 특성을 받아들이면서 지지하기 위해 청소년극은 꼭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불모지(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발달돼 있지 않은 곳, 또는 그런 상태)와 같은 청소년극은 국립극단과 같은 공공의 영역에서 개발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적인 성인극에서 청소년 주인공을 두고, 자주 활용하지만 이들은 청소년을 ‘미완성적인 존재’로 보는 일이 잦아요. 하지만 청소년극 속 청소년은 그 자체로도 사회의 중요한 일원이죠.
Q,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기획한 청소년극에는 실제 청소년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들었어요.
A, 맞습니다. 청소년극을 만들지만, 청소년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성인이기 때문에 실제 청소년과 성인 배우가 만나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러면서 성인들은 자신의 과거도 돌아보고, 당시에는 몰랐던 ‘청소년성’을 깨닫기도 하죠. 관객으로서의 청소년들에게도 늘 놀라고 있어요.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제대로 작품을 분석하고 또 자기화해서 공연을 해석하는 수준 높은 관객이거든요.
Q, 공연기획자는 공연이 막을 올리기 전부터 막을 내리기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하는 직업이라고 알고 있어요. 좀 더 자세하게 기획 과정을 알고 싶어요.
A, 공연기획사마다 기획 과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는데, 제가 속한 국립극단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게요. 국립극단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연말마다 다음 해에 쓸 비용을 미리 확보해두고, 국립극단의 단장이자 예술감독님이 어떤 공연을 만들지 매년 라인업을 결정합니다. 라인업이 결정되면 공연기획자는 공연의 핵심이 될 작가와 연출진을 섭외해요. 신작 공연이라면 주제와 키워드를 선정하고 자료 조사를 거쳐 공연기획안을 작성하죠. 사전 제작 단계를 거친 뒤에는 공연을 만들 대본과 구성안을 확정합니다. 기존에 만들어졌던 공연이라면 어떤 식으로 이야기나 구성을 수정해 이전 공연보다 작품성을 높일지 고민하고요.
Q, 사전 제작 단계가 끝나야 배우와 스태프를 섭외하는 거였군요.
A, 그렇죠. 보통 첫 공연 6개월 전에는 배우진을 정리해요. 국립극단의 경우 시즌 단원(작품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출연할 수 있는 단원을 1년 단위로 선발하는 국립극단의 제도)을 활용하거나, 공개 오디션 및 캐스팅 등으로 배우를 섭외해요.
그리고 무대 미술, 조명, 의상과 소품, 음향 등 실질적으로 무대를 운영할 수 있는 스태프를 꾸리죠. 공연을 올리기 몇 달 전부터는 미리 만나 워크숍도 하고 대본 리딩과 수정을 하면서 완성도를 높여가요. 그리고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만든 연극이라면 공개 리허설을 통해 청소년의 의견을 듣고, ‘진짜 청소년’의 이야기와 감각이 반영되도록 노력합니다.
Q, 그렇다면 PD님이 공연 기획 단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두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A, 청소년극은 청소년과의 연결이 필수적이에요. 청소년 세대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또 공감을 얻어내 관계성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청소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대중성을 따라간다는 것은 아닙니다. 가끔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더라도 관객의 마음에 딱 꽂히는 질문을 던지는 게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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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좋은 관객이 되는 것이 먼저 Q, PD님은 10여 년 넘게 청소년극을 기획해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극이 궁금해요. A, 류장현 안무가와 함께한 <죽고 싶지 않아>라는 청소년극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댄스 시어터(Dance theater)’라는 복합장르의 공연이었는데요, 연극이 주는 서사와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춤이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어요. 단순히 많은 관객이 즐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공연장 앞에 비석도 세우고 유서를 쓰는 체험도 해보고, ‘장례’에 대한 이야기에 맞춰 관객들이 검은색, 흰색 옷을 입고 오면서 공연의 생명력이 불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덕에 2016년 초연을 올리고 2018년, 2019년 총 세 번의 지역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답니다.
Q, 이런 ‘긍정적인 과몰입’이 청소년극의 또 다른 매력이겠어요. 그렇다면 PD님처럼 공연을 기획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A, 저는 2011년 <소년이그랬다>라는 작품에 프리랜서 PD로 참여했고, 2012년에 국립극단에 입사해서 청소년극을 제작 중이에요. 그런데 저는 공연 관련 학과를 졸업하진 않았답니다.(웃음)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모든 것을 학업적으로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공연학이나연극학, 예술경영학 등을 공부해보는 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그보다도 공연과 관련한 동아리 활동과 소모임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경험해보는 걸 추천해요.
그리고 좋은 공연을 만들려면 좋은 관객이 되는 게 먼저입니다. 가능한 한 많이 보고 여러 경험을 해보면서 상상력의 바탕을 다져보세요. 또, 공연기획자는 문제해결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공연의 막이 내릴 때까지 그 어떤 문제도 일어나지 않아야 하니, 공연일정이 잡히면 늘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답니다. 예술가와 관객과의 연결을 돕는 시선과 소통 역량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PD님이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공연은 어떤 형식의 극인가요?
A, 아무래도 서울과 수도권에서 주요 활동이 이뤄지다 보니 지역 청소년은 제작에 참여하기는 어렵고 관객으로만 남는다는 점이 항상 아쉬웠어요. 저 역시 경북 안동이 고향이기 때문에 문화예술 인프라(Infra, 사회적 생산 기반 시설과 시스템)가 적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의 ‘예술에 대한 목마름’을 충분히 이해하거든요. 언젠가는 꼭 지역에서 시작해 서울에서 마지막 공연을 올리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다큐멘터리나 로드 무비(Road Movie, 주인공이 여행하는 중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사건이나 에피소드를 다루는 영화의 한 장르)형식으로요. 이로써 지역 청소년의 이야기를 공연에 많이 담고, 전국 청소년이 활발하게 교류하는 관계의 통로가 만들어지면 더욱 좋겠죠?
Q, 더 많은 지역의 청소년이 목소리를 낸 공연이 꼭 만들어지기를 바라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와 함께 공연을 만들고픈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남겨주세요.
A, 매년 3월 우리와 함께 청소년극을 만들어갈 창작 파트너로서 ‘청소년 17인’을 모집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으로 만나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앞서 말한 것처럼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준비 중인 공연에 의견을 보태고 평가도 할 수 있죠.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니,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지원 공고를 확인하고 참가신청서와 자기소개 영상을 제출하면 된답니다. 공연기획자나 연출가, 배우 등 공연계 진로를 꿈꾸는 친구는 물론 관객으로서 연극을 사랑하는 친구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테니 내년에 꼭 도전해보세요!
업무 한 줄 요약
연극, 뮤지컬, 오페라, 콘서트 등 공연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작품을 선정하고 예산 책정, 배우 및 제작 인력 섭외, 홍보 및 마케팅, 공연 결과와 평가 등 공연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기획하고 추진함.
관련 전공
전공 무관. 공연, 연극 관련 학과 전공은 실무에 도움 됨.
관련 자격
자격 무관. 공연기획사 등 민간 자격증 마련돼 있음.
현직자의 커리어 TIP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즐기고, 공연 관련 동아리 및 소모임 활동에 참여하며 실질적인 제작 프로그램을 경험해볼 것.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이강훈 ●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2/imgdb/original/2023/0616/481686878505128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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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의 전 과정을 추진하는 총괄자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46/imgdb/original/2023/0616/9016868785049434.jpg)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60/imgdb/original/2023/0616/5216868785050173.jpg)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94/694/imgdb/original/2023/0616/7516868790052642.jpg)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좋은 공연기획자가 되려면 좋은 관객이 되는 것이 먼저 Q, PD님은 10여 년 넘게 청소년극을 기획해오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극이 궁금해요. A, 류장현 안무가와 함께한 <죽고 싶지 않아>라는 청소년극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댄스 시어터(Dance theater)’라는 복합장르의 공연이었는데요, 연극이 주는 서사와 본능적이고 직관적인 춤이 만나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어요. 단순히 많은 관객이 즐겼기 때문만이 아니라, 공연장 앞에 비석도 세우고 유서를 쓰는 체험도 해보고, ‘장례’에 대한 이야기에 맞춰 관객들이 검은색, 흰색 옷을 입고 오면서 공연의 생명력이 불어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기억에 남아요. 그 덕에 2016년 초연을 올리고 2018년, 2019년 총 세 번의 지역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답니다.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634/imgdb/original/2023/0616/8216868785050703.jpg)
●사진 이강훈 ●자료 제공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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