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자폐성 장애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사가 초등 2학년생 얼굴을 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개요는 12일 기자회견 소식을 여러 언론이 다루고 있어 나까지 말을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신 나는 사건 이후 후속 대책으로 거론 중인 ‘특수학급 내 CCTV 설치’ 논의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오랜 세월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둥둥 표류하기만 했던 뜨거운 감자. 이제는 수면 위로 올라와 치열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론을 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성격 급한 나는 몇 년째 같은 얘기가 언저리에서 맴돌기만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들의 엄마’인 나는 CCTV 설치를 찬성한다.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된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어린이의 자기 표현력과 자기 방어력 수준’이 어린이집 CCTV 설치에 큰 역할을 했다면 오히려 어린이집에 앞서 특수학교 교실에 CCTV가 먼저 설치됐어야 한다. 15세 아들보다 비장애인 3세 어린이가 훨씬 더 자기 표현력과 자기 방어력이 뛰어나다.
“어! 내가 아는 발달장애인은 말도 잘하던데?” 맞다. 모두가 아들 같지는 않아서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학생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말 잘하는 학생도 복합적 상황을 이해해 앞뒤 맥락에 맞게 상황을 표현(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상황 설명이 능숙할 정도로 인지와 언어가 발달했다면 애초부터 특수학교에 오지도 않는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를 찬성하지만 사실 찬성하면서도 밤고구마 먹고 물 안 마신 것 같은 갑갑함은 가시질 않는다. CCTV 설치 이후 벌어질 부정적 상황도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어떤 교실에서는 어떤 교사가 교육 과정에서 일부 학생을 방치하는 일이 빈번해질지 모른다. 교육 과정에서 신체접촉이 일어났다 CCTV에 찍혀 오해를 살 바엔 처음부터 방어적 행동이 있는 학생은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어떤 교육조차 안 해버리는 길을 택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어울리는 기회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일부 부모는 학생 사이에서 갈등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CCTV 공개를 요구하며 학생 간 ‘분리’와 ‘배제’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누적되면 교사는 학생 간 접촉이 최소화되도록 수업 중엔 책상을 멀리 떨어트리고 쉬는 시간에도 함께 있지 못하게 감시의 눈을 번뜩일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반드시 배우고 가야 할 ‘사회성’보단 오늘 하루도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교실의 안전과 평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의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아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에 대한 징계는 최고수위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 한 번의 사건이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를 찾고 후속 대책을 통해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특수학교 교실 내 CCTV 설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 단점이 단점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모두 함께 찾아봤으면 좋겠다.
류승연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