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국기간제교사노조 등이 8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간제 교사 임금차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교조 제공
“학교에서 근무하며 기간제 교사라고 책임이나 의무에 있어 정규 교사보다 가벼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계속 부족하다고 하고 교원정원을 늘리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고 있는데, 왜 차별적인 임금을 받아야 하나요? ”
8년차 기간제 교사인 박영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기간제교사특별위원장의 발언이다. 전교조와 전국기간제교사노조,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은 8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간제 교사 임금차별 판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6일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간 임금 차별은 위법하지 않다는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제출하면서다.
이들은 “사회 그 어느 곳보다 평등해야 하는 곳이 학교이며 차별없는 노동이 이루어져야 하는 곳이 바로 학교이기에, 기간제 교사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바로잡는 것은 평등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이라는 헌법 제11조 가치와 국민들의 상식과 눈높이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단체들은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임금차별의 위법성 판단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는지’에 대한 여부가 핵심”이라며 “중고등학교 기간제 교사의 절반 이상이 담임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부장의 역할까지 맡아 한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사문화된 법 조항인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2항’을 근거로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의 책임이 다르다고 봤다”고 지적했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 제2항은 기간제 교사는 책임이 무거운 감독 업무의 직위에 임용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용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기간제 교사는 정규 교사와 같은 호봉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한 학교에서 장기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나, 학교만 달리해 연속근무를 하는 기간제 교사가 상당수”라고 짚었다.
학부모 관련 단체들도 기간제 교사의 차별은 부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혜승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기간제 교사들도 담임, 생활지도, 부장교사 등 정규직 교사들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학교는 ‘작은 사회’로, 구성원들간의 수평적 구조 속에서 평등을 실천해야 하는 곳이다. 기간제 교사에 대한 임금차별은 부당하다”라고 했다. 박은경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대표도 “학교에 가보면 누가 기간제 교사인지 정규 교사인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같은 책임을 다하고 있다”며 “2심 법원의 판결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전교조 소속 기간제 교사들은 지난 2019년 11월 “정규 교사와 똑같은 일을 함에도 기본급 및 정근수당, 성과급과 복지 포인트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5월 1심 재판부는 “임용고사 합격 여부만을 들어 기간제 교사와 정규 교사 사이에 능력 및 자질에 관한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며 차별적 대우를 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기간제 교원과 정규 교원 사이 처우의 차이는 위법한 차별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