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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전국에 하나뿐! ‘서핑’·꿀벌 키우기…이색 중·고교 동아리들

등록 2023-06-05 16:49수정 2023-06-06 02:33

중·고교 이색 동아리 소개
‘서핑의 고장’서 매주 서핑…꿀벌 키워 꿀 수익금 사회환원
밀어주고 끌어주며 전국 라이딩…우정도 인성도 ‘쑥쑥’ 성장
양양중학교의 동아리 ‘써사모’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바닷가에서 서핑을 한다. 양양중학교 제공
양양중학교의 동아리 ‘써사모’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바닷가에서 서핑을 한다. 양양중학교 제공

강원 양양중학교에 발령이 나고 인근 해변에서 처음 서핑을 경험해본 안세진 교사는 서핑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핸드폰이나 일상과 단절돼 파도에만 집중하니까 고민과 근심도 다 사라지고 힐링되는 효과가 있더라고요.”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서핑해 본 사람 있냐고 물어봤지만 의외로 드물었다. ‘서핑의 고장’이라 너무 흔해서 관심이 없기도 하고 서핑을 배우는 게 비싸기도 하고 장비 렌탈 등이 성가시기도 하다는 등의 이유들이 있었다. 안 교사는 아이들에게 서핑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것이 안 교사가 지난해 전국에 하나뿐인 서핑 동아리 ‘써사모’를 만든 이유다. 전문가의 교육과 장비를 마련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기 때문에 속초양양교육지원청과 양양군청 등에서 예산을 따고 양양서핑학교의 지원도 받았다.

물이 아직 차가운 3∼4월에는 서핑 이론교육과 균형훈련 및 안전교육을 받는다. 5월부터 11월 말까지는 매주 금요일마다 바닷가를 찾아 다양한 서핑을 체험한다. 파도를 잡고 일어나는 방법, 파도의 경사면을 타는 방법, 팔을 저어서 가는 페들링 등을 배워나가면서 서핑으로 게임과 시합을 벌이기도 한다.

아이들은 서핑을 통해 체력이 부쩍 향상된다. 활동 초반에는 자기 키만 한 보드를 들고 가기 버거워하지만, 나중에는 가볍게 들게 된다. 또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더 밝아지고 성격도 더 긍정적으로 변하는 걸 보게 됐다고 안세진 교사는 말했다. “아무래도 바다를 계속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취감 경험에도 큰 도움이 됐다. “파도타기를 10번 시도하면 1번 정도 성공하게 되는데 아이들이 그 성공 경험이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남윤진(15)군은 “양양에 살고 있지만 서핑이 흔치 않은 경험인데다 서핑 동아리가 전국에 하나뿐이라서 가입하게 됐다”며 “친구들과 학교 밖으로 나가서 바닷가에서 활동을 하니까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양현지(15)양은 “서핑은 원래 혼자 하는 스포츠인데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니까 색다른 재미가 있고 금요일마다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게 큰 즐거움인데다 서핑을 마친 뒤 친구들과 같이 먹는 라면 맛이 특히 꿀맛”이라고 전했다.

안 교사는 “아이들에게 좀 멀게 느껴지는 서핑 문화를 가깝게 느껴지도록 도운 게 교사로서 보람”이라면서 “동아리활동 시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시간이 되는 아이들과 함께 서핑을 다니면서 공통의 관심사도 생기고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써사모는 부쩍 향상된 실력을 바탕으로 올해는 청소년서핑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인천하늘고등학교의 동아리 ‘비키퍼즈’ 학생들이 양봉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하늘고 제공
인천하늘고등학교의 동아리 ‘비키퍼즈’ 학생들이 양봉 활동을 하고 있다. 인천하늘고 제공

꿀벌 생태 파악하며 환경 고민까지

인천하늘고등학교는 지난 2021년 개교 1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동아리 활동을 모색했다. 그 결과 생물종 다양성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꿀벌의 생태를 관찰하고 직접 관리해보는 양봉 동아리 ‘비키퍼즈’(Beekeepers)가 탄생했다. 처음에 동아리원을 모집했을 때는 과연 학생들이 얼마나 지원할까 걱정했지만 10명 모집에 67명이 지원하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동아리 활동은 2월부터 시작된다. 학교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강화 양봉장에서 겨울나기를 마친 봄벌들을 학교 양봉장으로 옮겨온다. 이때부터 봄벌 깨우기 활동을 시작한다. 옮겨오는 벌통 수는 해마다 약간씩 다르긴 한데, 올해는 4통 약 8만마리의 벌들로 시작했다. 5월 아까시꿀을 채밀하기 전까지 벌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부지런히 관리를 해준다. 매일 아침마다 여왕벌의 산란에 필요한 물과 화분떡을 관리해주고 정기적으로 벌통 내부를 검사하는 내검 활동을 통해 안정된 여왕벌의 산란 환경과 꿀벌의 거주 환경을 만들어간다. 5월 초 무렵에 아까시 꽃망울이 피기 시작할 때쯤 봉판(벌집)에 채워져 있는 여러 야생화꿀들을 털어내는 정리채밀 작업을 하고 여기에 순수한 아까시꿀을 채우도록 한다. 그리고 이 꽃꿀들을 꿀벌 스스로가 자연 숙성시키기를 기다렸다가 5월 말에 1년에 단 한 번밖에 구할 수 없는 아까시 천연 숙성꿀을 채밀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의 정성으로 꿀벌을 돌본 결과, 이렇게 소중한 꿀을 얻을 수 있다는 수확의 기쁨을 누리게 된다. 올해도 품질이 좋은 훌륭한 꿀을 얻어냈다.

1학기의 바쁜 양봉과정을 마무리하면 2학기에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들 저마다의 탐구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궁금했던 점들을 찾아보고 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해 실현 가능성을 고민해보는 작업이다. 이 결과물들은 과제 연구 보고서 형태로 제출받아 책자로 만들어 모두가 공유하고, 외부 연구 발표 대회에 제출해 여러번 수상을 하기도 했다.

천도현 지도교사는 “양봉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매력적인 활동”이라고 말한다. “단순히 꿀벌의 관리와 꿀의 수확이 전부가 아니라 꿀벌 공동체의 조직을 우리의 정치 체계와 비교해보기도 하고 벌집 구조를 통해 건축 형태를 연결시키기도 하며 이들의 언어와 신호체계, 호르몬의 역할 등 학생들의 다양한 관심 분야와 연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작은 생명체이지만 평생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생명을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들은 자기 몸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꿀이나 화분을 달고 날아와 힘들어하는 벌들의 모습을 보면서 애정과 관심을 갖게 되고 꿀벌을 관리하는 만큼 개체수가 늘어가고 또 순수한 꿀을 얻는 과정을 통해서 재미를 느낀다”고 한다.

벌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생태계 개선 사업으로 쓰는 보람도 느낀다. 지난해에는 꿀 판매수익금 200만원을 그린피스에 후원했고, 수확한 꿀을 활용해 쿠키를 만들어 지역 복지관에 기부하기도 했다. 올해는 꿀 판매수익금 250만원으로 벌들이 좋아하는 나무를 구입해 구청의 식목일 식수 행사에 기부했다.

최소원(17)양은 “벌을 직접 관찰해 나의 관심 분야와 연결지어서 새로운 연구를 시도해볼 수 있을 거 같아서 활동을 시작했다”며 “밀원수를 심어보고 꿀 판매 수익금을 환경단체에 기부하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박하온(16)양은 “양봉은 살면서 경험해보기 어려운 활동이기에 가입하게 됐다”며 “꿀벌도 만져보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꿀도 직접 먹어보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무학중학교의 동아리 ‘페달링’ 학생들은 장거리 라이딩을 다닌다. 무학중학교 제공
무학중학교의 동아리 ‘페달링’ 학생들은 장거리 라이딩을 다닌다. 무학중학교 제공

‘밀어주고 끌어주며 스트레스 풀어요’

경북 경산에 위치한 무학중학교의 자전거 동아리 ‘페달링’은 전국을 달린다. 원래 교사들이 함께 자전거를 타는 모임이었다가 아이들도 함께 달리면 좋겠다 싶어서 교내 동아리로 발전한 지 8년째다. 전교생 590여명 중 150여명이 자전거로 통학하는 아이들에게 최적의 동아리이기도 하다.

1학년 학생들은 자전거 정비교육을 주로 받으면서 학교 인근 금호강 자전거길을 달린다. 장기 라이딩을 하다 보면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생기면 고장난 자전거를 목적지까지 끌고가는 게 ‘고역’이다. 1학년 때 정비교육을 받으며 라이더로서의 근육을 만들고, 2∼3학년 때는 장거리 라이딩을 다닌다.

1년에 3∼4회 달리는데, 매년 코스를 달리한다. 지난해에는 안동의 경상북도교육청에서 무학중학교까지 198㎞를 3구간으로 나눠 달렸고, 올해는 무학중학교에서 을숙도까지 135㎞ 구간을 나눠서 달린다.
무학중학교 제공
무학중학교 제공

이종윤 지도교사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의 자전거 실력뿐 아니라 인성이 성장하는 걸 보게 된다”고 말했다. 자전거로 10㎞ 정도 달릴 때까지는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20㎞쯤 달리면 어깨와 엉덩이에 통증이 느껴진다. 30㎞에서는 터질 듯한 허벅지로 인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종윤 교사는 “혼자라면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여럿이 가니까 힘들어도 이겨내야 한다”며 “자전거 라이딩의 매력은 바로 이 순간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실력이 뛰어난 아이들은 선두로 치고 나가고 싶어 하고 다른 이들과 보조와 대열을 맞추면서 가는 걸 힘들어한다. 또 실력이 처지는 아이들은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 한다. 이에 따라 장거리 라이딩은 인내와 겸손, 감사를 배우는 과정이 된다.

3년째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조성진(15)군은 “평소에 공부를 하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자전거를 타면 다 날라가고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가 생긴 것 같다”면서 “1학년때부터 만난 친구들이 3학년 때까지 주말에도 모여서 자전거를 타다 보니까 우정이 더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지명환(14)군은 “친구들과 같이 타면서 안 친했던 친구들과도 친해졌고 힘들 때 서로 위로하고 뒤에서 밀어주면서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학내에는 자전거 정비소가 있다. 앞으로 동아리 회원들이 자전거 정비소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자전거를 고쳐주는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또 서울에서 부산까지도 달리고 제주도에도 진출할 꿈을 가지고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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