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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챗GPT 수업엔 질문하는 능력부터…교실 풍경, 달라진다

등록 2023-06-05 06:00수정 2023-06-05 09:14

교육 당국, 챗지피티 활용 가이드라인 박차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신성초등학교 4학년2반 학생들이 챗지피티(GPT)와 영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민제 기자
지난달 31일 서울 관악구 신성초등학교 4학년2반 학생들이 챗지피티(GPT)와 영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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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화면 앞에서 “렛츠 플레이 테니스”(테니스 하자)라고 말하자, 문장이 영어로 입력되더니 몇초 뒤 마치 진짜 외국인이 말하듯 음성이 흘러나왔다. “사운즈 굿!”(그거 좋은데!). 노트북 너머 목소리는 축구, 농구, 야구 등 ‘운동을 하자’는 제안에 응하기도 하고, 때론 “쏘리, 아이 캔트”(미안, 그건 못해)라며 거절했다.

인공지능(AI) 챗봇 챗지피티(GPT)와 대화가 이뤄진 장소는 서울 관악구 신성초 4학년2반 교실. 지난 31일 챗지피티를 활용한 영어 수업에 기자도 학생들과 함께 참여해봤다. 수업 주제는 ‘운동을 제안하는 표현’이다. 교사가 예시 문장을 설명한 뒤 연습해보라고 하자, 학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또래 친구나 교탁 앞 전자 칠판, 교실 한쪽 노트북의 챗지피티와 영어로 대화를 시도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이재화 교사는 “단원별로 1∼2회 정도 이런 수업을 한다”며 “학교에 원어민 교사가 없는데, 챗지피티로 쉽게 외국어 대화 연습을 할 수 있어 학생들이 좋아한다. 부정확한 발음 습관도 교정해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챗지피티와 대화할 때는 발음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기자의 발음이 부정확했는지 화면엔 ‘캔트’(can’t·할 수 없다)’가 반대 의미인 ‘캔(can·할 수 있다)’으로 입력되기도 했다. 권나희(10) 학생은 “원어민 선생님이랑 대화하는 것 같아 재밌다”고 말했다. 정지호(10) 학생은 “인공지능이랑 이야기하는 게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챗지피티의 등장으로 수업 풍경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교사들은 영어 회화나 자료 조사, 콘텐츠 제작을 할 때 챗지피티와의 협업을 시도한다. 시·도교육청과 교육부 등 교육 당국은 챗지피티 활용을 돕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신성초 4학년2반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챗지피티(GPT)와 음성 대화를 나누자 노트북 화면에 주고받은 영어 문장이 입력됐다. 김민제 기자
신성초 4학년2반 학생들이 지난달 31일 챗지피티(GPT)와 음성 대화를 나누자 노트북 화면에 주고받은 영어 문장이 입력됐다. 김민제 기자

서울 중랑구 중화고에서는 또 다른 ‘챗지피티 활용법’을 시도하고 있다. 정보 교과를 가르치는 이 학교 이창권 교사는 지난 3월 1·3학년 학생들과 챗지피티를 활용한 진로 탐색 수업을 했다. 학생이 희망하는 직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챗지피티와 이야기하고 학생 본인의 생각과 차이점을 찾아보도록 했다. 그는 “챗지피티라는 새로운 도구를 써보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식을 얻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걸러내는 연습을 시켜봤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용문중에서 기술 과목을 가르치는 정영천 교사는 지난 3월 3학년 학생들과 챗지피티를 활용해 동화책을 만들었다. 학생들은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의 동화를 만들기 위해 챗지피티에 특정 단어를 포함한 문장이나 이야기를 써달라고 주문했다. 정영천 교사는 “챗지피티는 거칠게 물어보면 원하는 답을 얻기 힘들기 때문에 질문을 잘해야 한다”며 “학생들은 질문하는 법을 익히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답을 끌어내는 훈련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내용에 맞는 그림은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부탁해 만들어 넣었다.

신성초 4학년 2반 학생들이 각자의 태블릿피시(PC)로 수업 시간에 배운 영어 표현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신성초 4학년 2반 학생들이 각자의 태블릿피시(PC)로 수업 시간에 배운 영어 표현을 활용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챗지피티같은 인공지능 챗봇은 학생의 능동적 수업 참여를 유도하고 대화하는 능력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만한 가치가 있다. 동시에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교사들은 특히 인공지능이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이야기하는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을 경계한다. 이창권 교사는 “학생들에게 환각 현상을 가르친 뒤 학생들이 챗지피티가 건넨 틀린 정보를 찾아내길 기대했는데, ‘홍길동이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대요’라며 오히려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식으로 말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성남고에서 기술·정보 교과를 담당하는 김영준 교사는 “챗지피티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틀릴 수 있다는 점을 넘어 누군가의 편견이 반영된 정보일 수 있다는 ‘편향성’ 문제도 학생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인공 지능을 활용한 수업 관련 윤리 교육과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7월 보급을 목표로 챗지피티 등 언어 기반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위한 안내 자료를 초·중·고교에 보급할 계획이다. 인천광역시교육청도 지난달 챗지피티 활용 윤리를 포함한 교수 학습 가이드를 마련해 관내 학교에 보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 2월 교사를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업 방법에 관한 연수를 진행한 데 이어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을 대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의 올바른 활용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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