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1일 경북 구미 금오공과대학교에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 교육부 제공
대학 30곳을 선정해 1곳당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30 사업’ 전체 지원 대상 가운데 4년제 대학의 97%가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7곳은 대학 간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했다.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 파격적인 재정 지원을 받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학 간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다수 대학이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1일 공개한 ‘글로컬대학 예비지정 신청접수 현황’을 보면, 신청서를 접수한 대학은 모두 108곳으로, 신청 가능한 대학 166곳의 65.1%다. 이번 사업 대상은 서울·경기·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14개 광역시·도에 있는 대학 중 교육부의 일반재정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대학들이다. 대학 유형 별로 보면, 국립대 31곳 중 25곳(80.6%), 공립대 6곳 중 1곳(16.7%)이고 사립일반대 66곳 중엔 2곳을 뺀 64곳(97%)이 신청해 눈길을 끈다. 사립전문대 63곳 중엔 18곳(28.6%)이 도전장을 냈다. 지역 별로는 부산 16곳, 충남 15곳, 경북 14곳, 대전 9곳, 전북 9곳, 광주 8곳, 경남 7곳 등이다.
공동 신청과 단독 신청을 포함해 교육부로 접수된 신청서는 모두 94건(단독 81건, 공동 13건)이다. 특히 지방대 27곳은 대학끼리 통합하는 방안을 담아 공동으로 하나의 신청서를 접수했다. 국립대끼리 통합하는 안으로 신청서를 접수한 곳은 4건(8곳), 국립대와 공립전문대 통합 1건(2곳), 사립일반대끼리 통합 1건(2곳), 사립일반대와 사립전문대 통합 7건(15곳)이다. 통합을 전제로 글로컬대학 사업에 도전한 대학은 안동대-경북도립대, 영남대-영남이공대, 계명대-계명문화대, 부산대-부산교대가, 동서대-부산디지털대-경남정보대, 충남대-한밭대, 충북대-한국교통대, 강원대-강릉원주대 등이다.
교육부는 지난 4월 발표한 ‘글로컬대학30 추진방안 확정안’에서 ‘대학 간 통합’을 통한 캠퍼스 간 자원 공유, ‘유사학과 통합’을 혁신 사례로 제시하는 등 사실상 ‘구조조정’을 주문했다. 대학들은 선정 확률을 높이기 위한 통폐합 논의에 속도를 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2026년까지 30개의 지방대를 선정해 대학마다 5년 동안 1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올해는 지방대 10곳을 우선 선정한다. 이달 중 이번에 신청서를 낸 108곳의 대학 중 15개 안팎의 대학을 선정해 예비지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예비지정 대학에서 오는 9월까지 실행계획서를 제출 받은 뒤 10월 중 10개 안팎의 대학을 최종 지정한다.
지방대 3분의2 가까이가 사업에 뛰어든 배경엔 글로컬대학에 뽑히지 못하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란 절박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컬대학 사업에 도전한 한 대학 관계자는 <한겨레>에 “30개 대학은 ‘글로컬대학’이라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를 갖게 되지만 나머지 대학은 지명도가 낮아지고 학생들을 뺏길 수 있다”며 “‘올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해를 거듭할수록 글로컬대학에 바라는 기준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이왕이면 첫해에 되자는 생각이 강하다”고 말했다.
글로컬대학 선정을 위해 대학의 통폐합과 구조조정이 졸속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들은 외부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통폐합처럼) 눈에 잘 띄는 외적인 혁신 방안을 내놓고 있다”며 “대학의 중·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합의를 거치고 질적·화학적 통합을 이루는 게 중요한데, 이에 대한 준비는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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