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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배 아프다’ ‘머리 아프다’…자녀가 이번달 학교 가기 싫어한다면?

등록 2023-04-03 17:19수정 2023-04-04 02:32

‘새학기 증후군’ 대처법

새학기 시작 전주부터 4월까지
학습 부담·관계불안 등 원인
부모가 함께 등하교하거나
학원 줄이고 새 환경 적응 도와야
5월에도 계속되면 전문가 도움
초등학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초등학생.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간 김민진양은 지난 3월에만 결석을 4번이나 했다.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침마다 씩씩하게 학교를 나서던 아이는 지난달부터 밤마다 ‘잠이 오지 않는다’며 보채고, 아침마다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 등의 이유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엄마에게 매달렸다. 민진양의 엄마는 “특별히 아픈 거 같지 않은데 등교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는 거 같아서 담임 선생님과도 통화를 해봤는데, 담임 선생님은 학교에서는 별일 없이 잘 생활하고 있다고 해서 아침마다 달래서 학교를 보내느라 애를 먹고 있다”며 “4월에도 계속 그러면 담임 선생님께서 위클래스 상담을 연계해주겠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새학기에 한살 더 먹어서 더 의젓해지고 더 독립적이길 기대하는 시점에 아이가 오히려 퇴행하거나 매달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새학기 증후군’을 의심해볼 수 있다.

‘새학기 증후군’은 의학적으로 보면 ‘예기 불안’이다. 황준원 강원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방학 동안 쉬다가 학교에 간다는 것 자체가 엄마와 떨어져야 하고, 공부를 해야 하고, 새로운 친구관계에 노출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올라오는 일종의 예기 불안”이라며 “머릿속은 걱정, 마음은 불안, 몸은 초조와 긴장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예기 불안은 3월, 9월, 전학갔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난다.
보통 개학 일주일 전부터 시작되는 새학기 증후군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일수록 저학년일수록 많이 겪는다. 게티이미지뱅크
보통 개학 일주일 전부터 시작되는 새학기 증후군은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일수록 저학년일수록 많이 겪는다. 게티이미지뱅크

현직 교사들에 따르면 이는 새학기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부터 나타난다. 김선호 유석초등학교 교사는 “개인차가 있긴 한데 개학 전주부터 감기몸살 기운이나 두통을 호소하거나 배가 아프다는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며 “실제로 심리적 영향으로 면역력이 약해져서 장염에 걸리는 아이들도 생긴다”고 말했다.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유혜진 소장은 “신체적으로 두통과 감기 증상을 호소하고 언어적으로는 학교에 가기 싫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 이 학교와 내가 안 맞는 거 같다 등의 표현을 하기도 한다”며 “이외에도 잠을 유난히 많이 잔다든지, 아침에 늦잠을 자거나 괜히 미적거린다든지, 평소보다 게임을 더 많이 하는 등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어떤 아이들이 새학기 증후군에 취약할까? 장내인 광주극락초등학교 교사는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일수록 또 저학년일수록 많이 나타난다”며 “고학년에 올라갈수록 점차 사라지지만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내성적인 학생들은 초·중·고 내내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선호 교사는 “대체적으로 담임 선생님이 무서울까봐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스트레스 저항력이 낮은 아이들이 잘 겪는다”고 말했다. 유혜진 소장도 “친구관계를 어려워하고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는 아이 또는 긴장 수준이 높은 아이들이 많이 겪는다”고 말했다.

새학기 증후군은 친구들과 사귀게 되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하지만 겪는 동안에는 원인에 따른 부모의 섬세한 대처가 필요하다.

김선호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분리불안, 3∼4학년은 학습적 부담, 고학년은 관계불안으로 인해 새학기 증후군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분리불안의 경우는 부모가 등·하교를 같이 해주는 것만으로도 안정감을 주고 조그만 애착 물건을 학교에 들고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학습불안이 있을 경우엔 과제량을 조절해주거나 레벨테스트 결과에 대해 결과가 아닌 과정상 노력하는 부분을 자주 칭찬해주는 것이 좋고, 관계불안의 경우 학교폭력이 아닌 일반적인 헤어짐과 관계의 어려움은 부모가 직접적인 개입을 피하고 아이가 스스로 견딜 때까지 함께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내인 교사는 “저학년의 경우 분리불안으로 등교를 거부할 때는 담임 교사와 상담해 부모와 함께 동행 등교를 할 수도 있으며, 반 친구들 중 적응을 잘하고 있는 몇 명을 집으로 초대해 함께 놀며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라며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생의 경우는 교우관계나 학교폭력 등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 무조건 학교에 가라고 하지 말고 자녀와의 대화나 전학년도 담임 교사와 상담을 통해 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때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도 중요하다. 황준원 교수는 “아이가 불안해 할 때 ‘엄살 부리지 말라’고 무시해서도 안 되지만 아이의 불안에 같이 몰두해서 부모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아이의 말과 행동에 대한 가치 판단은 삼가하면서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통 학년이 올라가고 학기가 바뀌면 부모들은 학원을 하나 더 다니게 한다던가 수업 레벨을 더 올리는 경향이 있다. 유혜진 소장은 “이 시기는 굉장히 긴장을 하는 시기여서 학원을 늘리거나 공부를 더 시키기보다는 일단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써주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새학기 증후군은 짧게는 개학 뒤 1∼2주일 내에 길게는 한두달 안에 사라진다.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새학기 증후군이 아니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담임 교사 및 상담 교사와 긴밀한 협조 아래 정신과 전문의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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