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반응에는 4가지 유형이 있어요. 첫번째 유형이 방임형입니다. 아이를 치과에 데려갔어요. 아이가 무섭다면서 막 울어요. 방임형 부모는 ‘치과 싫어? 그래 그럼 네 이빨 아프지, 내 이빨 아프냐’ 이러면서 집에 돌아가요. 축소전환형 부모는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치과 끝나면 아이스크림 사줄께’라고 하죠. 억압형 부모는 ‘어디서 지금 울어? 저기 경찰 온다. 한번만 더 울면 가만히 안 둬’라고 협박합니다. 이 세가지 유형 부모들은 형태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아요. 다 아이 잘 되라는 거죠. 그런데 부모가 이렇게 반응할 때마다 아이들의 잠재력은 싹뚝싹뚝 잘립니다. 또 이런 유형 아래서 자란 남자 아이들은 술·담배를 빨리 하고 분노조절이 안 됐고 폭력성도 나타냈습니다. 여자 아이의 경우, 거식증·폭식증·우울증에 많이 걸리고 감정의 기복이 심했습니다. 마지막 유형은 ‘감정코치형 부모’입니다. 이런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치과에 가서 떼쓰고 우는 일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아이들의 감정을 부모가 잘 받아줘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문초등학교 강의실에선 갓 입학한 1학년 학부모들을 상대로 열린 강의는 이렇게 시작됐다. 30여명의 학부모들은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이유남 교장의 강의에 귀를 쫑긋했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코치형 부모와 자기주도학습’이었다. 교육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주도학습에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이고, 자존감이 높은 아이일수록 동기부여가 잘 된다고 한다. 자존감은 부모의 인정과 존중, 지지와 칭찬에서 나온다. 이것이 바로 코치형 부모의 기본적인 태도다.
코치형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존중해줄 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뭐든지 선택권을 주고 그 선택을 존중, 지지해준다. 부모 눈에 보기에 부족하고 미숙한 선택일지라도 존중하는 질문을 던져주면, 아이는 점점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성취를 이뤄나가게 된다. 어려서부터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사는 아이들은 행복할 뿐만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삶을 스스로 설계하는 자기주도학습을 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행복’과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코치형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날 강의의 골자였다.
이유남 교장은 “코칭과 자기주도학습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코치형 부모, 교사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절대로 스스로 할 수가 없다”면서 “이게 맞물려야 아이들이 스스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행복하며, 아이가 행복하면 부모가 안 행복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영문초등학교는 이같이 학부모들을 코치형 부모 또는 코치로 키워내는 강의가 풍성하다. 코치는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는 전제 아래 질문을 통해서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주는 파트너를 뜻한다. 영문초에서는 일회성 강의뿐만 아니라 20시간짜리부터 40시간짜리까지 수준별 다양한 코칭 강의를 운영해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코칭 강의를 운영하는 이유는 이유남 교장의 개인적 경험과 철학 때문이다.
이유남 교장은 국내외에서 20만부 이상 팔린 <엄마 반성문>(덴스토리 펴냄)의 저자로 유명하다. 그는 ‘성적지상주의’ 억압형 부모로 살다가 자녀들이 고등학교 때 줄줄이 자퇴하면서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극적으로 변화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강남에서 전교 1등을 하던 아들과 딸이 방문을 닫고 게임중독에 빠진 은둔형 외톨이가 되자, 그는 아이들에게 애원도 하고 협박도 해보았지만, 아이들은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라며 비난하며 자해까지 하는 등 상태가 더 나빠진다. ‘도대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이 생긴 건지’ 알기 위해 전국에서 유명하다는 부모교육과 소통 관련 교육을 찾아다니며 들었다. 그때 절망스러운 그에게 답을 준 것이 ‘코칭’이었다.
그가 코치형 부모로 변하자 아이들은 방문을 스스로 열고 나왔다. 부모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의 가슴이 움직이는 진로를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갔다. 이 과정에서 그는 코칭 등 관련 자격증을 20여개 따고 박사 과정도 밟고 전국으로 다니면서 코칭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이 재직하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코칭 강의를 줄줄이 열어왔다. ‘자기주도학습’ ‘행복’ ‘삶을 살리고 존재를 깨우며 영혼을 살리는 소통법’ 등을 코칭과 연결해서 강의하자 부모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교동초등학교, 용산초등학교, 명신초등학교 등 그가 가는 학교마다 줄어들던 학생 수가 급증했다. 그의 교육 철학이 알려지면서 인근 지역 부모들까지 이들 학교로 아이들을 보냈기 때문이었다. 또 아이만 바라보며 공부하라고 닦달하던 학부모들이 스스로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대학원에 진학해 석·박사를 하는 사람도 나오고 전문 코치 자격증을 딴 사람도 500명 이상이나 나왔다.
지난 6일 오전 영문초등학교 강의실에서 이유남 교장이 1학년 학부모들을 상대로 ‘코치형 부모와 자기주도학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코칭은 본인이 행복한 걸 찾을 수 있는 도구”
그가 2019년부터 재직중인 영문초등학교에서도 코칭 강의를 들은 학부모들이 ‘영문성장클리닉’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면서 아이들을 상대로 방과후에 코칭 수업도 진행하고 지역 복지센터에 코치로 봉사활동을 하거나 마을강사로 활동하기도 한다.
영문초 학부모 심은영씨는 “예전에는 내가 맞다고 생각하니까 내 식대로 아이들을 끌고가려는 억압적인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엄마로 변했다”면서 “늘 물어보니까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도 키워지고 아이 얘기를 잘 들어주니까 아이가 “엄마가 코칭을 배워서 너무 좋다”는 말도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아이를 위해서 강의를 들었지만 강의를 들을수록 나에게 초점이 맞춰졌다”며 “나에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스스로에게 물어주는 능력이 생겨서 문제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묻게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정소연씨는 “코칭에 대해서는 책도 읽고 강연도 들은 적이 있어서 이걸 듣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었는데, 실습조까지 짜서 연습을 하니까 일상에서 효과가 아주 컸다”면서 “강의만 들었을 때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는데 3개월 이상 실습을 하니까 변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나 책으로 접했을 때는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주는 것까지는 되는데 그 뒤에는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몰라서 조언이나 판단으로 연결됐는데 실습을 통해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코칭은 본인이 행복한 걸 찾을 수 있는 도구”라며 “특히 주변에서 사춘기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도움을 많이 받는 걸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교동초등학교에서 코칭 강의를 들었다 현재 전문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순씨는 “강의를 통해 부정적인 생각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삶에서 긍정적인 삶으로 변하면서 주변 인간관계가 선하고 좋은 방향으로 바뀌었다”면서 “무엇보다 아들과 웃으면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전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감정코칭’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10여년 전 최성애 박사가 방송과 책을 통해서 적극 알리면서부터였다. 당시 아이들의 감정을 무시하거나 반박하지 말고 ‘그랬구나’라고 공감해줄 것을 강조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구나병’이 유행하고 있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로 부모들이 실천에 나섰다. 하지만 부모들이 ‘그랬구나’라고만 기계적으로 반응할 뿐 자녀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못했던 건, 코칭의 마인드와 철학까지 내면화하지 못했던 탓이었다. 그것이 바로 이유남 교장이 지속적인 실습을 반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강의를 마련하고 있는 이유다.
이유남 교장은 “코칭 자격증을 따고 오랫동안 강의를 해오고 있는 나 역시 가끔 옛날 본성이 나올 때가 있다”며 “사람이 강의 한번 듣는다고 바로 바뀔 수도 없고 꼭 공부를 강요하지 않더라도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지 않는 부모는 코치형 부모가 아니기에 삶의 모든 방면에서 코치형 부모가 되기 위해선 강의를 반복적으로 듣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유남 교장은 베스트셀러 <엄마 반성문>의 저자이다. 사진 이유남 교장 제공
한편, 영문초 교장에 숭실사이버대 청소년코칭상담학과 외래교수까지 겸하며 전국으로 강연을 다니느라 바쁜 그는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자녀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배우자와의 관계가 회복되고 스승과 제자 사이도 회복되는 걸 목격하니까, 내가 하는 일이 아이들과 가정, 학교와 나라를 살리는 일 같아서 힘들기는커녕 큰 에너지를 얻고 보람을 느낀다”며 “정년퇴직이 2년 정도 남았지만 퇴직 이후에도 힘이 닿는 데까지 코칭 교육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