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수포자’가 되는가? ‘분수를 처음 만났을 때’ ‘누가 자꾸 소금물을 섞을 때’ ‘철수와 영희가 다른 속력으로 달릴 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개이면서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이 지난해 초·중·고등학생 3707명과 교사 39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수의 교사가 수포자 발생 학년과 내용에 대해 초등학교 3학년 나눗셈과 분수, 그리고 5∼6학년으로 이어지는 분수의 사칙연산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6학년의 11.6%가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생각했으며, 44.9%가 수학으로 인해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예전 같으면 ‘수포자’는 문과로 진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수학과 상관없이 살 수 있었지만,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문과생들도 코딩이나 인공지능을 공부해야 취업이 가능하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수학에 재미를 느끼면서 폭넓게 수학의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교재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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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수학 교실을 깨워라, 대안 수학 교과서
지난 2020년 출간된 우리나라 최초 중학교용 대안 수학 교과서 <수학의 발견>에 이어 고등학교용 대안 수학 교과서도 출간됐다.
최근 출간된 <고등 수학의 발견(상·하)>(비아에듀 펴냄)은 사걱세 수학교육혁신센터가 펴낸 대안적인 수학 교과서다. 기존 수학 교과서가 주입식 설명으로 공식을 외우게 한 뒤 문제를 계속 풀게 하는 데 반해 이 교과서는 삶과 연결된 질문을 계속 던짐으로써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한 해법이나 공식을 고민하게 만든다. 이 교과서는 장기적으로는 수능 입시에도 유리하면서 삶과 연결된 수학적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는 미래형 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19명의 현직 수학 교사와 수학교육 전문가들이 2년여간 머리를 맞댄 결과다. 완성된 실험본을 2021∼2022년 동안 8개 학교 1500여명의 학생들로 하여금 직접 사용하게 한 뒤 그 피드백을 반영한 최종본을 올초부터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다.
<고등 수학의 발견>의 특징은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학습의 주도권을 학생에게 돌려준다. 둘째, 중학교 수학 개념과 연결된 질문으로 시작해 상위 개념으로 유도하기 때문에 중학교 개념부터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셋째, 수학을 배운다기보다 발견해나가는 과정을 통해서 수학적 창의성과 사고력, 성취감과 성장감까지 들 수 있게 한다.
이 교재는 학생 개인이 혼자 풀어봐도 좋지만, 학교 수학 시간에 모둠활동을 통해서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풀면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을 수학 시간 교재로 써 본 교사들은 눈에 띄는 변화에 대해 입을 모은다. 경기 운천고 백미선 교사는 “이 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면서 “스스로 수학 개념을 발견하고 문제를 적용해 거침없이 해결하는 학생들이 하나둘 늘어났다”고 말했다. 경기 소명학교 최민기 교사는 “입시로 인해 과감하게 도전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수학 수업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생이 스스로 발견해 학습할 수 있음을 확인했고 ‘와’ 하고 연신 환호하며 발견하는 학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경남 통영여고 김다희 학생은 “이 책으로 수업을 하면서 답을 찾는 수학이 아닌 개념과 과정을 이해하는 ‘진짜 수학’을 배웠다”면서 “모둠 친구들과 함께 소통하고 수학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어서 수학 시간이 기다려졌다”고 말했다. 경기 소명학교 이휘영 학생은 “이 책으로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수학에서 성취감을 느꼈다”면서 “열려 있는 질문들을 통해 사고력이 확장됐고 나만의 표현으로 개념이 완성되는 경험을 함으로써 나도 웃으며 수학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최수일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수학이 우리 삶과 전혀 유리된 학문이 아닌데, 우리가 20살까지 수학을 배워도 수학에서 배운 것을 인생에서 직접 사용할 기회가 없는 것은 질문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없는 주입식 교육 때문”이라며 “이 교재는 학생들을 위해선 좋은 질문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고, 수학을 가르치려고 수학 교사가 되었는데 수학을 가르치지 못하고 문제 풀이만 하고 있는 교사들을 위해선 진짜 수학 교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교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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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수학과 인공지능의 만남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5년부터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인공지능 교육이 강화된다.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는 수학이다. 기계를 움직이는 게 엔진이라면,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게 수학이다.
<교과서 수학으로 배우는 인공지능>(주니어김영사 펴냄) 시리즈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수준의 아이들이 인공지능의 원리를 수학과 연계해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교재다. 즉 학교에서 배운 교실 수학으로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총 4권으로 구성된 시리즈는 각각 예비초등용, 초등 1∼2학년, 초등 3∼4학년, 초등 5∼6학년으로 구성돼 있다. 스티커도 붙여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카드놀이도 하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인공지능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수학 학습이 이미 되어 있는 친구라면 배운 내용을 떠올리면서 따라가면 더욱 좋다. 수학 교과서와 이 교재를 함께 나란히 두고 보면, 교과서에 이런 인공지능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이 시리즈는 한국수학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한 박만구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교수가 현직 초등학교 교사 4명과 함께 만들었다. 서울교육대학원에서 인공지능과학융합전공을 가르치고 있기도 한 박만구 교수는 “미국은 100시간, 영국은 200시간 동안 인공지능을 배우도록 할애하고 있으며 지금 유치원생·초등학생들이 사회에 나가는 10∼20년 뒤에는 인공지능이 보편화된 사회에 살 것이기에 인공지능의 원리를 잘 알면 효율적으로 활용하며 살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학교에서 배운 수학을 이렇게 인공지능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또 인공지능의 원리를 생각하면서 수학을 공부하면 수학의 원리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위한 지도 가이드북도 부록으로 수록돼 있다. 가이드북을 참고해 함께 공부하면 아이들을 인공지능의 세계로 호기심 가득하게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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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선 어떻게 수학을 배울까
핀란드는 사교육이나 숙제, 경쟁적인 시험제도 없이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수차례 1위를 차지한 교육 강국이다. 특히 한국과 달리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즐겁게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나 대안적 교육 모델로 언급되고 있는 가운데, 핀란드의 수학 교육도 한국 학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마음이음 펴냄) 1∼6학년 시리즈는 지난 2020년 1∼2학년 교과서를 출간한 이래 지난해 말 5∼6학년 교과서를 펴내면서 완간됐다. 이 교과서는 핀란드 초등학교의 60% 이상이 사용하고 있는 수학 교과서를 번역해 출간한 것으로 핀란드의 최신 국립교육과정을 반영하고 있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의 특징은 수학적 구조를 발견하고 이해하게 만들어 수학 공식을 암기할 필요가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핀란드 학생들은 구구단을 전혀 외우지 않고 구구단의 원리를 이해해 문제를 푸는데, 이 교과서 역시 이같은 수학 교육의 철학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 수학적 이야기가 풍부한 그림으로 수학 학습에 영감을 불어넣고 교구를 활용한 놀이 수학을 통해 수학 개념을 이해시킨다. 특히 새로운 개념을 배우기 위해 이전에 배웠던 개념을 복습시키면서 반복 확장시켜 나가는 나선형식 수학 교과서다.
홈스쿨링이 발달한 핀란드에서는 이 교과서만으로도 집에서 혼자 수학 공부를 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교과서보다 많이 두껍고 연산, 서술형, 응용과 심화, 사고력 문제가 모두 들어있다. 한국에서는 핀란드 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님과 학원에 입소문에 힘입어 지금까지 10만부 이상 팔렸다. 국내의 핀란드수학교육연구회가 감수했고, 전국수학교사모임 추천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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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위권 학생을 위한 수학 공부법
중고생이라면, 수학 교재보다는 수학 공부법에 대한 관심이 높을 것이다. 서점에 깔려 있는 수십종의 교재 중 나에게 맞는 교재는 무엇인지, 좀더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공부법은 무엇인지,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공부하는지 등이 궁금할 것이다.
1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인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블루무스 펴냄)를 출간한 류승재 수학 강사가 최근 사교육 없이 혼자 수학 공부를 하는 학생 또는 수포자가 될까 두려운 학생들을 위한 수학 공부법 책을 펴냈다. <진짜 수학 공부법>(경향BP 펴냄)은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하기 위한 효율적이고 올바른 공부법을 알려준다.
<수학 잘하는 아이는 이렇게 공부합니다>가 수학 공부의 정도(正道)와 수학적 사고력이 발달하는 원리를 알려준다면, <진짜 수학 공부법>은 개념 공부법, 문제 풀이법, 오답 정리법, 해설지 활용법, 효율적인 암기법 등 수학 공부의 구체적인 디테일을 알려준다. 학원을 다니는 경우는 수학 학원을 잘 선택하는 법을, 혼자 공부하는 경우는 어떤 로드맵으로 공부할지를 팁으로 얻을 수 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