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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스마트폰 억지로 뺏지 말고, 밤 9시면 가족 모두 꺼봐요”

등록 2023-03-07 07:00수정 2023-03-07 10:26

자녀의 스마트폰 과의존 해결하려면

억지로 뺏거나 과도한 제한은 역효과
앱 기록장·유튜브 구독장 만들어 공유
부모의 솔선수범 및 조력자 역할 중요
자녀와 대화로 사용규칙 함께 고민해야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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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만 뜨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찾고, 잠잘 때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않아요. 유튜브를 시청하고, 친구들과 문자와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고, 틱톡에 나오는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심지어 숙제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눈을 떼지 않아요.”

초등학교 6학년 이사랑(가명)양의 엄마의 고민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6학년이 된 만큼 규칙적인 생활은 물론 학교 수업도 충실해야 하는데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무엇보다 유해하거나 폭력적 콘텐츠에 노출될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양의 엄마는 “스마트폰을 그만하고 공부하라고 하면 ‘내가 알아서 해’ 하고 무시하기 일쑤”라며 “아이가 스마트폰의 사용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자제시키고, 유해환경 접속을 스스로 차단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의존도 심각 수준

이양처럼 아동·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점점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를 보면, 스마트폰 과의존 의험군 비율이 유·아동(만3~9세)은 27.3%로 2019년 대비 3.7% 늘었고, 청소년은 35.8%로 2019년보다 5.0%가 증가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일수록 아동·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가능성이 10%p 남짓 높았다.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란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하지 못하고, 개인의 삶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다른 활동에 비해 현저하게 많으며, 스마트폰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부정적인 결과를 경험하는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해 자녀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는 데 있다. 성장기 유·아동의 경우 언어발달 수준을 낮추고, 판단력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 가족간 대화 단절을 비롯해 집중력 저하, 학업 소홀로 이어질 뿐 아니라 게임과 도박, 학교폭력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론만 빠삭한 부모 관심이 필요한 아이>를 쓴 서민수 경찰인재개발원 학교폭력·소년법 담당 교수요원은 부모가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라는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스마트폰이 우리에게 큰 혜택을 주는 건 분명하며, 이 스마트폰의 양면성을 잘 인식해야 자녀 교육에 균형을 갖출 수 있다”며 “부모가 무조건 ‘스마트폰은 나쁜 물건이야’라고 아이에게 몰아세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좋고 나쁜 영향이 생길 수 있다는 걸 구분해서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스마트폰 금지 정답 아냐

최윤호(8)군 엄마는 요즘 스마트폰을 손에 쥐여주지 않으면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식사할 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나 밥 먹었으니까 스마트폰으로 게임 한 번 하고, 유튜브 1시간 더 본다, 알았지?” 등 매 끼니를 스마트폰 사용시간과 연계해 투정을 부리기 때문이다. 최군 엄마는 “아기 때부터 울거나 떼를 쓸 때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쥐여준 게 화근인 것 같다”며 “초등학교 입학 선물로 개인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는데, 언제 사줘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만 2세 미만의 아이에게는 스마트폰과 TV를 비롯한 모든 전자기기 화면 노출을 피하라고 권고할 정도로, 최군의 사례처럼 스마트폰 접촉 나이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통제력과 자기조절 능력이 부족한 유아기의 경우에는 하루에 한 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하라고 WHO는 권장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도 스마트폰이 교육, 또래와의 교류 등의 이유로 자녀의 생애주기 동안 절대 사라질 수 없는 필수품이 된 상황에서 금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본다.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 적정 시기는 언제일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스마트쉼센터 한우서 수석상담사는 “현재 학계에서는 자녀들의 스마트폰 사용 시기를 최대한 늦출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최근엔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스마트폰을 대부분 사용한다”며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을 갖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부모 몰래 공폰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스마트폰 사용 적정시기를 자녀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스마트폰이 자녀의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좋은 영향도 주기는 하지만, 자녀만 스마트폰이 없다는 이유로 스마트폰을 사주는 건 신중해야 한다”며 “부모의 역량과 아이의 수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부모가 아이의 책임성과 독립성을 판단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에서 사주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의 부재 때문에 또래 관계가 엉망이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연구가 더 많다”며 “다른 친구들과 달리 자녀만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라면 부모가 운동이나 취미 활동 같은 프로그램으로 스마트폰 공백을 메워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스마트폰 사용 제한하려면

자녀에게 스마트폰이 있다면 스마트폰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아이와 대화를 통해 스마트폰을 과의존의 문제점을 공유하고 자녀의 의지와 노력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거쳐 ▲스마트폰 하루 사용시간 정하기 ▲식사시간에는 스마트폰 대신 가족과 대화하기 ▲숙제 등 집중력이 필요할 때는 스마트폰을 옆에 두지 않기 등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만든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가족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며, 무엇보다 부모의 솔선수범이 선행돼야 한다.

한 상담사는 “스마트폰 사용 규칙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목적, 용도, 매체 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의사소통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관심을 갖고 자녀를 관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자녀 혼자 통제받는 방식은 불공정해서 오히려 자녀에게 반항적인 사고와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며, 자녀의 스마트폰을 제한하기 위한 실천방법으로 다음의 3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첫째, ‘스마트폰 바구니’를 만드는 것이다. 밤 9시가 되면 가족 모두가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담아서 함께 참아보는 방법이다. 둘째, 자녀의 ‘앱 기록장’과 ‘유튜브 구독장’을 만들어 자녀와 공유하는 것이다. 셋째,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메타버스산업협회가 개발한 ‘사이버 안심존’ 사이트에서 스마트폰으로 전달되는 폭력적·음란성 문자나 광고를 실시간 차단해주는 ‘스마트 안심드림’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는 방법이다.

서 교수는 “가족 모두가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철저히 지키고, 꼼꼼하게 사용내역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자녀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책임을 어떻게 가질 건지 훈육방식 원칙도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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