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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돈키호테를 통해 ‘관용’을 배우다

등록 2023-03-06 16:02수정 2023-03-07 02:33

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돈키호테 표지 이미지.
돈키호테 표지 이미지.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는 1547년 마드리드 근처 작은 마을에서 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스페인은 당시 유럽을 대표하는 강대국으로서 신대륙을 탐험해 많은 금은보화와 작물을 가져와 스페인 왕정은 막대한 부를 누리고 있었다.

이 당시 신대륙을 개척한 탐험가들은 자신의 경험에다가 온갖 상상력과 과장을 더해서 마치 소설과 같은 보고서를 왕에게 보냈다. 스페인 사람들은 조국이 황금기를 보내고 있던 시절 신대륙에서 보내오는 과장된 무용담과 흥미로운 모험담이 가득 찬 기사 소설에 취해 살았던 것이다.

기사 소설에 미친 돈키호테는 스페인이 황금기를 누리고 있을 당시 모든 스페인 사람들의 자화상이었다. 물론 세르반테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처럼 전쟁터에 나가 큰 공을 세우고 싶어서 투르크 세력과의 전쟁인 레란토 해전에 참전했다가 왼쪽 팔을 크게 다치기도 했다.

그러나 영원할 것 같았던 스페인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16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스페인은 쇠퇴해갔고 전쟁 참전 용사인 세르반테스는 세금 징수원으로 일하다가 급기야 공금 횡령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돈키호테>는 이 시기에 집필된 소설이다. 그러니까 평생 전쟁과 모험 그리고 출세를 열망했던 세르반테스는 자신의 비참한 말로를 비관하고 자신이 열광했던 기사 소설과 탐험가들이 쓴 모험담들이 모두 거짓이며 부질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래서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라는 기사 소설과 무용담에 미친 인물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페인 사람들을 열광하게 한 온갖 기사 소설이 사실 허황한 것이라고 비판하기 위해서 <돈키호테>를 집필한다.

기사 소설을 비판하는 세르반테스의 의도와는 달리 우리는 <돈키호테>를 통해서 국제사회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덕목을 배울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관용’이다. 톨레랑스라는 프랑스어로도 유명하다.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라만차라는 작은 마을에 살았던 알론소 키하노라는 하층 귀족이 유유자적한 삶을 살다가 어느 순간부터 기사 소설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읽은 나머지 급기야 세상의 모든 악당을 소탕하고 약자를 구원하겠다고 기사가 되어 길을 나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자신의 이름을 돈키호테로 바꾸고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갑옷으로 무장하고 비쩍 야윈 말 로시난테를 타고 길을 떠난다.

돈키호테가 기사 소설에 빠져 미쳐버렸다고 생각한 조카딸, 신부, 이발사는 기사 소설을 모두 불태우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애초에 돈키호테를 미친 사람으로 취급하고 그가 탐독한 기사 소설을 불태워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변 사람이 가지고 있는 편견일 수도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가치관과 개

성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지 않은가.

물론 돈키호테가 환상에 빠져 무고한 사람을 공격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열정이나 삶의 태도는 다른 사람이 관여할 일이 아닌 것이다. 또 현대에 들어와 돈키호테는 허황한 꿈 때문에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 열정을 불태워서 도전하는 사람으로도 해석이 된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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