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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100년에 걸친 집단지성…나만의 해석에 도전해야

등록 2023-02-27 18:03수정 2023-03-03 08:42

연재 | 10대와 함께 읽는 논어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서력기원전 8~3세기를 ‘축의 시대’라고 불렀다. 이 시기에 지구 각 지역에서 발생한 사상체계가 오늘날까지 문명의 축을 이루고 있기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리스의 소크라테스, 인도의 석가모니, 중동지역의 유일신 사상, 동아시아에서는 기원전 5세기 무렵 공자(B.C.551~479)가 유학(유교)을 집대성했다. <논어>는 그 유학의 기본 경전이다. 성경, 불경, 코란이 ‘바이블’이듯이, <논어>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문화권에서 바이블의 역할을 해왔다.

<논어>는 논할 논(論), 말씀 어(語)로 이뤄진 제목의 책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말과 행동을 공자가 죽은 후 제자들이 편찬하였기에 이름을 논어라고 하였다”에서 제목이 유래하였다고 한다(<한서, 예문지>). 논어는 약 100년의 시간에 걸쳐서 여러 사람들의 토론과 숙의를 거쳐서 완성되었다. <논어>는 문헌학적으로 보면, 공자 만년의 나이 어린 제자였던 증삼과 자유라는 학자의 문파에서 편찬된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논어>의 세계를 굳이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인간관계’ 또는 ‘사람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논어>를 자세히 뜯어보면 하늘(天), 천명(天命) 같은 ‘종교성’을 가진 말은 각각 19회, 3회에 그치는 대신 인간성, 인간행위, 인간관계 등에 대해 담론하고 성찰하는 부문은 아주 많다. 예를 들어 당시 인간사회의 규범을 의미하는 ‘예(禮)’는 75곳, 사람다움의 도덕규범을 뜻하는 ‘인(仁)’은 109곳이나 된다. 즉 <논어>의 핵심 범주는 ‘사람(人)과 인(仁)’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사람다움을 가리키는 인(仁)은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가장 쉽게 압축된 정의는 “애인(愛人)”이다. ‘사람을 아끼는 태도’이다. 인은 큰 틀에서 충(忠), 서(恕), 효(孝), 제(悌), 공(恭), 관(寬), 신(信), 민(敏), 혜(惠)와 같은 유교의 도덕규범을 아우른다.

인(仁)은 공자가 수립한 이상적 인간성의 핵심이다. 그 인은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널리 배우고 깊게 뜻을 갖추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 속에서 길러진다. 즉 지(智)의 함양이다. <논어>가 지향하는 사회적 인간형은 군자(君子)이다. 군자는 인과 지가 조화를 이룬 사람이다. 인지(仁智, 선의와 지혜)를 갖추고 예악(禮樂, 질서와 문화)을 이끄는 사람. <논어>는 스승 공자가 제자들에게 군자가 되라고 다독이는 말로 가득 차 있다.

<논어>는 서기 2세기 무렵 중국에서 유학이 ‘국학’으로 높여지면서 유교사상의 표준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4세기 무렵 백제시대 왕인이 일본에 <논어>를 전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그 전부터 우리 선조들도 <논어>를 읽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논어>는 1594년 가톨릭 선교사 마테오리치에 의해 라틴어로 번역돼 유럽에도 소개되었으며, 볼테르 등 18세기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논어>는 지난 2천여년 동안 중국에서만 약 3천종의 본격적인 주석서가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도 각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논어>를 즐겨 읽으며 자기만의 “새로운 해석”에 도전하고 있다.

이인우 | 리쓰메이칸대학 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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