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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23년째 초1 담임의 입학준비 귀띔…“학교는 즐거운 곳 알려줘야”

등록 2023-02-20 17:35수정 2023-02-21 10:42

정년 코앞까지 1학년 담임 강명옥 교사
선생님께 자기의사 표현 가르치면 도움
과잉 통제나 간섭, 무관심·방임은 금물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둔 강명옥 교사는 23년간 초등 1학년 담임을 맡아왔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은 “공교육의 첫 시작”임을 강조한다.
내년에 정년퇴임을 앞둔 강명옥 교사는 23년간 초등 1학년 담임을 맡아왔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은 “공교육의 첫 시작”임을 강조한다.

“출석 부르고 줄 세워서 밥 먹으면 하루 다 간다.”

“1학년 담임은 인간의 영역이 아닌 신의 영역이다.”

교사들이 ‘초등 1학년’을 부담스러워 하는 이유들이다. 그런 초등 1학년 담임을 23년째 맡고 있는 강명옥 강원도 양양 강현초등학교 교사는 “1학년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학년들은 자기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너무 맑고 순수한데다 3월 초에 아기 같은 아이들이 들어와서 발전하고 변화해서 1학년을 마칠 즈음에는 너무 많이 커서 2학년에 올라가는 걸 보면 뿌듯하다. 그게 1학년 담임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제자를 키우려면 6학년 담임을 맡고 1학년 담임은 맡지 말라’는 말이 교사들 사이에서 있다. 실제로 강 교사가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제자들은 지금도 연락이 오지만, 1학년 담임을 했던 아이들이 연락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은 성장과 변화를 통해 당해연도에 보람을 다 느끼게 해준다. 다른 교사들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그는 웃었다.

1984년 3월2일, 교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한 양양 오색초등학교를 시작으로 고향인 강원도에서 39년 교직 외길을 걸어온 그는 내년 정년퇴직을 앞둔 올해도 1학년 담임을 자원했다. 그에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화장실·식사 등 생활습관 갖추고 입학해야

강 교사가 부모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초등학교 1학년은 공교육의 첫 시작”이라는 점이다. 여기서 방점은 ‘공교육’과 ‘첫 시작’이다. 즉 보육이 아닌 교육이고, 중간도 마무리도 아닌 시작이라는 점이다.

그는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마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부모님들이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요구하던 것을 학교에도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1명의 교사가 20여명의 학생을 담당하는 공교육에서는 불가능한 요구들이 많다”고 말한다. 예를 들면, 아이에게 몇시 몇시에 약을 챙겨 먹여달라거나, 이런 음식은 되고 저런 음식은 안 된다거나 하는 등의 보육적 요청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첫 시작’이기 때문에 아이가 학교를 즐겁게 다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과도하거나 무리한 학습 목표나 부담은 오히려 기나긴 장기전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치게 한다.

그는 구체적으로 아이들에게 4가지를 준비시키서 학교에 보내면 한결 수월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첫째, 화장실에 가서 스스로 뒤처리를 하고, 혼자서 스스로 밥을 다 먹을 수 있는 등 기본적인 생활습관을 어느 정도 갖춰서 입학하는 것이다. 부모가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줘야 밥을 먹는 아이들과 혼자서 화장실 뒤처리를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교사들이 일일이 이런 아이들을 챙겨줄 수는 없다.

둘째, 학교는 여러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는 곳이기에 다른 사람에 대한 양보와 배려를 배워오면 좋다. 가정에서 자기중심적으로만 생활을 해오면 학교 생활이 불편하고 힘들 수 있다.

셋째, 학교는 재미있고 즐거운 곳으로 부모들이 얘기해줘야 한다. “학교에서 그렇게 하면 선생님에게 혼난다” “선생님 말씀 안 들으면 벌 받는다” 등 학교와 선생님을 무섭고 꾸중하는 존재로 가르치면 아이들이 많이 경직되고 긴장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넷째, 어느 정도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만들어서 등교하면 좋다. 3월에는 아이들이 떠들지도 못하고 친구랑 장난도 못 치고 40분씩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시기다. 이때 대소변을 참는 데 익숙하지 않는 아이들 중 선생님께 말을 못해서 옷에 실례를 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또 급식 시간에는 자신이 못 먹는 음식 앞에서 말을 못하고 울고만 있는 아이들도 있다.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선생님, 저는 이런 음식은 알러지 때문에 못 먹어요”라고 편하게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교사 1명이 20여명의 학생들을 담당하는 학교에 내 아이만 세밀하게 챙겨달라는 보육적 요구를 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교사 1명이 20여명의 학생들을 담당하는 학교에 내 아이만 세밀하게 챙겨달라는 보육적 요구를 하는 것은 지양하는 게 좋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글 해득과 간단한 수개념 알고 입학하기

학습적으로는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입학하면 좋을까? 강 교사는 “담임 교사는 스무명 아이들의 평균적인 눈높이에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너무 선행을 많이 하고 입학한 아이들은 ‘선생님, 나 그거 다 배웠어요’ ‘선생님 그거 너무 재미없어요’라며 학습에 흥미와 호기심을 잃는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못하는 아이들도 또래들보다 뒤처지는 자신의 모습에 자신감을 잃는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한글 해득과 간단한 수 개념을 익혀오는 것이 무난하게 학교생활을 따라갈 수 있는 길이다.

1학년 시기 아이들은 일단 학교생활만으로도 벅차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서 20여명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수업도 듣고 급식도 먹고 놀기도 해야 한다. 그래서 1학년 생활의 목표는 “지식이나 공부가 목표가 아닌, 즐겁고 재미나게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저학년에 학교생활의 기본적인 규칙을 익히면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면, 고학년에 올라가서도 자기주도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1학년 때는 방과후에 학습적인 사교육은 지양하고, 사회성을 키울 수 있는 활동이나 예체능 활동은 추천한다. 그는 “학원을 많이 다니는 아이들은 확실히 학교에서 집중도가 떨어진다”며 “초등학교 1학년은 마라톤의 시작인데 처음에 너무 빨리 뛰면 중간에 지쳐서 끝나버릴 수 있기에 길게 보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친구관계 문제는 주관성 감안하고 들어야

1학년 담임 교사에게 부모들이 가장 연락을 많이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바로 ‘친구관계’다. “우리 아이가 00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요.” “00가 우리 아이를 괴롭힌다고 해요.” 부모들은 아이 말만 듣고 사실로 믿어버리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해서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들은 아이 말을 믿어주되, 아이가 자신의 입장에서만 주관적으로 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선생님과 소통하는 게 좋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떤 아이들이 고학년까지 잘 성장해나갈까? “사회성이 좋은 아이, 인기가 많은 아이, 공부를 잘하는 아이, 잘 노는 아이 중 어떤 아이들이 가장 잘 성장해나가는지” 물었다. “부모가 현명한 아이”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부모가 현명한 아이들이 나중에 친구관계도 좋고 공부도 잘하는 것 같다”며 “1학년 때 보면, 지나치게 간섭하고 통제하는 부모나 완전히 방임하는 부모를 둔 아이들은 학교에서 표가 나는데 그런 아이들은 고학년에 가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명한 부모란, 한발 떨어져서 관심을 갖는 부모를 말한다. 중도를 잃지 않고 조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고 기다릴 줄 아는 부모란다. 이런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공부도 잘하고, 사회성뿐 아니라 창의력도 좋고 자신의 인생도 잘 찾아간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교직생활을 되돌아보면 40년 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가 많이 무너진 것”이라고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개학을 앞둔 2월이 가장 설렌다”고 한다. 그는 항상 담임 소개 안내장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써서 보낸다. ‘봄에 피는 꽃만 아름다운 건 아니야. 어떤 꽃은 여름에 피고, 또 어떤 꽃은 가을에 피지. 심지어는 겨울에 피는 멋진 꽃들도 있어. 니가 어떤 꽃일지는 몰라. 다른 꽃이 벌써 폈다고 너무 두려워는 하지 마. 넌 누구보다도 멋진 너만의 꽃을 피울 테니까.’ 서천석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의 책에 실린 내용 중 일부다. 이제 마지막이 될 담임 소개서를 준비 중인 그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 열정과 성의를 다해 40년 교직생활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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