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코인으로 돈을 조금 벌었어요. 올해는 지금까지 모은 용돈으로 테슬라 주식을 1∼2주 사려고 해요. 언제 사는 게 좋을지 지켜보느라 매일 경제 뉴스를 봐요. 지난해에는 친구들도 코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코인보다는 미국 주식에 더 관심이 많은 거 같아요.”
중학교 3학년인 김정태 학생의 말이다. 김군의 엄마는 “처음에는 아이가 공부보다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서 걱정도 되고 청소년기에 저렇게 돈에 관심을 갖는 게 건강한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봐 우려도 됐지만, 아이가 돈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문이나 뉴스를 열심히 챙겨보고 부모에게 사회와 경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느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니 좋은 점도 많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지나치게 수익에만 집착하지 않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투자에 대한 관심은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증권이 지난 12일 청소년(17∼19세)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세뱃돈을 투자하는 방법으로 예금(41%)보다 주식(58%)을 선호하며, 투자하고 싶은 종목으로 애플(35%), 알파벳(23%), 테슬라(20%)를 꼽았다. 반면, 가정에서나 공교육에서나 금융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부모 세대는 투자에 관심을 갖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부터 금융만화나 금융동화 등 관련 책을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부터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급화폐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경제 개념을 가르치고 그 과정을 책 <돈으로 움직이는 교실 이야기>(책밥)으로 펴내 화제가 된 옥효진 교사는 “경제와 금융지식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역량이기에 한꺼번에 다 가르치기보다는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면서 “처음에 금융도서를 고를 때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만화나 동화 형식의 책으로 출발해서 점차 개념서로 넘어가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요즘에는 투자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는데 아이에게 투자부터 가르치는 것보다는 돈을 버는 것부터 시작해서 모으고 저축하는 습관을 형성한 뒤에 투자를 가르치는 등 단계를 밟아나가는 게 좋으며, 책마다 저자의 경제관이나 돈에 대한 철학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읽어보고 부모의 가치관과 맞는 책을 고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을파소)는 2001년 발행 이후 150만부가 팔린 어린이 경제동화의 고전으로 어린이도서연구회 추천도서이기도 하다. 빚에 허덕이는 부모를 보며 자란 키라가 열두살에 부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설계하고 자신감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동화의 큰 줄거리다. 열두살의 나이에도 저축, 펀드, 재테크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생에서 돈이 필요한 이유,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삶의 자세, 나아가 자신의 꿈과 소원을 이루는 방법 등을 모두 잘 녹여내고 있다.
<어린이 첫 투자 수업>(주니어김영사)은 아마존 어린이 금융분야에서 1위를 차지한 책을 번역한 것으로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여졌다. 돈을 벌고 모으고, 저축하거나 투자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꿈을 이루는 방법까지 다룬다. 이 책의 도입부는 이렇게 시작한다. “여러분은 부자가 되기 위한 강력한 도구인 ‘시간’을 가지고 있어요. 돈은 투자를 일찍 시작할수록 오랜 시간 동안 투자할수록 더 빨리 많아지니까요.” 책은 ‘시간’으로 출발해 ‘꿈’으로 마무리되는데, 그 과정은 단리와 복리, 수익과 위험, 분산투자 등의 개념으로 채워져 있다.
<장난감 말고 주식 사 주세요!>(우리학교)는 ‘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는 초등학생을 위한 가이드북이다. 어린이도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는지, 주식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지, 투자와 투기는 어떻게 다르며, 착한 투자란 무엇이며 착한 투자자로 살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준다.
<주식회사 6학년 2반>(다섯수레)은 ‘주식회사 6학년 2반’을 운영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제 원리와 개념을 알아갈 수 있는 동화다. 회사를 차리고 노동자를 고용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물건값을 정하고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회 전체가 돌아가는 확장된 경제 개념을 익힐 수 있다.
<세금 내는 아이들>(한국경제신문)은 옥효진 교사가 실제로 운영한 학급의 이야기를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한 경제 동화다. 6학년 1반 아이들은 각자 반에서 직업도 있고, 월급도 받고, 저축도 하고, 투자도 하고, 세금도 낸다. 즉 한 학급이 미니 공화국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은 마트를 열었다가 망하기도 하고, 투자에 실패하기도 하고, 갑작스런 실업에 바닥난 통장을 걱정하기도 하면서, 모두 돈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학급에서 벌어진 일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쓰여진 탓에 출간한 지 1년 만에 1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금융>(미래엔아이세움)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투자 방법들을 알려주는 동화책이다. 소셜미디어나 인터넷을 통한 크라우드펀딩,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어큐먼펀드’,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이자 또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무이자 은행과 커뮤니티 개발은행, 친환경에 투자하는 녹색 은행, 선한 아이디어를 응원하는 굿캐피털 등 착한 투자법을 훈훈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해준다.
아이들을 위한 금융도서들은 한결같이 부모가 먼저 금융에 대한 지식과 철학이 있어야 아이들에게 책도 읽히고 아이들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도 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부모가 먼저 읽기 좋은 지도서에는 다음과 같은 책들이 있다.
<공부머리보다 금융머리를 먼저 키워라>(위즈덤하우스)는 자녀들에게 돈에 대해서 가르치고 싶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모르는 부모들을 위한 상세한 가이드북이다. 저자는 많이 배우고 좋은 직업을 가져도 돈 문제로 인해 인생이 불행해지는 걸 숱하게 목격한 금융 컨설턴트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한 공부’로서의 금융공부를 제안한다. 책은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연령별로 어떻게 돈 교육을 진행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알려준다.
<13세, 우리 아이와 돈 이야기를 시작할 때>(한스미디어)는 초등학교 현직 교사가 쓴 금융교육법으로 자녀들과 나누면 좋은 일상 속 이야기꺼리들을 던져주고 이를 어떻게 경제개념으로 이끌지 알려준다.
<돈을 아는 아이는 꾸는 꿈이 다르다>(잇콘)는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여러가지 활동을 통해 돈의 가치부터 저축과 투자까지 가르치는 엄마표 초등 돈 공부법이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