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출범식이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서울시의회는 최근 서울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위한 주민 조례 청구를 심의하고 있다. 250여개 진보 시민단체가 참여한 대책위는 출범식에서 “인권조례 폐지 시도를 막아내고 학생인권이 더욱 깊고 널리 뿌리 내리도록 활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6일로 제정 11주년을 맞은 서울학생인권조례가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논란 속에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실제 폐지로 이어지면 인권을 침해당한 학생이 구제받을 길이 사라진다는 우려 속에 교육시민단체들이 조례 지키기에 나섰다.
250여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공대위는 “조례 제정 이후 두발·복장 규제와 체벌 등 학교의 당연한 관행처럼 여겼던 것들이 ‘그러면 안 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이를 구제할 수 있는 종합적인 체계도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은 조례에 따라 인권전담기구인 ‘학생인권교육센터’와 ‘학생인권옹호관’을 설치했는데, 학생인권옹호관은 이달 기준 총 1298건의 권리구제신청을 받아 권고 186건, 분쟁조정 328건 등 조처를 완료했다.
반면 조례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조례 때문에 동성애나 성전환 등에 대한 윤리적 유해성을 교육하면 차별 행위가 될 수 있고, 동성애가 정상이라는 교육으로 인해 청소년의 성전환과 에이즈가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서울시의회에 6만4000명의 서명이 담긴 청구인 명부를 제출했는데, 청구 심의 절차가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심의를 통과해 서울시의회가 가결하면 조례는 폐지된다.
서울시의회 112석 가운데 국민의힘 의석이 76석(68%)인 가운데 김혜영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조례가 성해방을 조장·강제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폐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는 이날 <한겨레>에 “이들의 주장은 결국 동성애를 혐오할 자유를 달라는 것에 불과하다”고 우려했다. 공대위 역시 “조례가 폐지되면 조례에 의해 만들어진 인권 침해 구제 기구들이 없어질 것이며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 금지도 어려워진다”며 향후 조례 지키기 서명운동을 진행하며 유엔 인권기구 등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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