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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고교 한국사 심의안 ‘밀실’ 수정…투명하게 밝히라” 연구진 성명

등록 2022-12-09 16:28수정 2022-12-09 18:01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9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지난달 9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교육부가 2022 개정교육과정 심의안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상정하면서 고등학교 한국사의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추가한 가운데, 역사과 연구진들이 “공적인 논의 없는 밀실 수정”이라고 비판하며 심의안 폐기를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9일 2022 개정교육과정 행정예고안을 공개하고 행정예고 기간(11월9~29일) 동안 접수된 국민 의견 1574건을 바탕으로 심의안을 마련해 지난 6일 국교위에 상정했다. 역사과의 경우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함께 사용하는 행정예고안이 유지됐다. 또 고교 한국사에서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6개에서 9개로 늘렸는데, 행정예고 기간 역사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전근대사 비중을 확대하라는 요구를 반영해 고대·고려·조선 등 총 3개 성취기준을 추가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이를 요구한 역사 관련 학회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9일 ‘2022 개정 역사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진 일동’은 성명을 내고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추가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연구진은 “학생들이 학습할 교육과정은 장시간의 연구와 광범위한 의견 수렴에 기초해 개정돼야 한다”며 “교육부는 ‘일부 역사 관련 학회’의 의견임을 내세워 시안을 수정했다. 교육부와 연구진이 협력해 개발해온 과정을 교육부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적인 논의 절차 없이 성취기준을 추가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행위”라며 “비밀리에 진행한 수정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요구했다.

연구진은 이와 관련해 교육부와 연구진 간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 2일 있었던 역사과 심의위원회에서 전근대사 성취기준이 추가된 심의안이 갑작스럽게 안건으로 올라온 게 전부라고 주장했다. 한 역사과 심의위원은 <한겨레>에 “교육부가 안건에 대한 사전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전근대사 비중을 조정하는 방안을 안건으로 올렸다”며 “찬반이 팽팽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근대사 성취기준 추가는 기형적인 한국사 교육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구진은 기존 역사과 교육과정에 대해 “전근대사 중심으로 구성한 중학교 ‘역사’와 근현대사 중심으로 개발한 고교 ‘한국사’를 중3과 고1에 걸쳐 2년 간 연계해 배우도록 한 체계”라며 “(교육부의 심의안은) 이러한 체계를 완전히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학생들은 구성의 원리가 미흡한 교육과정으로 한국사를 배우게 되고 현장 교사들도 혼란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들은 또 교육부가 연구진의 자율성을 침해한 점도 거듭 비판했다. 지난달 행정예고안 공개 당시 역사과 연구진들은 ‘민주주의’라는 표현에는 다양한 함의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들어 비교적 협소한 의미인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추가하는 것을 반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행정예고안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연구진은 “연구진의 문제제기에 명확한 해명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인 교육과정 시안 수정을 강행한 교육부에 다시 한 번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시대 비중과 관련해서는 지난 2일 역사과 심의위원회 회의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안건으로 올려 논의를 해왔다”며 “행정예고 기간 들어온 전근대사 비중을 늘리자는 학회 의견과 그간의 논의 사항을 종합해 전근대사 성취기준을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늘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 5차 회의에서는 2022 개정교육과정 심의안에 대한 의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개정교육과정 심의안의 성 관련 표현에 대한 위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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