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모두 결혼하고 아이도 있다 보니 육아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의 단골 메뉴다.
“요즘 왜 이렇게 애들한테 화를 잘 내는지 모르겠어. 기다려줘야지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지를 때가 많다니까.”
“어린이집 같이 다니는 친한 친구들이 이제 영어 유치원으로 옮기려 하더라고. 그런데 원비가 보통 비싼 게 아니더라. 아내는 우리 아이도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 하는데 솔직히 우리 집 형편에 거길 보내는 게 옳은 결정인지 잘 모르겠어.”
“요즘 일이 너무 많다 보니까 평일에는 아이 얼굴도 못 보고 산다. 좀 더 크면 아빠는 안중에도 없고 친구들하고만 놀려고 한다는데 지금 이렇게 일만 하며 사는 게 맞는 걸까?”
친구들과 육아 이야기를 하다 보면, 확실히 우리 세대는 아버지 세대들보다 아이와의 관계, 자녀 교육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빠로서 그만큼 잘하고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그렇다고 쉽게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육아 책을 썼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은 자주 내게 육아 고민을 털어놓는다. 하지만 그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이렇게 해야 해’라고 말하지 못했다. 나도 똑같이 많은 부분에서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유명인과 전문가들이 나오는 여러 육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좋은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는 것들이 내 삶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아이 말에 공감부터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가정 경제를 우선하다 보니 아이와의 시간보다는 일에 더 힘을 쏟게 된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데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언젠가 어머니께 육아가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육아가 어려운 게 당연하지. 잘하고 있어. 네가 생각한 것의 40%만 해도 넌 충분히 훌륭한 아빠야.”
40%. 절반(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40%만 해도 괜찮다는 어머니 말씀이 큰 힘이 되었다. 과거에는 육아 고수인 다른 아빠들을 보며 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머니 말씀을 듣고 나서는 스스로를 주어진 환경에서 나름 잘하고 있는 아빠라고 여길 수 있었다. 아이에게 화를 냈다면 늦기 전에 사과하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자책하기보다는 아이와의 사소한 약속을 기억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말이다.
완벽한 아빠가 되긴 어렵다. 생각한 것의 40%만 했더라도 스스로를 칭찬해 주자.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고민하는 우리 모두가 이미 훌륭한 아빠다.
<끝> 글·사진 최현욱 <85년생 요즘 아빠> 저자
* ‘MZ 아빠의 육아일기’ 연재를 마칩니다. 최현욱 필자님과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