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습관이 중요하듯이 금융 생활을 할 때도 습관이 중요하다. 가성비를 따져 소비하거나, 예산을 세워 계획에 맞춰 지출하거나, 모은 돈을 이웃을 위해 기부하는 행동 모두 습관이다. 심지어 부자 되는 것도 습관이라고 말한다.
당연히 저축도 습관이다. 그런데 좋은 저축 습관을 들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저축 목표를 세워보지 않은 사람은 단연코 이 세상에 한 명도 없을 테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개는 소비의 ‘지름신’이 강림하고 저축으로 쓰여야 할 돈이 날개 단 듯 허공으로 사라진다. 그래서 저축을 늘리는 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쓰리에스’(3S)로 불리는 일종의 비법이다.
첫째, 저축 목표를 하나(single)로 정한다. 저축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저축 목표를 여러 개 세우는 사람이 있다. 목표가 많을수록 저축도 많이 할 것이라는 기대에서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목표가 많을수록 저축하는 돈이 오히려 적다는 놀라운 사실이 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하나의 목표를 세운 사람들의 저축액이 더 많았다. 목표가 하나일 때 돈을 모으겠다는 동기가 더 확실하게 부각돼 저축을 더 많이 한다. 목표를 많이 세우는 것은 과욕이며, 과욕은 저축 포기로 이어지기 쉽다.
둘째, 저축 목표액을 분명(specific)하게 정한다. 막연하게 몇십만원 또는 몇백만원을 모으겠다는 목표 대신에, 가령 원하는 게임기를 사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금액을 목표로 정한다. 이 비법 역시 효과적이라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금액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으면, 사람들이 돈을 기분에 따라 내키는 대로 쓸 여지가 줄어들고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자신감은 커진다. 그 결과 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셋째, 자기 속박(self-control)을 위한 수단을 만든다. 그리스 신화 속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사이렌)의 노래 유혹을 이겨내려고 부하들에게 자신의 몸을 돛대에 결박하고 절대로 풀지 말라고 지시함으로써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집으로 갈 수 있었다. 철저하게 자기 속박을 함으로써 힘든 목표를 이룬 것이다. 한 연구에 의하면, 돈을 모으는 봉투에 자녀 사진을 붙여놓은 실험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봉투에서 돈을 덜 꺼내 썼다고 한다. 소비 충동을 느끼다가도 봉투 겉면에 있는 자녀 사진을 보는 순간 마음을 고쳐먹은 덕분이다.
평소 저축을 실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실패한 적이 많다면, 자신에게 가장 효과적인 속박 수단이 무엇인지 찾아서 적용해 보자. 이를테면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경우, 여행지의 멋진 풍경이 담긴 사진을 평소 오고 가며 볼 수 있는 벽이나 책상 위에 붙여두는 것이다.
한진수 교수(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