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Q. ‘진술분석’이라는 개념이 생소한 친구들이 많을 것 같아요. 진술분석이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진술분석은 범죄 피해자나 피의자 등 진술인이 사건에 대해 진술한 내용이 실제 경험한 사실을 그대로 진술하고 있는지, 그 신빙성 여부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 검찰과 같은 수사기관은 먼저 범행에 사용된 흉기나 CCTV 영상 등 눈에 드러나는 ‘물적 증거’로 범인을 찾으려고 할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물적 증거만으로 범인을 확정지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살인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DNA가 발견된다고 해서 이게 곧 용의자가 범인이라는 뜻은 아니거든요. 물적 증거 자체가 없을 때도 있고요.

이때는 용의자가 하는 진술을 들어봐야 합니다. 성범죄, 사기 등과 같이 피해자와 피의자의 주장이 서로 상반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이럴 때 누구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서 사건 처리를 해야 하고요. 이렇게 진술이 중요한 사건들에 진술분석이 필요해지죠.

Q. 그럼 진술분석전문가는 사건 당사자가 하는 말 속에서 실제로 한 경험을 찾아내고 분석하는 직업이군요. 진술분석전문가를 찾는 사람들도 다양하겠어요.

진술분석센터를 설립하기 전까지만 해도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에서 주로 진술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지금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변호인 또는 사건 당사자, 즉 억울한 혐의를 벗고 싶은 피의자나 자신의 피해를 입증하고 싶은 피해자가 개인적으로 찾아오기도 하고요.

Q. 진술의 신빙성을 분석하려면 무엇보다 정확하고 과학적인 절차를 거쳐야 할 것 같은데요. 진술분석전문가가 진술에서 사실을 추려내 이를 검증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사건을 의뢰받으면 당사자의 진술 자료만 보는 게 아니라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확보된 서류와 사진, 영상 등 사건 기록 전체를 검토합니다. 그 속에서 진술이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은 제외하고, 사건의 쟁점(범죄 혐의와 관련하여 양 당사자의 배치되는 주장)에 대하여 그 진술의 신빙성을 평가하기 위한 가설을 세웁니다.

그리고 가설을 검증할 진술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당사자와 진행할 면담 계획을 세우고 면담을 실시합니다. 면담을 직접 할 수 없다면 변호사 등을 통해 추가 진술을 확보하여 분석하기도 해요.

이렇게 확보한 진술 자료는 현실 모니터링, 준거기반 내용분석 등 분석 도구로 진술 내용을 분석해요. 이때 제3자가 진술을 하도록 코칭하거나, 유도 질문을 던지는 등 진술을 오염시키는 요소가 없는지 확인해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법원에서 요청할 경우 법정에 나가 증언을 하기도 하고요.

진술분석에 활용하는 분석 기법과 면담 방식

면담 방식

인지 면담 : 인지심리학의 원리를 이용하여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잘 나게 도와주는 면담 기법. 사건 관계자에게서 많은 정보를 정확하게 이끌어내는 성공적인 수사면담기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NICHD :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발달연구소에서 개발한 면담 기법. 피해아동이 경험한 사실에서 양질의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아동의 인지 및 발달 특성을 바탕으로 면담 기법을 구성했다.

 분석 기법

· 현실 모니터링(Reality Monitoring) : 진술인의 진술이 실제 경험(외부 출처)인지 상상(내부 출처)인지를 귀인(원인의 귀착, 즉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이나 사건의 원인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그 결론에 다다르는 과정을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하는 과정. 실제로 경험한 사건에 대한 기억이라면 시각과 미각, 청각, 촉각, 후각 등 감각과 공간, 시간, 순서 등 주변 맥락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다. 줄여서 ‘RM’이라고도 한다.

· 준거기반 내용분석(Criteria-Based Content Analysis) : 성폭력 피해 아동의 진술 신빙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기법. 논리적으로 일관성이 있는지, 풍부하고 독특한 세부 묘사를 하는지, 사건 발생 장소와 시간, 가해자와의 관계 등을 진술하는지 확인한다. ‘CBCA’라고도 한다.

Q. 진술분석 사건 한 개당 한 명의 전문가가 전담하는 건가요?

사람이 평가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이 개입될 소지도 있어요. 그리고 분석가 역량 차이도 있을 수 있고요. 같은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의사마다 어떤 질병인지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것처럼요. 이런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복수의 평가자들이 분석하는데, 보통 3명 정도 분석에 참여하고 모두의 의견이 일치한 부분을 결론에 반영합니다.

Q. 10년 넘게 진술분석을 해오면서 기억에 남는 사례도 많으시죠?

성범죄 사건의 피의자였는데 직접 면담을 진행해보니 무죄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변호인에게 이 결과를 전했고,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해 변론하는 방향을 바꾼 적이 있었죠. 또 횡령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지목돼서 구속 수감된 피고인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를 법정에서 증언해 무죄 선고에 도움을 드려 억울함을 풀어드린 날도 기억에 남아요.

Q. 대표님은 범죄심리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으셨죠. 진술분석전문가가 되려면 석사 학위 이상은 필수인가요?

저는 석사 과정에서 인지면담을 연구했고 진술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원에서 범죄심리를 전공하던 중 제가 배운 이론과 기법을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지 찾아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부에서 첫 진술분석관으로서 실무에 발을 디디게 된 거죠.

의사소통의 원리, 인터뷰 기법, 인간 행동에 대한 심리학적 지식 등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는 업무인 만큼 현직자 대부분이 심리학 석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어요. 요즘은 자격 요건도 강화돼서 아동이나 장애인 특성 연구 또는 실무 경력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기도 하고요.

검찰청 진술분석관은 서류와 면접으로 채용하지만 진술분석 분야 군무원 채용 시험에서는 법학 지식도 묻기 때문에 관심이 있다면 형법, 형사소송법 등을 공부해두는 게 좋아요.

Q. 그렇다면 앞으로의 진술분석 기술은 어떻게 발전하게 될까요?

진술분석을 위한 인터뷰를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확보된 진술을 분류하는 분석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등 사람이 범할 수 있는 오류를 줄이는 기술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답니다. 하지만 아이와 지적 장애인이 이런 프로그램 앞에서 익숙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또 진술의 맥락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한국어 특성상 이러한 기술의 발전이 진술분석전문가의 일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먼 미래라고 생각해요.

Q. 진술분석 결과와 실제 처분이 대부분 일치하고 대검찰청에서도 진술분석관의 채용을 늘리는 등 앞으로 진술분석전문가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 확대될 거라고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진술분석에 관심이 생긴 친구들을 위해서 조언 한마디 남겨주세요.

우리나라에서 진술분석 업무를 시작한 역사가 2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현재는 아동이나 장애인 성폭력, 학대 사건처럼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정확하게 말하기 힘든 이들의 진술을 분석하는 데 집중되어 있지만, 이미 살인이나 사기, 폭행, 교통사고 등 다양한 사건에서 진술분석 결과가 증거로 채택된 사례가 있어요. 이런 사건에서 진술분석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고요. 이에 따라 진술분석 업무를 할 사람들을 채용하고자 하는 기관도 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에서 일할 때 한 고등학생이 진술분석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어요. 지금도 ‘관련 경험이 적으니 무보수 인턴이라도 하고 싶다’고 센터에 연락하는 분들도 있고요. 적극적인 자세와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면서 한발 더 나아간 꿈을 품는다면 진술분석전문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술분석전문가는 분석 결과를 글로 작성해야 하는 업무이니 일단 많이 읽고, 많이 써보세요. 또 면담의 대상자, 즉 사건 관계인의 특성이 다양할 수 있어요. 아동, 장애인을 위한 자원봉사를 통해 수시로 접해보면 그들이 가진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진술분석 관련 연구나 실무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고 싶다면 대검찰청에 견학을 가거나 일반인이 참가할 수 있는 학회, 포럼에서 전문가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겁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magazine.com

글 전정아 · 사진 바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