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가족의 유품을 찾고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중고생 6명을 포함해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가 최소한의 동선 관리만 됐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계에서는 이태원 참사는 관료적 무책임이 빚어낸 전형적인 행정 참사였음에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학교와 개인에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이번 사고로 어린 학생들의 피해도 컸다”며 “다중밀집장소에서의 안전수칙 등을 포함한 안전교육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역시 올해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개정을 진행 중인 연구진에게 이태원 참사 관련 교육자료 보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2일 긴급 회의를 열어 교육부 요청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 총리는 이날 다중밀집장소에서의 안전수칙 강화를 주문했지만, 해당 내용은 이미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내용이다.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은 학교안전교육의 지침으로 생활, 교통, 폭력·신변, 약물·사이버, 재난, 직업, 응급처치 등 7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가운데 생활안전 영역에서 ‘공연장 안전수칙’(초 5~6학년), ‘다중밀집시설 이용 안전수칙’(중학생)을 다루고 있다. 2개 수칙 모두 공통적으로 2005년 발생한 경북 상주시민운동장 압사사고 등을 예시로 들며 “앞사람을 밀치거나 서두르면 압사사고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중학생은 “행사장 등은 일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는 특성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위험성을 갖고 있어 각별히 주의가 유의되는 장소”라는 사실도 배운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는 안전 교육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아무리 안전 교육을 강화한다고 해도 이태원 참사와 같은 피해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는데도 경찰이나 용산구청에서 사전에 보행자 동선을 통제하는 일방통행 등 조처를 하지 않음으로써 희생자들이 좁은 골목 안에 갇혀버렸고 선 채로 질식해 숨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이날 <한겨레>에 “이태원 참사는 희생자들이 안전수칙을 안 배워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안전수칙을 배웠다고 해서 예방될 일도 아니었다. 안전교육을 이야기하는 순간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거기에 간 개인의 책임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불편하다”며 “이번 참사의 대책은 안전교육 강화가 아닌 전문가들이 지적한 군중 관리 소홀과 차량 통제 등 사고 예방 조처 부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 집필 책임자인 오준영 교사(전북 부남초·전북교총 정책연구위원장) 역시 “이태원 참사와 같은 ‘초과밀’ 상황은 안전교육으로 예방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며 “다중밀집장소에서의 안전교육을 넘어서서 사회 전반적인 안전불감증을 통찰하는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해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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