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성문고 2학년에 다니는 이현정, 김다미, 박소영양(왼쪽부터)이 후배들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시간 쪼개 책읽고 문장 달달 외우기보다 개념 익히는 공부를
관심있는 동아리 찾아 친구 사귀면서 스트레스 ‘훌~훌’
관심있는 동아리 찾아 친구 사귀면서 스트레스 ‘훌~훌’
선배·교사가 말하는 ‘새학년 적응장애’ 탈출법 고등학교 1학년 안착하기 공부는 책읽기와 개념 익힘 위주로
고등학교 신입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단연 공부다. 대학입시에 대한 전력투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고교 과정은 일단 중학교 과정보다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수준이 깊어진다. 과목 수도 늘어날 뿐더러 선택과목까지 부담을 더한다. 안양 성문고 이규철 교사(국어)는 “교사가 봐도 내용이 어렵다. 3월 수업 시간엔 아이들은 멍한 상태로 듣기만 하고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시험 유형도 중학교와는 완전히 다르다. 중학교에선 암기식이나 괄호치기 형태의 문제가 대부분이었다면 고교에선 생각해서 푸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교과서만 달달 외운다고 시험을 잘 보는 건 아니다. 이현정(17·고2)양은 “중학교 때 하던 방식으로 고등학교 들어와서도 열심히 외우려고 했더니 양이 많아서 도저히 안되더라”며 “전교 10등 하던 성적이 중위권으로 쳐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특히 수학은 수능이 도입되면서 평가 방식이 가장 크게 변한 과목이다. 공식을 알고 풀이 방식을 익혀서는 안되고 추론을 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응용력을 키워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중학교 때까지 수학을 잘 했더라도 고등학교에선 평가 방식이 다른 만큼 수학교사 등의 도움을 받아 공부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게 교사들의 조언이다. 국어 역시 교과서 지문을 벗어난 문제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학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제시된 글과 비슷한 분위기의 시조를 고르라든지, 생소한 지문에 낯선 보기까지 제시하는 식으로 문제가 출제돼 체감 난도를 높인다. 형식적으로 변화가 크고 내용적으로 깊어지는 고등학교 공부에 대한 해법은 다양하지만, 2, 3학년들은 대체로 책을 꾸준히 읽을 것을 제안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은 물론이고 선택 과목에 있어서도 독해력과 이해력을 기본으로 요구하기 때문에 책읽기가 가장 기본이 된다는 얘기다.
김다미(17·고2)양은 “중학교 때 암기식으로 공부해서 상위권에 있던 아이들도 고등학교 와서는 점수가 잘 안나온다. 그런 아이들은 대체로 교과서만 열심히 외우고 다른 책들은 거의 보지 않은 학생들이다”고 말했다. 김용철(17·고3)군도 “1학년 때는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부족한 시간을 쪼개 틈틈이 책읽는 습관을 들이면 2학년, 3학년 올라가면서 공부에 자신감이 붙을 수 있다”고 했다. 교과서 공부 또한 지나친 문제풀이나 반복학습보다는 개념을 충분히 익히는 방식이 좋다. 김용우(17·고2)군은 “무작정 문제집을 여러 권 보기보다는 개념서를 두세 번 보고 문제집을 한두 권 풀고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방식이 훨씬 효과가 좋았다”고 털어놨다.
보통 7월쯤 되면 계열을 선택해야 한다. 계열은 인문, 자연, 공학, 예체능 등 4개가 있다. 계열 선택은 단지 대학 학과 결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 뒤 취업이나 인생의 진로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따라서 최대한 신중하게 정밀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학 전부터 자신의 적성과 관심 분야를 나름대로 분석해 대강의 방향을 정해놓는 게 좋다. 만약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입학 뒤 적성 검사를 받아보거나 진로담당 교사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 안양 성문고 양진석 교사는 “자기 진단을 정확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진로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바탕해 계열 선택을 하면 된다. 진로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일이 닥칠 때마다 고민되고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마산 합포고 이필우 교사는 “1학년 1학기는 할 일도 많고 적응도 힘들겠지만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을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동아리활동으로 재미와 친구 두 마리 토끼를 왕따나 외톨이 현상은 고교에 오면서 많이 줄어든다. 그래도 한 반에 한 두 명 정도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공부를 아주 잘 하거나 잘난 척을 많이 해서 따돌림을 자초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가정 불화나 성장 과정에서 받은 상처 등으로 인한 성격 불안이다. 마지막으로 학교 배정에 대한 불만을 품고 학교에 애정을 붙이지 못하는 경우다. 추첨제로 하면 자신이 지원한 학교에 다닐 확률은 50~60%에 불과하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1지망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데도 자신만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해 학교에 괜한 거리감을 두는 일이 있다. 이 때는 담임 선생님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보통 3월 한달은 담임이 학생들의 집안이나 성격, 꿈 등 개인 사정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시간이다. 따라서 이 때 집안 사정이나 부모 관계, 친구 관계 등을 힘들더라도 솔직하게 털어놔야 한다. 이규철 교사는 “담임은 개별 상담을 통해 비밀을 지켜주면서 적절한 해결방법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믿고 따르면 된다”며 “아무 데도 털어놓지 못하고 1학년 때부터 속으로 끙끙 앓다 보면 3년을 버티기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동아리 활동은 성격적 결함을 치유하고 친구를 사귀고 학업 스트레스를 푸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다. 고교마다 보통 40~50개 정도의 다양한 동아리가 만들어져 있고 활동을 장려하기 때문에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동아리를 찾아가 들면 된다. 동아리는 보통 한달에 하루를 잡아 여러 가지 활동을 하게 된다. 환경과학동아리라면 하첨오염 조사나 조류 생태계 탐사 등을 갈 수 있고, 도서부는 도서관 견학이나 독서 토론 등을 진행한다. 역사나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문화유적답사반에 들 수도 있다. 활동이 활발한 동아리의 경우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잠깐씩 모임을 갖기도 한다. 박소영(17·고2)양은 “동아리 모임을 하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고 학교에서 받은 스트레스나 피로도 씻어낼 수 있다”며 동아리 활동의 장점을 전했다. 중학교 입학- 청소년 첫발 떼기
중학생이 된다는 것은 아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청소년기로 접어든다는 의미를 갖는다. 특히 사춘기를 거치면서 몸과 마음이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고등학생이 되는 것보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힘들어할 수 있다. 안양 평촌중 김남경 교사는 “신체적 변화가 커지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작은 변화나 상처가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라며 “부모의 세심한 관심과 교사의 적절한 지도, 바람직한 교우 관계 형성 등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 말에 따르면 중학교 신입생들은 들어오자마자 무리를 지어 어울리는 경향이 강하다. 활발한 애들을 활발한 애들끼리 조용한 애들은 조용한 애들끼리 주로 성격대로 뭉친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왕따를 당한다. 강한솔(14·중2)양은 “친구가 없다, 인기가 없다, 용기가 없다 이런 생각을 버리고 한 명의 친구에게라도 먼저 말을 걸어보면 금방 사귀게 된다”고 했다. 공부 또한 중학 신입생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요소다. 과목 수가 12개로 급격히 늘고 시험도 자주 보기 때문에 대부분 첫 중간고사를 보면 적잖이 당황한다. 더구나 요즘은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대입을 목표로 공부하기 때문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고등학교 못지 않다. 학생들과 부모들은 그 충격에 학원수를 늘리거나 과외를 붙인다. 그러나 학원에만 의존하는 공부 습관을 들이다보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런 식으로 가면서 자기주도적인 학습은 영영 멀어질 수 있다. 동대부속여중 김용진 교사는 “부모가 좀 봐주고 계획을 세워 혼자서 해도 성적이 떨어지진 않는다”며 “눈앞의 성적에 연연해하지 말고 책을 충분히 읽고 글도 써보고 현장 체험도 해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다니는 게 길게 봤을 때 훨씬 더 낫다”고 조언했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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