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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기술 융합의 가능성을 바다보다 넓게 바라보다! 해양ICT연구개발자

등록 2022-09-30 11:40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해양의 면적은 3억km²를 넘고 부피 역시 13억7000만km³에 이른다. 광활한 크기만큼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바다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사진 제공 KIOST
사진 제공 KIOST

바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해양ICT 연구의 첫걸음

해양ICT는 간단히 말해 해양 분야에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and Technology, ICT)을 접목한 것이다. 해양ICT 관련 기술을 개발할 때는 바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먼저 바다는 육지와 비교해 무언가를 관측하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다. 심해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을뿐더러, 얕은 바다에 잠수부가 들어가 작업을 한다 할지라도 안전상의 문제와 잠수할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열악한 해양 환경에서 사람을 대신해 다양한 해양 정보를 수집하고 관측하면서 수중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해양 장비와 로봇이 필요하다.

또한 바다에는 기지국이 없어서 무선통신이나 데이터를 빠르게 보내고 받는 것도 어려워서 해양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선박이나 해양 로봇의 자율 주행, 해양 재난 구조를 위해 데이터를 송수신할 해양 통신 기술도 개발해야 한다. 해양ICT연구개발자는 이러한 해양 장비와 로봇을 개발하고 바다에서 수집할 수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관리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직업이다. 

사진 제공 KIOST
사진 제공 KIOST

기술 개발은 설계와 실험의 반복

공학 설계의 과정은 문제 인식 및 정의, 정보 분석, 아이디어 도출과 모델링 작업, 설계 및 시험 평가, 해결책 개선과 최적화, 설계 완성의 단계를 거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에서 개발한 해수배터리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자. 해수배터리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나트륨의 이온과 물의 화학 반응으로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다. 리튬·이온배터리와 동일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데 크기와 무게가 절반이고, 생산할 수 있는 가격 역시 저렴해 친환경 에너지의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해수배터리는 바닷물에 넣으면 엉기기 시작하는 진흙과 따개비, 유령멍게 등 ‘부착생물’ 때문에 무게가 무거워지고 작동이 어려워져 효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원은 이 문제점을 해결하고 안전하게 바다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배터리에서 초음파를 나오게 해 유기물을 떨어뜨리고, 살균 작용을 하는 UV-C LED로 부착생물이 붙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아이디어로 배터리 셀(방출된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단위)을 디자인한 뒤에는 그에 맞춰 시스템을 설계한다. 배터리 셀을 조립해 모듈을 만들고, 완성한 배터리를 수조에서 테스트한 뒤 실제 바다에 투입하는 등 현장 실험을 거친다. 여러 번의 검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면 해양플랜트, 해양풍력, 해양에너지 등 해양과 관련한 여러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한다. 

■해양ICT연구개발자가 말하는 직업 이야기
백승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 사진 김정태
백승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 사진 김정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융합 연구의 아이디어를 찾아야”

백승재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ICT융합연구센터장

Q. 해양ICT 기술을 연구·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 그 가치와 효용을 현장에서 검증하는 것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이미 시도한 기술이라고 해서 손대지 않는 것은 연구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내 손으로 직접 해보기 전엔 내 기술이 아니니까요. 그렇게 축적한 기술은 연구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해보며 그 가치를 검증해야 합니다. 

Q. 연구원이 직접 모듈을 조립하고 바다에서 실험도 해보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해양ICT 기술을 연구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바다에는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는 요소가 많아요. 파도가 심하고 폭우가 내리는 등 예상할 수 없는 돌발 상황이 잦죠. 현장 실험에 위험도 따르고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 연구를 하면서 힘든 부분이에요.하지만 동료 연구자와 지역주민, 크게는 국민이 원하는 숙원사업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실제로 우리 기술로 개발한 수중 탐사 로봇 ‘KIO-가온’이 1980년에 실종된 해경 선박을 탐색하고, 울릉도 해양심층수 취수관이 파손된 부분을 발견하는 등 현장에서 기술의 가치를 입증할 때는 정말 뿌듯해요. 

Q. 많은 연구원이 그렇겠지만,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일하려면 높은 학력이 필요하겠죠?

아무래도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해양ICT융합연구센터에는 컴퓨터, 전기·전자, 기계공학, 토목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박사학위를 갖춘 전문가들이 모여 일하고 있어요. 논문과 연구 실적, 경력, 연구 능력을 발표하고 평가하는 절차를 거쳐 채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소재를 연구하는 전문가도 필요해요. 카메라를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가 육지에서 쓰는 카메라는 손톱만큼 작게 만들 수 있어요. 그런데 수중 카메라는 크기가 크죠. 물이 새지 않고 물의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케이스를 씌우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만약 바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와 반도체 칩을 만든다면 수중 카메라도 무거운 케이스 없이 작게 만들 수 있겠죠? 그래서 반도체, 소재를 전공한 연구원도 해양ICT연구개발자가 될 수 있는 거예요. 

Q.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일하니 협업 능력은 필수겠어요.

한 프로젝트를 맡을 때 같은 전공자끼리 모인 팀과 다른 전공자가 모인 팀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초기 성과는 같은 전공자끼리 모인 팀이 더 낫다고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전공자가 모인 팀원들의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고 서로 이야기가 통하면 성과가 훨씬 좋아지죠. 분야가 다른 지식이 어우러지면서 생각지도 못한 시너지가 생기기도 하죠.

시스템과 산업이 발전하고 규모가 커질수록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궁금증과 호기심도 내 연구, 내 관심 분야에만 머물러선 안 돼요. 다른 팀원이 무엇을 연구하는지, 또 나에게 기대하는 것은 뭔지 알아야 하죠. 융합 연구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아야 이 일을 잘할 수 있어요. 

사진 제공 KIOST
사진 제공 KIOST

Q. 해양ICT융합연구센터의 다음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요?

수중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요. 수중로봇을 바다에 투입하려면 배를 띄워야 하는데, 이때 어마어마한 돈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육상용 드론을 쓰자니 바닷물에 빠졌을 때 부식되고 부서지는 경 우가 많고요. 그래서 날씨가 좋지 않을 때 육상에서 바로 날려 해상으로 긴급 투입할 수 있는 고속비행, 자율주행 수중로봇을 개발 중이에요.

해수배터리를 성공적으로 개발하면서 스마트 부표나 친환경 보트, 살균 시스템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 이 연구도 손을 놓을 수는 없어요. 2019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존 구디너프, 스탠리 휘팅엄,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를 개발해 상실을 받았어요. 1970년대에 배터리를 개발했지만 약 30년이 지나 그 효율성과 안전성을 입증받아 상용화됐죠. 우리가 개발한 해수배터리는 이제 막 6년이 됐으니 안정화를 위한 연구의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답니다.(웃음) 

Q. 지금부터 해양ICT 연구에 관심을 둔 친구들이라면 충분히 노벨상을 받을 수 있겠는데요.(웃음) 해양 융합 기술이 궁금한 MODU 독자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바다에 관심을 가져야 해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진행하는 해양과학캠프에 참가해 거제도, 울릉도와 독도, 열대해양을 경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주, 남해, 동해에 있는 해양과학교실에 참여해 체험활동도 해보고요.

<해저 2만리>라는 책도 추천해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1869년에 쓴 SF소설인데 잠수함을 타고 해저로 전 세계를 탐험하는 이야기예요. 약 150년 전에 쓴 책이지만 바다의 소금물에서 나트륨을 뽑아 전기를 얻겠다는 내용이 나오죠. 이제 막 개발 중인 해수배터리의 작동 원리와 같다는 점이 놀랍지 않나요? 연구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을지 알 수 없어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 번뜩이는 발명의 빛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전정아 MODU매거진 기자 jeonga718@modu1318.com

글 전정아 ‧ 사진 김정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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