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4월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자녀 관련 의혹 등에 대한 설명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대가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논문 부당저자 의혹’ 조사 신청을 접수하고도 5개월째 본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역시 정 전 후보자 자녀들의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 감사 요청에도 여전히 감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어서, 교육당국이 ‘의혹 뭉개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북대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를 보면, 경북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지난 4월 정 전 후보자 아들의 논문 부당저자 의혹을 제보받고 5월25일부터 6월24일까지 본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예비조사를 진행했다. 예비조사 일주일 뒤인 지난 6월30일 연구진실성위는 본조사 실시를 의결했지만 조사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월에야 뒤늦게 본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본조사 위원들 간의 첫 회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경북대 연구진실성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뒤 판정까지 모든 조사는 6개월 안에 종료되어야 하고 기간 내 조사가 어려우면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조사 시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오는 11월까지 본조사를 마쳐야 하는데 아직 첫발조차 떼지 못한 것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예비조사 결과에 대해 피조사자의 이의 신청이 있어서 (조사가 지연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위원들이 자료도 검토해야 하고 추석도 껴 있어서 첫 회의가 늦어졌다. 조만간 열릴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정 전 후보자 아들은 2018년 경북대 의대 편입 특별전형에 응시하면서 전자공학회 논문 2편을 주요 경력으로 제출했는데, 논문 기여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부당저자 의혹이 일었다.
이와 별로도 교육부는 지난 4월 경북대로부터 정 전 후보자 자녀들의 경북대 의대 편입학 특혜 의혹을 감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5월째 의혹 검증에 늑장을 부리고 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은 각각 2016년과 2018년 경북대 의대에 편입했는데, 당시 정 전 후보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병원장이었다. 강민정 의원실이 ‘경북대의 감사 요청에 대한 감사 실시 계획 및 진행 경과’를 묻는 질의에 교육부는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에 있어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교육부는 지난 5월에도 “경찰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경찰청은 지난 8월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으며, 사건 관계자 일부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강민정 의원은 “정 전 후보자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한 교육부와 경북대의 태도는 시간이 지나면 묻힐 것이라 기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정 전 후보자 자녀들의 입시비리 의혹과 의대 편입학 과정 전반에 대한 교육부와 학교 측의 명확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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