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교육정책의 방향을 정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달 27일 ‘지각' 출범하게 된다. 출범을 앞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는 현판이 제작되고 막바지 사무실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사회적 합의로 중장기 교육정책을 추진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위원 명단이 발표됐지만 이 가운데 현직 교사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천권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한 교원단체 추천 위원 2명이 아직 공석인 상황에서, 국교위가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전문가인 교사 없이 27일 출범을 강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국교위 위원 21명 가운데 교원단체 추천 2명을 뺀 19명을 공개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교위법)에 따라 위원은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9명 △교육부 차관 1명(당연직) △시·도교육감 협의체 대표 1명(당연직) △시·도지사 협의체 추천 1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1명 △교원단체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 명단을 보면, 교육감이나 대학 총장, 교수 출신이 주를 이루고 있고 현직 교사는 아예 없다. 교육 3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는 국회 추천으로 각각 2명씩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국교위 업무 범위에는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고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등이 포함되는데 정작 유·초·중·고교 현장 을 잘 아는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공동 대표는 “학교 현장 전문가인 교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이 없다는 것은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태로 출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기존 산업사회와는 전혀 다른 교육 패러다임을 요구받는 지금, 학교 교육은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현재 위원 구성으로 국교위가 그러한 전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사 위원이 아직 공석인 건 교원단체 추천 위원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원단체 추천 2명은 단체 간 합의로 정하고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조합원(회원) 수가 많은 곳이 추천권을 갖는다. 조합원 수 1위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2위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혹은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인데 두 단체 가운데 조합원 수가 더 많은 곳을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교원단체 추천 위원 없이 국교위가 출범하게 된 일차적인 이유로는 우선 교원단체의 갈등이 답보 상태인 점이 거론됐다. 교육부는 지난 22일 이와 관련해 “전교조에서 ‘교원 관련 단체 추천 절차 중단 가처분’을 신청해 일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12일 전교조와 교사노조에 조합원 수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전교조는 그 산정 기준이 단체마다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 교원단체 추천자 선정 절차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전교조에선 동일 인물의 지역 단위·전국 단위 중복 가입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교사노조에선 복수 가입이 가능해 전교조가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가 애초 조합원 수 산정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채 자료 제출을 요구해 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책임론도 나온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한겨레>에 “교육부가 중복 조합원 산정 기준을 마땅히 마련했어야 하는데 뒷짐만 지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기 전에라도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교총도 지난 22일 입장문에서 “회원 수 확인이 합의되지 못할 게 뻔히 예견됐는데 사태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정부와 추진단(교육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준비단)은 뭘 했는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국교위법이나 같은 법 시행령 상 교육부에서 산정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교원단체 추천 위원 없이 국교위가 출범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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