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지역의 하천들은 육지에서 밀려온 각종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동시에 하천쓰레기는 곧 바다로 흘러가 해양쓰레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들 쓰레기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해양쓰레기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는 어디에 있을까? 이 물음표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포어시스’ 원종화 대표를 만났다.
Q. 스마트 해양쓰레기 통합 관리 솔루션 기업, ‘포어시스’를 소개해주세요.
A. ‘포어시스’라는 회사의 이름은 ‘먼저’를 뜻하는 접두어 ‘fore’와 바다의 ‘sea’를 합쳐 미래의 바다를 가꿔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비슷한 발음의 영어 단어 ‘foresee’를 차용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뜻도 있고요. 오늘의 바다와 함께, 내일의 바다를 위해 시스템을 만들어나가자는 게 목표입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현재 하천의 부유쓰레기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해양 폐기물로 순환자원을 만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대표님께서는 어떤 이유로 해양쓰레기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A. 저는 원래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해저구조물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였어요. 제가 가진 기술로 깨끗한 바다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환경문제에 관심이 컸던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분리배출이나 재활용 습관이 몸에 배었어요. 그러다 제가 좋아하는 바다 공간과 어느 순간 접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학창시절에는 거제, 통영 바다를 보며 자랐거든요. 그때는 우리나라 바다가 꽤 깨끗하다고 느꼈는데, 호주에서 1년 넘게 일하면서 생각이 바뀌게 됐어요.
Q. 오, 어떤 점이 다르던가요?
A. 외국의 바다에는 숲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더라고요. 땅에서 나무가 자라듯이 바다에서는 해초가 크게 자라요. 깨끗한 물속을 들여다보면 정말 나무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 호주에서는 바다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위가 제한되어 있어요. 바다를 바라보며 태닝하고, 가끔 파도를 타는 것이 대부분이죠. 낚시도 잘 안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바닷가에서 캠핑하고 고기도 구워 먹고, 그 자리에 쓰레기를 두고 가기도 하고…. 바다를 대하는 자세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여러분도 바다에 가면 한번 주변을 둘러보세요. 해양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느끼는 데는 아마 5분이 채 걸리지 않을 거예요.
Q. 특히 이번 여름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각종 생활쓰레기가 강으로 떠내려온 것을 보고 문제를 실감한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 같아요.
A. 강이나 하천을 떠다니는 쓰레기들이 그대로 바다로 유입되는 것이 큰 문제입니다. 사실 하천의 원래 역할은 육지에 있던 것을 바다로 흘려보내는 일이에요. 예를 들면 동물의 사체나 물속에 녹아 있는 여러 영양분도 함께요. 그런데 인간이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 즉 쓰레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낸 거죠. 실제로 해양쓰레기의 60% 이상은 하천을 따라 들어옵니다. 하천에 있는 부유쓰레기는 초기 단계라서, 초반에 오염원을 관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바다로 들어가기 전에 이것들을 건져낸다면 재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지고요.
Q. 그래서 부유쓰레기가 해양으로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차단시설이 만들어졌군요. 어떤 방식으로 해양쓰레기를 막을 수 있나요?
A. 원리는 간단하고 단순해요. 하천에 쓰레기가 지나가는 길에 구조물을 세워서 쓰레기를 막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한편에서는 쓰레기를 유도해서 모으고, 다른 한편에는 쓰레기통을 설치해 하천쓰레기를 수거하는 거죠. 여기에는 해양플랜트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집약돼 있습니다. 바다에 설치해 천연가스나 석유 등을 뽑아내는 해양플랜트는 정확한 위치에 떠 있는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부유쓰레기 차단시설의 경우에도 쓰레기가 이동하는 길목에 서서 시설물이 제자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합니다. 또, 엄청난 양의 홍수가 발생하면 하천이 넘치지 않도록, 우리 구조물이 하천을 막지 않고 자연스럽게 떠내려가게 하는 설계 기법을 적용했답니다. 어떻게 하면 하천의 기능을 해치지 않고 쓰레기를 잘 걷어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Q. 국내 유일의 해양쓰레기 전문 기업으로 시작해 그야말로 불모지에 가까운 분야를 앞서서 개척하고 계시는데요. 사업 과정에서 시행착오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A. 바다에서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쓰레기가 양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물의 흐름을 분석하고, 쓰레기가 어디로 모여서 흘러가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해양 수조라고 하는 거대한 물탱크에 파도와 조류, 바람을 만들고 가상의 쓰레기를 띄워서 이것들이 움직이는 특성을 분석했어요. 꽤나 어려운 실험이라 지금까지 네덜란드의 한 회사와 우리의 사례, 단 두 가지만 있는 것으로 알아요. 그런데 아무리 서비스가 완성된 상태라고 해도 실제로 하천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이를 관리하는 주체인 정부나 지역자치단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법적인 근거나 정책의 타당성을 보여주는 제안서 작업을 오래 했고요. 다행히 2020년 12월부터 ‘해양폐기물관리법’이 시행되고 있어요. 이 법안에는 ‘하천을 관리하는 기관들은 쓰레기가 바다로 내려가지 않도록 시설물을 설치해서 관리해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거든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다소 늦어졌으나 올해 말부터는 충남, 부산, 경기 지역의 하천을 시작으로 부유쓰레기 차단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에요.
Q. 꼭 눈여겨보겠습니다! 포어시스에서는 자원순환의 목적으로 해양쓰레기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도 진행한다고 들었어요. 주로 어떤 것들이 ‘새활용’되는지 알고 싶어요.
A.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굴을 가장 많이 생산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굴 껍데기는 1년에 무려 40만 톤이 버려지며 어마어마한 수산 폐기물이 되고 있어요. 이러한 굴이나 뿔소라 등의 패각(겉껍데기)을 가공해 잘게 만듭니다. 이것들은 모래와 자갈 역할을 해서 ‘자원순환 콘크리트’로 활용할 수 있죠. 또, 폐어망과 그물은 해저에 가라앉은 침적쓰레기에 속하는데요, 이를 수거해서 플라스틱의 재료로 쓰도록 하고 있어요. 사실 해양쓰레기에는 소금기가 묻어 있어서 일일이 닦아내야 합니다. 육상쓰레기보다 재활용하는 것이 까다로운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자체 개발한 ‘포어소닉’을 통해 해양쓰레기의 염분을 세척하고 탈수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초음파만을 사용해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고 있어요. 내년에 포어시스의 자원순환 공장이 세워지는데, 본격적으로 해양폐기물로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면서 이것이 미래에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된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일을 해볼 계획입니다.
Q. 앞으로 해양쓰레기의 변신이 기대되네요.(웃음) 대표님처럼 사회문제 해결에 힘쓰고 싶은 청소년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A. 항상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즐거운 사람’이라, 재밌게 일하려고 하거든요.(웃음) 사실 실패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여러분도 수없이 부딪히고 깨지면서도 문제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여기면서 궁금증을 가지고, 하고 싶은 것들을 망설이지 말고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나의 경험과 장점들이 모여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완성될 거예요.
글 이은주 ●사진 바림, 포어시스 제공
이은주 MODU매거진 기자 silver@modu1318.com
왜 우리나라 바다에는 숲이 없을까
바림, 포어시스
포어시스는 해양쓰레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스마트 해양쓰레기 통합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Vision AI 기술을 도입하여 차단시설에 모여진 쓰레기의 양과 종류를 분석하고, 오염원 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 중이다. 바림, 포어시스
해양폐기물, 미래의 먹을거리로 여겨지도록
인천 환경산업연구단지 내 소하천에 설치된 부유쓰레기 차단시설. 바림, 포어시스
전처리 초음파 플랜트 ‘포어소닉(Fore-sonic)’을 통해 해양폐기물의 염분을 효과적으로 세척한다. 전처리를 거친 굴 패각은 자원순환 콘크리트3D 프린팅 재료로, 버려진 어망과 그물은 플라스틱 펠릿(알갱이 단위의 원료)로 새활용된다. 바림, 포어시스
바림, 포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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