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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 정서에 좋지 않을까?… 반려동물 덜컥 입양했다간 ‘후회막심’

등록 2022-09-20 07:28수정 2022-09-20 15:38

반려동물 입양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집집마다 맞는 강아지 달라
관련 독서와 교육은 ‘필수’
생명에 대한 책임감부터 배워야
유기견 자원봉사도 도움 돼
권혁필 에듀펫 대표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반려견 교육을 하고 있다. 에듀펫 제공
권혁필 에듀펫 대표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반려견 교육을 하고 있다. 에듀펫 제공

2년 전 코로나19 탓에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초등학교 6학년이던 김준영(가명)군은 달라졌다. 유튜브에 빠졌다. 핸드폰을 놓지 않았다. 오프라인 수업 때도 학교에 가지 않았다. 엄마와 준영이 사이 전쟁이 시작됐다. 아이는 점점 집에 틀어박혔다. 밤을 새우고 낮엔 잠만 잤다. “정말 지옥이었어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강아지를 데려왔죠. 외동인 아이가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갖고 싶어 했거든요.” 엄마는 하얀 아기 비숑 몽이를 펫숍에서 사왔다. 준영이는 몽이를 산책시키려 집 밖으로 나왔다. 반려견에 대한 책도 읽었다. 얼마 가지 못했다. 한두달 만에 몽이는 엄마 몫이 됐다. 방과후 교사로 일하는 엄마는 퇴근해 몽이를 산책시킨다. “제가 개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돌보면 사랑하게 되나 봐요. 몽이가 위로가 돼주죠. 그런데 일하며 준영이랑 몽이까지 봐야 하니 하루에 한시간도 쉬지 못해요. 힘들어요. 이렇게 반려견을 입양하지는 말았어야 했어요. 솔직히 후회해요.”

11살 정다예양은 동물을 사랑한다. 더 어릴 때부터 공원에 가 한시간씩 산책 나온 개들을 보고 견주에게 말을 걸곤 했다. “강아지는 절대 안 된다”던 엄마가 졌다. 까만 푸들 보들이는 2년 전 다예양에게 왔다. 그런데 보들이는 기대한 대로 행동하지 않았다. 엄마만 따르고 다예양에게는 으르렁거린다. 엄마는 “보들이가 아기일 때 다예가 인형처럼 안고 있으려고만 해 보들이가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인 4명 가운데 한명은 반려동물과 살고 있다. 케이비(KB)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년 한국 반려동물보고서’(2020년 말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반려 가구는 604만가구, 반려인은 1448만명이다. 가장 많이 키우는 반려동물은 개다. 483만가구, 1161만명이 개 586만마리를 키우고 있다. 그만큼 버려지는 반려동물도 많다. 동물자유연대가 펴낸 ‘2021년 유실·유기동물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유실·유기 건수는 11만6984건, 그 가운데 개는 8만4136건이다. 5년째 매년 반려동물 10만마리 이상을 버리거나 잃어버린다.

아이들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조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비비시>(BBC)는 ‘당신의 반려동물은 어떻게 당신 아이의 뇌를 북돋우나’라는 기사에서 여러 논문을 인용해 아이들이 반려동물과 유대 관계를 맺으면 책임감, 공감 능력, 인지 능력,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도했다. 그렇다고 덜컥 개를 입양하면 후회한다. <비비시>는 이 기사에서 “한 지붕 아래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유대 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려견 입양 전 공부는 필수다.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린이 대상 반려동물 수업을 한 권혁필 에듀펫 대표는 “견종은 크게 7개 그룹으로 나뉘고 그룹마다 기질이 다르다”며 “외모만 보지 말고 어떤 강아지가 우리 집과 맞을지 전문가에게 묻고 공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강아지와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는지, 반려견을 키울 수 있는 주거 환경인지 등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 권 대표는 강아지를 입양하기 전에 부모와 아이가 함께 유기견 보호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도 추천한다. 유기견 현실을 보고 실제로 개를 돌보는 게 어떤 일인지 알 수 있고 입양은 책임을 지겠다는 약속이라는 점을 배울 수 있다. 그러다 운명처럼 ‘우리 가족 강아지’를 발견하거나 아이가 반려견 입양을 포기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어린이 대상 반려견 교육을 할 때 ‘기다림’을 강조한다. 그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개를 만지려다 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개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는 존중해야 할 친구 같은 존재라는 걸 강조해요.” 어린이들은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드니 산책은 부모와 함께 하는 걸 권한다. “부모가 정한 규칙을 강아지가 지키도록 훈련하고 그 규칙을 지키면 아이가 산책줄을 잡도록 하는 게 좋아요.”

정다예양이 반려견 보들이와 뛰어놀고 있다. 정다예양 가족 제공
정다예양이 반려견 보들이와 뛰어놀고 있다. 정다예양 가족 제공

입양 전에 관련 책부터 읽어봐야

반려견 입양 전에 아이와 함께 읽어볼 만한 어린이용 책이 여럿 시중에 나와 있다. <쫑이가 자꾸 왜 그러지?>(대교북스 주니어 펴냄)는 초등학교 3학년인 지율이네에 두살 수컷 믹스견 쫑이가 오면서 시작한다. 쫑이는 소파 밑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 물건을 물어뜯고 목욕을 거부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상황별로 대처법을 쉽게 풀어놓았다. 중간중간 한국 현실도 꼬집는다. 작은 강아지가 잘 팔리니 태어난 지 두달도 안 된 아기 강아지를 엄마에게서 떼어내 펫샵에 진열해놓는데 엄마 품에서 충분히 크지 못한 강아지들은 자주 아프고 그래서 쉽게 유기된다.

<개통령과 도기족의 지구 침공>(혜다 펴냄)은 반려견 학습 만화다. 강아지같이 생겼는데 두 발로 걷는 ‘도기족’이 지구에 불시착한다. 아이큐가 500이다. 도기족이 사는 행성에선 유인원이 반려동물이다. 도기족은 지구의 반려견 까망이를 만나 까망이를 인간의 억압으로부터 해방해주기로 하는데, 문제는 까망이의 인간 아빠가 주는 간식이 지나치게 맛있다는 거다. 간식만 보면 도기족도 자꾸 ‘앉아’를 하게 된다. ‘까망이 해방 작전’ 사이사이 반려생활 실용 정보뿐 아니라 강아지를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그림책 <미누스와 루시 1. 애완공룡을 키우고 싶어>(을파소 펴냄)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건 떼쓰기가 아니라 책임감이라는 걸 공룡 미누스의 눈물겨운 아르바이트를 따라가며 보여준다.

에듀펫의 반려동물 교육 모습. 에듀펫 제공
에듀펫의 반려동물 교육 모습. 에듀펫 제공

동물 관련 교육 받는 것도 추천

반려견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물사랑센터’는 유기견 입양을 연계하고 반려견 훈련 교육을 온·오프라인으로 한다. 경북 의성군에 2020년 6월 개장한 ‘의성 펫월드’는 학교 신청을 받아 어린이 반려동물 에티켓을 알려주고 반려동물 문제행동 교정도 한다.

개로 시작해 동물권 전체로 관심을 넓혀갈 수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ekara.org)는 초·중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오는 동물권 교육’을 벌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16개 기관에서 40차례 아이들을 만났다. 카라는 “최근 미성년자가 동물학대 범죄에 연루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생명존중 교육을 신청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내 옷은 어디에서 왔을까?’ ‘길고양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음식을 먹을 때 동물을 존중하는 방법’ 등 여러 주제를 연령에 맞게 알려준다. “강아지공장 실태가 충격적” “동물원에 가지 않을래요” “채식도 도전해볼래요” 등 수업 후기가 올라왔다. 하반기 교육 신청은 지난 8일부터 온라인으로 받고 있다.

10대 동물권 활동가 교육 ‘틴카라’도 있다. 4일간 길고양이, 실험 동물, 전시 동물 등 다양한 주제로 토론한다. 올해 10대 활동가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동물권 교육 의무화, 주 1회 채식급식 등을 요구하는 교육감 후보 정책질의서를 냈다. 이 밖에 카라가 운영하는 킁킁도서관(서울 마포구 위치)은 동물 관련 책을 모아놓은 곳으로 어른뿐 아니라 어린이가 읽어볼 만한 책을 추천한다.

“내가 쉬고 있을 때는 조용히 방해받고 싶지 않아요. 동물도 그래요. 가까이 가지 않아요”(‘우리와 같은 마음이 있어요’). 유튜브에서 노래에 맞춰 개와 고양이 탈을 쓴 사람이 율동한다. 한국사람과동물복지교육센터(코하이)가 내놓은 동물권 동요 ‘뮤직비디오’다. 산책에 필요한 것들도 동요로 가르쳐준다. “목줄, 이름표, 물, 배변봉투 다 잘 챙겼나요~ 산책 가자~”(‘산책은 즐거워’). 김소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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