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오리엔테이션’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예비 교육’을 쓰라고 돼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학교 가정통신문 속 우리말’ 세번째 연재에서는 부모 교육과 학교 수업에 관한 말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어느 지역 교육청에서 나온 ‘교육용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안내’ 통신문을 보자. ‘○○교육청에서는 학생이 웹 오피스, 클라우드 저장 공간 등을 교수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용 상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웹 오피스(web office)는 쉽게 말해 인터넷에 접속해 쓰는 문서 작성 도구다. 기존의 소프트웨어처럼 미리 컴퓨터(PC)에 설치하지 않고, 컴퓨터 통신의 웹 환경을 이용하여 인터넷이 연결되는 상황이면 언제든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클라우드(cloud)의 사전적 의미는 ‘인터넷상에 마련한 개인용 서버에 각종 문서, 사진, 음악 따위의 파일 및 정보를 저장하여 두는 시스템’이다.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라고 한다. 상용(常用) 클라우드에서 상용은 일상적으로 늘 쓰는 것을 이른다.
‘클라우드’의 순화어는 ‘인터넷 정보통신자원 통합·공유’다. 아울러 한자어 ‘상용’은 그 자체만으로 말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항상 상’(常) 자를 쓰는 상용인지 ‘장사 상’(商) 자를 쓰는 상용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서은아 교수(상명대 계당교양교육원)는 “그렇다고 한자를 나란히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용’이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일상’이라고 하든지 ‘상업용’으로 바꾸어 쓰면 좋겠지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나눠준 ‘1학기 1차 지필평가 실시 안내’ 통신문을 보자. 지필(紙筆)은 종이와 붓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지필’의 뜻이 ‘종이와 필기구’임을 고려하여 ‘지필평가’를 ‘종이와 필기구 평가’라고 할 수는 없다. ‘지필평가’는 ‘수행평가’와 구별하여 쓰는 평가방식인데, 우리 주위에는 이 둘의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것은 ‘지필’이니 ‘수행’이니 하는 말의 뜻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올해 초 서울의 한 고교에서 나온 ‘입학식 및 1학기 학사일정 안내’ 학교 통신문을 보니 ‘등교 및 원격수업은 45분 7교시로 운영, 등교 학년 급식은 시차제로 운영’이라는 말이 보인다.
시차제(時差制)는 사전에 ‘어떤 일을 하는 데 시간에 차이를 두는 제도.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하여 출근 시간을 달리하는 제도 따위를 이른다’고 돼 있다. 학사일정에 있어 어떤 방식으로 시차제를 운영하는 것인지 보충 설명을 해주면 통신문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학년 급식은 시간에 차이를 두고 운영’이라고 풀어 쓰면 되겠다.
‘학교 홈페이지’ 대신 ‘학교 누리집’, ‘학년 급식은 시차제로 운영’의 경우 ‘학년 급식은 시간에 차이를 두고 운영’이라고 풀어 쓰면 되겠다. 사진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들이 ‘예비 교육(오리엔테이션)’을 마친 뒤 교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탑재된 신입생 학교 안내 영상 파일 보기로 오리엔테이션을 대체’라는 문장에서는 홈페이지(homepage)와 탑재(搭載), 오리엔테이션(orientation)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면 좋겠다.
먼저 연극 용어 및 언론 외래어 순화 고시 자료에서는 ‘홈페이지’ 대신 ‘누리집’을 쓰라고 돼 있다. 탑재는 ‘배, 비행기, 차 따위에 물건을 실음.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다른 컴퓨터 시스템에 파일이나 자료를 전송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오리엔테이션의 경우 신입 사원이나 신입생 등 새로운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 대한 환경 적응을 위한 재량 교육을 뜻한다. 행정 용어 순화 편람을 보니 ‘오리엔테이션’ 대신 될 수 있으면 순화한 용어 ‘예비 교육’을 쓰라고 돼 있다.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 바꿔 보면 ‘학교 누리집 공지사항에 올라온 신입생 학교 안내 영상 파일 보기로 예비 교육을 대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가정통신문을 보니 돌봄교실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신반 교실로 등교, 재량 휴업일, 결손 가정, 편모’라는 말을 쉽게 풀어 쓰거나 우리말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신반 교실’은 ‘새롭게 배정된 학급 교실’이라고 쓰면 좋겠다. ‘재량 휴업일’은 ‘학교장이 결정한 휴업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순화어가 없다고 굳이 어려운 말을 그대로 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쉬운 말로 바꾸어 쓰든지 어려운 말을 풀어 쓰면 된다. 경우에 따라 어려운 말 뒤에 주석을 붙여 적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손 가정(缺損家庭)의 사전적 의미는 ‘부모 중 한쪽이나 부모 둘이 모두 없는 가정’이다. 하지만 ‘결손 가정’이라는 말은 한부모 가정이나 조손 가정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정상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표현이다. 편모(偏母)나 편부(偏父)라는 말도 ‘치우칠 편’이라는 한자가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고 하여 요즘은 잘 쓰지 않는다. ‘한부모 가정’이라고 쓰면 좋겠다.
‘방과후학교 자유수강권 학교장 추천’ 가정통신문을 보자. 신청 및 추천 방법 항목에 ‘증빙 서류를 구비하여 담임선생님과 상담 후 상담 내용을 토대로 추천서를 작성하여 증빙서류와 함께 제출’이라고 돼 있다. 증빙(證憑)은 ‘신빙성 있는 증거로 삼음. 또는 그 증거’를 말하고 구비(具備)는 ‘있어야 할 것을 빠짐없이 다 갖춤’을 뜻한다. 이 경우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준비하여…’라는 식으로 말을 풀어 쓰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김지윤 기자
kimjy13@hani.co.kr
감수: 상명대학교 계당교양교육원 교수 서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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