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등록금 환불 소송 첫 재판을 앞두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월 기준 전국 4년제 사립대의 적립금이 8조143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천억원 가까이 늘었다. 윤석열 정부가 ‘대학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인상의 길을 터주길 요구하고 있는데, 쌓인 적립금 활용 방안부터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의 ‘사립대학 및 전문대학 적립금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4년제 사립대 151개교의 교비회계 적립금(건축비용 충당, 장학금 지급, 연구장려, 퇴직금 지급, 학교발전 등을 위해 기금으로 예치·관리하는 자금)은 모두 8조1437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기준 7조9441억원보다 1996억원 증가한 수치다. 전문대(124개교) 적립금은 2조4766억원으로 지난해에 견줘 157억원 줄었다.
대학별 적립금 누적 현황을 보면, 적립금을 가장 많이 쌓아둔 대학은 홍익대(7288억원)였다. 이화여대(6352억원)가 두 번째로 많았고, 연세대(6146억원)가 3위였다. 수원대(3772억원), 고려대(3565억원), 성균관대(3087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 4년제 사립대 151곳 가운데 적립금을 100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는 대학은 20개교, 100억 이상의 적립금을 가진 대학은 84개교다.
사립대 2곳 가운데 1곳은 올해 들어 적립금이 증가했다. 4년제와 전문대를 합친 사립대 275개교 가운데 52.7%인 145개교에서 지난해에 견줘 올해 적립금이 늘었다. 적립금 증가 폭이 가장 큰 대학은 호남대로, 토지 매각을 통해 1193억원이 늘었다. 두 번째로 증가 폭이 큰 대학은 고려대로 기부금과 이자 적립을 통해 275억원이 늘었다. 성균관(244억원), 부산외대(266억원), 홍익대(153억원)의 증가 폭도 컸다. 다만, 가톨릭대(-404억), 연세대(-114억), 세명대(-100억), 건양대(-83억), 순천향대(-78억) 등은 지난해보다 적립금이 감소했다.
교육계에서는 등록금 동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있다면 적립금 활용 방안부터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등록금이 동결돼 사립대 재정에 어려움이 가중된다면 추가 적립을 지양하고 적립금을 적절하게 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교육부도 적립금을 최대한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2022 회계연도 예산 편성 및 관리 유의사항’을 통해 “적립금의 중장기 사용계획이 없는 경우 가급적 적립금을 교육비에 투자할 것을 권장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유로 등록금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등록금 동결·인하와 연계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대학 총장들과의 만남에서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발언했다가 학생·학부모의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가 뒤늦게 “전문가·학생·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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